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위기 국제금융시장 ‘요동’

최근 이태리, 스페인 등 남유럽 5개국의 재정위기가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로 크게 부각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재정위기는 과도한 경기부양과 재정적자 확대 및 상대적으로 더딘 경기회복 속도, 경제정책의 경직성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향후 자국노력과 EU 국가들의 지원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으나 단기간에 재정적자 해결이 어렵고 유럽 전체가 비슷한 상황에 있어 유럽발 재정위기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최근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인상하는 등 긴축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구조를 감안할 경우 기업들의 적절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인가=유럽 각국의 재정수지는 지난 2009년 이후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와 조세수입 감소 등으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European Economic Forecast’에 따르면 그리스 등 5개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 2009년 10%, 정부부채는 85%에 달한다.
특히 과도한 재정적자 및 정부부채와 높은 실업률을 보이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최근 재정위기 관리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국가부도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지난 2월 3일 그리스 신정부의 재정적자 축소방안에 대해 EU 집행부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 국가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그리스의 신용이 투자부적격 등급은 아니지만 정부공채를 제외한 은행 및 기관이 발행한 채권은 거래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실천계획 진행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3월중 제출해야 하며 이같은 과정은 매 분기 계속될 전망이다.
□재정상황 왜 나빠졌나=PIIGS 국가들의 재정상황 악화는 경기부양을 위한 과도한 재정지출 확대과정에서 남유럽의 주요 산업인 관광, 해운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촉발됐다.
그리스의 경우 2007년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3.7에서 2010년 초 -12.2로 확대될 전망이며 스페인, 아일랜드도 2009년 EU재정적자 6.9%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유로지역의 느린 경기 회복세는 지난 2009년 GDP 성장률이 -4.1%에 달해 미국(-2.9%) 보다 부진했다. 여기에 경상수지 또한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로존(EURO Zone)에 통합돼 독자적인 금리 및 환율 정책운영도 한계에 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재정악화를 반영한 통화가치가 하락해야 신규 자금유입을 통한 경상수지 개선이 가능하나 유로화 강세 기조로 실물 통화가치에 비해 고평가되는 착시현상을 유발했다.
이에 따라 단일환율 적용으로 역내 국가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으며 유럽경제통화연맹(EMU)이 체제 동요에 대한 비상대책 또한 갖춰지지 않아 유사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 또한 높다.
한국은행 박진호 과장은 “단일환율 적용, 통화통합의 한계, 강한 전염력 등 EMU 체제의 한계가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됐다”며 “그리스는 작은 나라이지만 비슷한 문제가 있는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그리스 문제 해결이 유로화 및 유럽의 미래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확산가능성은 없나=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올해 만기도래금액은 550억 유로. 이중 절반이 5월말 만기예정으로 그리스 정부가 자체적으로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IMF 구제금융 지원방안과 EU펀드 활용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EU 펀드의 경우 규모 및 운영경험 등의 부족으로 프랑스와 독일 등이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의 국가부도시 단일통화체제에 대한 신뢰상실에 따른 시장자금 이탈과 유럽 내 타 국가로의 도미노 현상이 발생돼 EU 경제권에 대한 치명적 위기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EU 특별정상회의는 지난 2월11일 일부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그리스 사태를 해결할 것을 합의하고 재정감축을 위한 그리스의 자구노력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발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당분간 국제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이승준 수석연구원은 “PIIGS 재정위기 재발과 유럽 및 선진국으로의 확산은 세계경제에 대한 큰 타격과 장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제사회의 공조가 강화 될 것”이라며 “향후 세계 각국은 출구전략 보다 재정건전성 강화 및 경기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그리스의 재정위기가 국내에 끼치는 영향은 일단 제한적.
지난해 전체 수출대비 PIIGS 5개국의 수출액 비중은 2.37%에 불과해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가 더 큰 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에 제동이 걸려 원·달러 환율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무역연구원 김여진 연구원 “당분간 유로화의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으로 결제통화 선정시 이를 감안해야 한다”며 “PIIGS 국가에 대한 직접투자나 신규거래선 발굴에도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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