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두들마을(두들에 위치한 원이 있던 마을, 원두들. 원리라 부른다)은 조선시대 때 광제원이 있었던 곳으로 석계 이시명 선생과 그의 후손 재령 이씨들의 집성촌이다.
석계고택(경상북도 민속자료 제91호, 1640년), 석천서당(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79호) 등을 짓고 후학을 양성한다. 30여 채 정도 되는 촌락이었지만 300년의 세월 지나면서 명목도 잃는다. 몇 년전, 이문열 선생이 고향에 광산문학연구소를 만들면서 두들마을은 알려지기 시작한다. 이내 옛 건물 들이 복원되고 체험관도 생긴다.
이문열 작가는 1948년 두들마을(석보면 원리리)에서 출생했다. 젊은 시절, 이문열 작품에 흠뻑 빠져들던 사람들이 많다.
‘그해 겨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귀에 익숙한 작품들의 무대가 이곳이란다. 기억난다. 그의 작품, 젊은 날의 초상에서 보았던 대진항. 어디 일까가 궁금했었다. 강원도 고성의 대진항이 아닐까 했는데, 영덕에도 대진항이 있었다. 작품속에는 작가의 경험이 빠질 수 없는 것이리.
이문열 작가는 재령이씨 후손이다. 이 마을을 개척한 사람, 석계 이시명 선생(1599년~1674년)과 무관치 않다. 이시명 선생은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은 김성일을 잇는 장흥효의 문인이다. 사마시에 합격했으나 병자호란을 피해 영해에서 이곳에 은거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재령 이씨의 집성촌이 되었고 학문과 후학을 가르친다. 이시명 선생이 세상을 떠난 뒤 4남인 이숭일이 터를 지킨다.
두들마을의 최근 관심거리는 선생의 정부인(貞夫人) 장씨다. 이문열의 장편 ‘선택’의 주인공이 된 장씨 부인. 어떤 부분이 이슈가 되는 것일까? 17세기 중엽의 음식문화, 음식 조리 방법을 알 수 있는 음식 디미방이라는 책을 출간한 장본인이다.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쓴 한글 조리서다. 장씨 부인은 선조 31년(1598년)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에서 태어났다. 성리학자 경당 장흥효(1564~1633)와 권씨 부인의 외동딸로 안동 장씨며 본명은 계향이다. 선생과 혼인 후 7남3녀를 낳는다. 3남은 영남학파를 이은 이조판서 갈암 이현일로 우암 송시열에 반기를 들어 혹독한 시련을 겪은 인물이다.
그녀는 나이 일흔을 넘기고서 집필하기 시작한다. 현종 11년(1670) 즈음, 부인이 평생 쌓인 음식 정보를 책으로 엮는다. 국수와 만두를 포함한 면병류 15종, 고기와 생선을 아우르는 어육류 46종, 채소와 과자를 모아 놓은 소과류 31종, 주류 53종으로 총 28장에 146가지의 조리법이 씌여진다. 예로 부터 전해오거나 장씨 부인이 스스로 개발한 음식 등, 양반가에서 먹는 각종 특별한 음식들의 조리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표지에 ‘규곤시의방’이라 이름 붙이고 내용 첫머리에 한글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이라 쓴다.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책의 말미에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가되 가져갈 생각일랑은 하지도 말고,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하라”고 쓰여 있다. 부인은 83세까지 살아 장수를 누렸다. 부인은 현모양처인 신사임당과 견줄 만큼 지덕체를 겸비했다. 1999년 신사임당에 이어 두 번째로 문광부가 선정한 이달의 문화인물에 오르기도 했다.
부인의 전통음식의 맥을 살려 두들마을에 체험관을 만들었다. 대구껍질 누르미, 동아 누르미, 가제육 연근채 등 이름도 생소한 메뉴. 대구껍질 누르미를 만들어본다.
진행은 황분선 음식디미방보존회 회장이 맡는다. 대구껍질에 석이, 표고, 꿩고기, 채소가 주 메뉴다. 모두 달게 다져야 한다. 다진 재료를 산초가루, 집간장, 참기름 등, 천연재료로 만든 양념장에 함께 버무려 대구껍질에 싼다. 밀가루를 물에 풀어 가장자리가 떨어지지 않게 붙여 준 후 찜통에 쪄낸다.
메뉴가 익는 동안 꿩고기 즙과 밀가루 등을 섞어 누르미라고 불리는 소스를 만든다. 다 쪄지면 그 위에 소스를 부어 먹으면 된다. 간단해보이나 실제로는 정성이 필요하고 복잡하다. 무엇보다 비싼 재료들이다. 양반가의 음식 재료는 지독하게 화려해서 민초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을 듯하다. 그래도 맛은 기대 이상이라서 체험자들이 맛보는 한 개로는 아쉽다.
또 다른 체험은 석이편이다.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체에 걸러 다진 석이와 갈은 잣가루를 켜켜히 뿌려 쪄내는 것이다. 별로 어렵지는 않지만 역시 재료비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대구껍질 누르미보다 손쉬워 집에서도 시도해 볼 만하다.

찾아가는 방법
중앙고속도로~서안동IC~진보 영양 방면으로 난 34번 국도 이용~월전검문소에서 31번 지방도~석보, 화매방면으로 난 911지방도 이용~원리리~두들마을/체험비:7천원(요리 1가지), 1만5천원(요리 2가지), 10명 이상만 체험 가능/한옥관에서는 디미방 한정식을 먹을 수 있다(최소 2주 전에 예약해야 단체만 가능), 소부상(3만원), 정부인상(5만원)/문의:054-680-6043(영양군청 문화관광과).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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