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인년에는 녹색바람이 거세게 불 것 같다.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끝났지만 녹색성장에 대한 세계적 공감대가 확고히 마련됐고, 선진국들이 고강도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제창한 ‘나부터’(me first)정신에 입각해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별도 추가대책이 없을 경우의 배출전망치(BAU) 8억1,300만톤보다 30% 줄인 5억6,900만톤(탄소환산)이하로 묶겠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지난 연말에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며 그중에서도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종 시책이 강도 높게 시행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는 금년도 업무계획에서 올 하반기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이 안에는 부문별·업종별 목표가 제시되고 구체적인 스케줄도 포함될 것이다. 이에 더해 감축 목표에 대한 이행상황을 효과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통계시스템도 구축된다.

온실가스 감축이 핵심

이에 따라 에너지 절약시책이 보다 강화될 것이다. 올해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을 2009년 대비 3% 수준으로 억제할 방침이다. 38개 대기업들은 이미 작년에 정부와 ‘에너지 목표관리제’ 사업협약을 체결했고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운동에 돌입했다. 이들 기업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산업 전체 소비량의 41%를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3년간 150만톤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정혁신과 녹색기술의 개발면에서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 유망 녹색기술산업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했거나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며 세계시장을 향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 쪽이다. 일부 앞선 기업을 예외로 하고는 녹색성장이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대한상의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0% 이상이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세우지 않고 있으며 중소기업 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중소제조업의 6.3%만이 환경문제 전담조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기계·철강 등 주력산업 관련 에너지 다소비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환경관리능력의 부족, 기술·비용 장벽 등으로 그린화 추진에 엄청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정ㆍ제품ㆍ공장의 녹색화를

중소기업청에서는 이들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작년 8월 ‘중소기업 녹색성장 확산전략’을 마련한 바 있다. 2013년까지 녹색산업분야 기술선도기업으로 1,000개를 육성하고 중소기업의 녹색경영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태양광 발전·그린IT 등 8개 산업, 50개 전략제품, 117종 혁신부품·소재·기술을 중심으로 녹색전문 중소기업 육성에 정책의 역점을 두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녹색기술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하루가 급하다고 하겠다.
이 이상으로 더 다급한 것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중소기업들의 에너지 다소비형 생산공정을 뜯어고치는 일이다. 저탄소·고에너지효율·친환경공정을 확립하는 공정의 녹색화와 제품의 녹색화 및 공장의 녹색화가 달성되지 않고서는 환경규제의 강화 등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녹색경쟁시대에 중소기업들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기청이 녹색경영의 제1단계로 그린팩토리(Green Factory)운동을 제창한 것은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보여진다. 조만간 예산의 뒷받침을 받은 구체적 추진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의 그린화가 촉진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시책 못지않게 중소기업인 스스로의 자각과 생존을 위한 자구대책이 필요하다. 어차피 온실가스 감축 쪽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대세라면 하루라도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환경규제가 날로 높아지는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탄소배출을 줄이고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일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인 것이다. 중소기업의 자조노력과 정부의 지원시책이 호흡을 맞추어 녹색강국의 실현을 앞당기길 기대해 본다. 백색호랑이 해가 중소기업의 그린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그 원년이 되길 바란다.

최용호
(사)산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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