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조 강화…시행시기 저울질

지난 2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속적인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통화정책 기조유지를 전제로 출구전략을 제때 시행할 준비가 충분히 갖춰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버냉키 의장은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방법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방향을 내놓았다. 그는 우선 금융위기 때 유동성 공급을 위해 사들였던 국채 및 정부보증채를 은행에 되파는 방법으로 시장을 테스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유동성을 회수해 보겠다는 전략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밖에 ▲초과지급준비금 금리인상 ▲재할인율 금리 인상 ▲역환매조건부 채권 매매 ▲기간예치금제도 조정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또는 적절히 병행해 출구전략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출구전략 본격화 되나=미국이 본격적인 출구전략 카드를 꺼내 들기에는 아직 경제상황이 어둡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최근 발표된 1월 미국 신축주택 판매실적은 3개월 연속 감소한 끝에 1963년 통계작성이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 최고 8천달러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는 정부조치를 4월말까지 연장했음에도 주택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진원지인 프레디맥도 미국 정부에 다시 손을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510억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적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부동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 미국 소비자물가는 1982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하는 등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해도 인플레이션이 확산될 우려가 아직 적은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글로벌 인플레 우려는 없나=지난해 세계 각국은 전세계 GDP의 3.8%에 달하는 2조4,7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해 V자형 경기회복을 이끌었다. 그러나 아시아 신흥국 위주로 부동산가격 급등가능성 등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주택가격의 경우 지난해 6월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12월 소비자 물가가 전월대비 1% 상승하는 등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잇따라 인상하고 시중은행에 대출억제를 지시하는 등 인플레 압력에 대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 또한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선제 조치를 취하거나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출구전략은 어떻게 진행되나=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와 국내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확산되면서 올해에는 출구전략 실행논의가 구체화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기회복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나 리먼사태와 같은 극심한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가 재연될 가능성이 낮고 미국에 이어 ECB 및 영란은행,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금융기관에 공급된 유동성을 상당부분 회수하는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을 정상화시키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미 18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 매입과 195억달러규모의 외화유동성 지원금을 전액 회수 완료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외의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이 사실상 실시된 상태다.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GDP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4%,3% 이상일 경우 0.25%의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하나금융연구소도 기준금리 인상시점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2.5%~4.0%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언제쯤=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신호탄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은행과 정부의 시각차가 뚜렷한 상황이다.
한은은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장기간 저금리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적 차단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한 고용상황 등을 감안 할 경우 성급한 금리인상에 따른 더블딥(Double Dip)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물가가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부동산시장 또한 DTI규제 등 금융규제만으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미국 등 선진국보다 앞선 금리 인상시 해외 자금유입에 따른 원화강세를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은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인상 시기와 공조를 이룰 가능성이 크고 한은은 물가와 자산가격을 정부는 국내외 경기와 고용상황을 판단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기획재정부 신제윤 차관보는 지난달 인천 송도에서 열린 G20 재무차관·중앙은행부총재 회의 결과에 대해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공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하고 “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한 국제공조 체제가 가동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4월부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연내 출구전략 시행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기업 및 가계도 적절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그러나 언제 실시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모건스탠리 등 해외 주요투자은행들은 최근 발표한 한국의 기준금리 전망보고서에서 상반기중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국제 공조를 위한 의견조율과 국내외의 정치일정 등을 감안할 경우 하반기가 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기은경제연구소 이경재 연구원은 “한은총재 및 2명의 금통위원의 임기만료와 6월에 실시될 지방선거도 숨은 변수”라며 “시장에서는 한은이 2월에 금리인상을 하지 못할 경우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나 인상여부를 타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오는 6월과 11월에 캐나다와 한국에서 G20 정상회담이 각각 열리고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등 굵직한 정치일정을 감안할 경우 하반기 이후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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