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가 꽃망울을 터뜨리면 계절은 봄이다. 봄이 온다고 경제와 기업의 세계에도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은 계절의 변화와 관계없이 온갖 동물들이 생존경쟁을 벌이는 전쟁터다. 그곳에는 쫓고 쫓기고, 먹고 먹히는 싸움이 벌어진다.
자동차로 달려도 지평선은 끝이 없는 초원, 사자와 가젤(Gazelle)은 쫓고 쫓기는 관계다. 가젤은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달린다. 사자 역시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죽는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달린다. 사자와 표범, 치타 등은 500m 이상을 달리지 못한다고 한다. 체온이 급격하게 올라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광원 생존경영연구소장에 따르면 초식동물에게 중요한 것은 위기를 극복하는 실력이다. 그런 실력만 있으면 사자보다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탁월한 전략으로 맹수를 피하는 동물은 생존을 이어간다. 그게 초원의 질서다.
비즈니스 세계도 세렝게티 초원의 생존경쟁과 다를 바 없다. 하루에도 수많은 기업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계속 달려야한다. 대기업이라고 유리하고 중소기업이라고 불리한 건 아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 때문에 살아남기 힘들다고 하지만 어디에도 틈새시장은 있는 법이고 공존할 수 있는 영역은 많다.

세계경제 위기의 연속

우선 중소기업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해서 품질경쟁력을 높이고 있는가, 핵심경쟁력 중심의 사업구조조정을 하는가, 최고경영자의 위기관리 능력은 어떤가, 노사관계는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답해야한다.
도약에 성공한 기업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했다는 것이 ‘브레이크스루 컴퍼니(The Breakthrough Com pany)’를 쓴 맥팔랜드(McFarland)의 분석이다. 그는 중소기업에게 목숨을 걸고 도약하라고 말한다. 기업은 우선 눈앞의 경쟁에서 이겨야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단기전에서 패하면 장기전은 없다. 멈칫거릴 여유는 없는 것이다.
세계경제는 위기의 연속이다. 세계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 들어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에 파장을 불러왔다. 또 다른 어떤 상황변화나 사건 사고도 전 세계에 큰 파도를 몰고 올 수 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른 바 ‘나비효과’는 허튼 이야기가 아니다.

中企 목숨걸고 도약해야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데 위기인줄도 모르고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세종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은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모습이 이렇다. 무슨 계파 소속의 의원들만 있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의원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은 누구의 졸개처럼 행동한다. 그러고도 국민을 들먹이며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각 정당들은 6월2일 지방선거에서 또 어떤 선심공약을 쏟아내며 국민들에게 표를 구할 것인지 걱정부터 앞선다. 세종시문제도 선거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만들어낸 엉터리공약이 아니었던가.
경기는 아직 풀리지 않았지만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금리를 올렸다. 경기도 중요하지만 물가잡기에도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매달려야한다. 따뜻한 봄날 학교를 나오는 젊은이들은 실업자 수를 늘리는데 기여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우물쭈물 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과 같은 말을 되씹을 일만 하고 있다. 국가백년대계는커녕 5년 앞도 못 보는 청맹과니들이 너무 많다. 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과 희망을 안겼다. 경쟁자들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고 메달을 따는 선수가 있던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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