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도요타 자동차는 가속페달 결함으로 인한 차량 안전성 문제로 대규모 리콜을 결정하였다. 리콜 대상은 캠리, 코롤라, 아발론 RAV4 등의 도요타 주력차종을 포함하여 8개 차종이며, 리콜규모는 북미지역 800만대를 포함하여 1,000만대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도요타의 연간 총 생산대수를 넘어서는 규모이며, 리콜로 인한 무상수리에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리콜과 더불어 관련 차종의 판매중지와 생산중지 조치도 동시에 취해졌다.
이번 리콜사태로 인해 도요타가 입는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큰 손실은 그간 안전과 품질의 도요타라고 널리 알려진 신뢰성의 상실에서 온다. 이를 반영하듯 금년도 1월 미국 내 도요타 판매가 작년보다 약 16% 줄어들어 1월 기준으로 1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주력 차종인 캠리는 전월대비 55%, 전년 동월 대비 24%의 높은 감소를 보였다. 반면 도요타의 경쟁업체인 미국, 독일 등의 자동차는 이러한 도요타 자동차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면서 도요타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만들려는 기회로 삼고 있다. GM과 포드는 1월 각각 14만6315대와 11만6277대를 팔아 작년보다 14%, 25%씩 판매가 급증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 또한 작년 1월보다 무려 40%나 판매량이 늘었다.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도요타 자동차는 그간 품질과 안전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이러한 명성 위에 도요타 자동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2008년에는 마침내 미국 GM을 제치고 자동차 업계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였고, 창사이래 최고의 실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러한 영광을 1년도 누리지 못한 채 2009년 말에 사상 최악의 리콜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간 도요타 경영은 학계에 있어서는 연구의 대상이었고 타사에게는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전세계적 도요타 배우기 열풍을 반영하듯 도요타에 관한 서적 및 논문은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도요타 자동차가 어떻게 사상초유의 리콜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는가?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무리한 원가절감, 해외생산 확대 그리고 차종간 부품공유 등으로 꼽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리한 납품가격 인하로 인해 부품품질이 저하되었으며, 해외생산 확대로 인해 일본에서의 엄격한 품질관리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고, 그리고 여러 차종간 부품공유로 인해 부품에 문제가 있을 시 여러 차종에 동시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음에서는 무리한 원가절감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한국도 신중기해야

도요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끊임없는 납품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이러한 납품가격 인하는 그 부품을 수요하는 대기업에게는 원가절감 그리고 이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한다. 그러나 부품생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납품가격 인하는 두 가지의 작용을 한다. 하나는 이러한 납품가격 인하압력으로 인해 경영의 효율화를 추구하게 되고, 그 결과 이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작용이 있다. 그러나 납품가격 인하의 폭이 과도하게 될 경우, 해당 중소기업들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재투자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어서 오히려 경쟁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품질관리로 정평이 있는 도요타조차도 과도한 납품가격 인하로 인한 품질의 문제를 비켜가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항상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납품가격의 인하 요구에 항상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납품가격을 통한 작은 이익을 얻으려다가 그간 쌓아놓은 신뢰성의 붕괴와 같은 큰 이익을 잃게 되는 어리석음이 없어야 할 것이다.
한편, 과도한 납품가격 인하는 납품 중소기업의 채산성 저하, 이는 다시 연구개발, 인력양성, 신규투자 등을 위한 내부유보의 어려움, 이는 다시 납품중소기업의 장기적 경쟁력 저하 로 연결된다. 대기업 경쟁력을 구성하는 큰 부분 가운데 하나가 납품 중소기업의 경쟁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무리한 납품가격 인하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현재 많은 수의 중소기업들이 납품가격 인하를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가장 어려운 애로요인의 하나로 꼽고 있다.

송장준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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