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세계경제가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며, 무엇보다 이와 같은 경제회복의 명암이 심각할 정도로 경제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라 할 것이다. 한국경제를 주도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한국경제의 자본집약화, 소프트화에 따라 제조에서 조립으로의 경영전략의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부응하다보니 투자 역시 자동화, 정보화에 의한 모듈형 체제로 전환되면서 고용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고용시장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생산성 악화와 더불어 원화가치의 절상으로 인한 원가압력 증가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투자재원의 부족으로 갈수록 그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이와 같은 열악한 중소기업의 환경으로 인하여 우수인력들조차 그 불투명한 전망과 사회적 인지도의 저하에 따른 취업기피로 수급자체가 공히 문제를 이루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정부의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일자리 창출노력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중소기업들의 설자리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 할 것이다. 예컨대 서울시의 경우, 수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덜어주기 위해 수출지원을 위한 단기 인턴학생사원을 대대적으로 모집하고는 있지만 이들 인력이 효과적으로 중소기업의 수출지원에 성과를 가져올지는 정말 미지수라 할 것이다.

시혜성 中企지원 탈피

인턴학생들이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수출후보 상품과 글로벌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과 더불어 열정어린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보이지않는 전세계 수입업자들에게 이 메일이나 웹사이트를 통한 수출마케팅을 위해서는 성과지향적인 노력과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같이 이러한 고용지원 정책 역시 형식적인 인원 지원에 그쳐 지원기간이 끝나면 성과없는 학생과 중소기업의 밀월관계 역시 끝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시혜성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함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연전에 원자재가의 급속한 상승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생존의 기로에 몰리면서 국회에서 이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린 바 있다. 그 당시, 대기업을 대변하기 위해 나선 전경련의 한 전문가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원자재가 연동제를 강화할 경우, 수출가격의 채산성 유지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원가를 덜어주는 대신에 글로벌 아웃소싱을 강행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일종의 애국심같은 감정으로 생존의 기로에 몰린 중소기업들을 외면하고 글로벌 아웃소싱, 운운하는 대기업들의 횡포에 심각한 도전의식을 느낀 바 있었다.

경쟁력 향상 정책펴야

그러나 기실 이와 같은 대기업들의 항변 역시 단순히 중소기업 지원을 강요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항변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대기업들 역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용과 같은 관리가격의 탄력적 운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불만을 그대로 끌어안을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시 중소기업을 위한 시혜성 지원정책의 함정이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게된다.
분명히 한국경제의 99%는 중소기업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88%가 고용을 차지하는 한국경제의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들 중소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기응변식의 정부지원이야말로 한계상황에 몰린 중소기업을 단기간 연명하게 함으로써 그 부담을 국민경제 전체에 전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데에 있다.
그동안 여러 번의 투고를 통하여 중소기업의 지원정책이 보다 현장 및 성과지향적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역설한 바 있거니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자체적인 경쟁력 배양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환율인하나 원자재파동으로 인한 원가압력이 발생할 시, 이와 같은 원가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중소기업 제품의 경쟁력이 글로벌 경제에서 인정받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누군가의 희생에 의해 원인을 무시한 증상치료에 불과한 시책일 것이다. 따라서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아니,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배양하기 위한 보다 혁신적인 정책의 전환을 기대한다. 무한한 고용 창출의 원동력이며, 한국 경제의 풀뿌리 자본주의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해본다.

최 용 록
인하대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