2010년 새해가 밝았다. 밝은 해가 솟았다.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색다른 다짐을 하면 매일 떠오르는 해라도 다르게 보이는 법이다. 지난해는 참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어디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었던가. 다사다난은 바로 우리의 삶 그 자체다. 그런 속에 흥망(興亡)이 있다. 새싹은 겨우내 움츠려 있지 않고 봄을 준비하다 얼음을 뚫고 솟아나는 법이다.
지난해는 IMF외환위기 때를 연상하듯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아 한국경제는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마이너스 성장은 면했다. 예측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10년 성장률은 5%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전망은 전망일 뿐 그대로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경기가 풀린다는 징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축대는 얼음이 녹을 때 무너질 수 있다. 위기는 끝나지 않고 다시 침체될 것이라는, 이른 바 더블 딥(이중 침체)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과연 무엇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을 지속할 것인가. 막연히 경기회복과 성장률 수치에 기대하고 있을 수는 없다. 2010년은 호랑이 해다. 해가 바뀔 때마다 상징동물로 한 해를 점치는 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관습이다. 호랑이는 목표물을 향해 집중력을 발산한다. 호랑이의 강인한 기세를 받아 한 단계 도약하는 한해를 만들어보자.

위험 감수해야 도약 가능

위기는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다. 도약에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핵심역량을 만들고 키울 것인가. 경제를 이끌어갈 엔진은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기업가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경제는 이 정도 성장했다. 다시 도약하려면 위축된 기업가 정신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환경 탓만 할 게 아니다. 살아남아야한다. 어떤 난관도 이겨낼 만큼의 강인함과 인내심을 가지고 기술개발과 생산성 제고에 매달리고 기회가 올 때 튀어 올라야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기생(寄生)을 거부하며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것이 진짜 기업가정신이다.
장사꾼은 돈만 벌려고 한다. 기업가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일을 만들고 돈도 벌려고 노력한다. 중소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을 강조해야하는 까닭이다.

겁없이 도전하는 해 되길

기업경영을 암벽 등반에 비유하기도 한다. 암벽을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려면 몸을 날려 조금 멀리 있는 홀드를 손으로 잡아야 한다. 성공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큰 사고가 난다. 기업가들에게 그런 모험을 감수하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기업에 혼신의 힘을 쏟으라는 주문이 아닌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큰 위험을 감수했다.
창업 하려는 데도 걸림돌이 많다는 걸 보더라도 중소기업이 당면하는 어려움은 한둘이 아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환경은 세계 53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남의 탓, 환경 탓으로 돌리고 있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다.
인재 구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조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 “나로 인해 기업과 세상이 변한다”는 보람을 갖도록 조직을 바꾸어보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내려면 엉뚱한 발상도 필요하다. 실패를 처벌하는 문화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2010년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부터 다지자. 도전해야한다. 스포츠 세계에서 신인들이 ‘별 중의 별’로 떠오르는 경우는 흔하다. 겁 없이 도전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살길은 도전에 있다. 적당히 안주하려하면 결국 사라진다. 경쟁자들이 뛰어들기 때문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 당한다. 일에 미쳐야한다. 미치지 않으면(不狂) 미치지 못한다(不及). 새해 벽두부터 어둠을 헤치면서 다시 뛰자. 암벽등반 하듯 남다른 각오로 올 한 해 후회 없이 뛰어보자.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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