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단가인하 품질저하로 이어져”

고장없는 자동차로 인식돼온 최고 품질의 대명사 도요타가 부품결함에 따른 9백만대에 달하는 리콜로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근 도요타는 미국, 일본, 중국 시장에서의 리콜조치와 함께 미국에서는 판매 및 생산을 일시 중지했고 도요타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뤄 미국 현지에서만 60건에 달하고 있다.
도요타는 1996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조향장치 결함을 확인하고도 리콜을 하지 않아 이 차량을 몰던 운전자가 2004년 8월 구마모토에서 사고를 내 5명이 부상당하는 일이 발생됐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경찰의 수사를 받아 리콜담당 임직원 3명이 리콜지연에 따른 업무상 과실상해 혐의로 기소됐고 2004년부터 2년에 걸쳐 전세계에서 150만여대 리콜에 나섰던 전력이 있다.
이번 리콜사태의 충격은 이미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내 판매량은 9만8천796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8%가 줄어들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리콜 사태초반 꿈적도 않던 창업주의 손자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이달들어 두차례나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신뢰회복을 위해 즉각적인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무엇이 문제인가=지난 2008년 도요타 자동차의 총 생산대수는 855만대. 이중 해외에서 생산한 차량대수가 339만대로 전체의 39.6%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2008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전세계 판매 1위를 기록했으나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선택한 현지 부품조달은 도요타의 최대 강점인 품질관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리콜사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도요타의 리콜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미국시장에서 판매대수 200만대를 넘긴 직후부터다.
2004년 도요타의 리콜 대수는 판매 대수의 절반을 넘겼으며 2005년에는 리콜 대수가 판매대수를 넘어서기도 했다. 같은 해 일본 시장에서의 리콜 차량은 190만대에 달해 2001년 대비 40배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요타는 비용절감을 위한 모델간의 부품공유와 신모델 조기 출시에 따른 것으로 자체 진단, 반년에 걸친 재정비 작업 끝에 GM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급속한 양적 팽창을 따르지 못한 품질관리의 허점과 부품단가 인하 및 이에 따른 원가절감을 고스란히 부품업체에 떠넘긴 것이 이번 대량 리콜사태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부품 채용이 쉬운 방법이지만 거래 부품업체가 증가할수록 품질관리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
또 실제 도요타는 지난달 국내외 부품업체에 2013년까지 납품가격을 30% 이상 낮출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 내에서는 이런 비용절감과 부품공통화가 지난 2005년 사장에 취임해 지난해까지 도요타자동차를 총지휘한 와타나베 가쓰아키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불러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생산부품의 현지조달 방식을 택했지만 무분별한 비용절감 정책이 오히려 부품협력사들에게 저가의 원재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구조적 문제를 야기시킨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도요타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시스템화 된 생산기법을 토대로 양적 확대만 이뤄지면 진정한 최고 강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며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납품단가 인하는 결과적으로 하청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을 야기, 대량 리콜사태의 원인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를 통해 다른 기업들도 이같은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불량이나 정상적인 기능에 못 미치는 부품이 공급되지 않도록 협력기업과의 성과공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과공유 실패 사례는 없나=부품협력업체와의 성과공유 실패로 경쟁력이 저하된 사례가 도요타만은 아니다. 세계 자동차업계 1위 기업이었던 GM은 일본과의 가격경쟁 과정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협력기업에게 지속적인 부품가격 인하를 요구, 제품불량률이 1%를 넘어서기도 했다.
2004년 GM은 미국시장에서만 연간 생산대수보다도 많은 1,100만대를 리콜했으며 이에 따라 판매량 감소 및 신용등급 하락으로 2005년 106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GM의 원가절감 정책은 완성차의 품질저하와 협력업체 몰락으로 이어져 GM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의 경우 미쓰비시자동차가 2000년 이후 닛산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원가절감과 개발기간 단축에 주력한 결과 2001년 회사 간부가 리콜정보 은폐혐의로 기소된 것은 물론 61만대 이상을 무상회수 수리하고 판매부진까지 겹치면서 3,699억엔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또한 무리한 원가절감 정책에 따른 협력업체 품질관리에 소홀한 경우로 지나친 성과주의가 불상사를 초래한 사례로 남아있다.
반면 저가 부품업체들과 단기계약에 치중했던 크라이슬러는 품질저하와 신차개발기간 장기화 등 곤란을 겪자 협력업체와 ‘포지티브’ 관계를 형성, 성공을 거둔 경우.
신뢰를 바탕으로 제품개발과 공정개선에 부품업체들을 참여시킨 크라이슬러는 가치사슬 개선에 따른 비용절감 및 이윤 공유로 신차개발기간 단축과 시장점유율 확대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무엇을 배워야 하나=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강화에 승부를 건 도요타의 전략은 공장의 해외이전 등 원가절감을 위한 여러 방식으로 다변화되었으나 해외 공장의 품질관리 미흡에 따라 결정적 결함이 나타난 것.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구조적 취약성을 우리 기업들 또한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격경쟁력을 위한 원가절감을 우선적으로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관행은 자동차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확산돼 있다는 것.
최근 한국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4년 전보다 5.3% 줄어든 반면, 국내 5개 자동차업체에 납품하는 우량 협력업체 17개사의 평균 영업이익은 22.4%나 감소했다.
또 부품업체 중 현대차 계열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3년 8.4%에서 2008년에 9%로 높아진 데 비해 비계열사는 4.8%에서 2.9%로 오히려 떨어졌다. 협력업체, 특히 비계열 협력업체들이 극심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가절감 필요가 있으면 우선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관행이 산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는 것. 노조의 입김이 강한 일부 기업의 폐해는 더 심하다는 것이 연구원의 조사 결과로 경영진이 노조에 고용안정과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대신 노조는 비정규직 활용과 하청업체에 부담전가를 용인하는 방식으로 자동차업계에서 노사담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갑을(甲乙)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점을 악용해 경영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면 하청업체가 어려워진다”며 “하청업체발 위기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만큼 협력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에 대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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