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세계화와 더불어 한식의 세계화가 요즘 중요한 화제가 되고 있다. 한식과 그 기반이 되는 농업은 제조업에 다른 시각의 지식, 즉 창의적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 제조업의 세계화에 비하면 한식의 세계화는 늦었지만, 한식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세계화 및 이업종 교류의 기회를 줄 것이다.
기업에게 필요한 창조적 아이디어는 생각 하는데서 시작되고, 그 아이디어의 상품화는 실행의 도전에서 이루어진다. 먼저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창조성도 나타나지 않는다. 뭔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골똘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상상을 하거나, 자신의 일과 전혀 다른 영역의 경험이나 지식을 통해, 심지어 휴식, 수면, 식사, 여행, 강연 중에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한식은 농업, 서비스업, 제조업이 결합돼 만들어지므로, 이업종 교류의 중요한 사례이다. 농업에서 좋은 재료를 만들어 내고, 제조업은 한식에 맞는 훌륭한 요리도구, 테이블, 식사도구 등을 제공하고, 음식점에 오고 싶게 만드는 서비스는 음식점의 임직원이 만들어 낸다. 물론 음식점의 임직원들이 한식 세계화 성공의 첨병들이다.
그러나 제조업 종사자들이 농업과 이업종교류를 하려면, 한식 세계화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한식의 최종 제품과 한식당의 서비스만 보지 말고, 한식의 재료를 보아야 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좋은 한식을 만들어 낼 수 없다.

21세기는 창의성시대

한식의 세계화는 ‘한식이 자연에서 나온 재료를 사용하는 웰빙 식품’이라는 평판이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다는 데서 시작 된다. 그러나 한식에 이용되는 재료가 음식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식도 농산품을 이용한 가공 산업이므로, 농산품을 제조업의 관점에서 보면 농업에서도 농-공이 결합되는 이업종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 농-공업에 생명공학을 결합해 보면 농-공-생명 산업이 되고, 여기에 환경을 결합해 보면 농-공-생명-환경 산업이 된다. 이를테면, 음식에 이용되는 천연 재료가 제조업과 결합되면, 고부가가치의 건강보조식품, 천연재료로 만든 소재, 첨단 의약품 등이 될 수 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고 나와 다른 분야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를 얻는 데는 견학 보다 좋은 것이 없다. 농-공의 결합은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지만, 농-공-생명의 결합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 이업종 교류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농-공-생명-환경이 연계된 연구를 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을 한번 가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70년대, 80년대 알고 있던 벼 품종만 개량하고 있는 곳이 아니다.

농업서 미래사업 찾아야

농촌진흥청이 진행하는 농업과학기술을 보고, 필자의 지식으로 농-공-생명-환경의 이업종 교류가 될 수 있는 인상적인 몇 가지 연구를 소개해 본다. 첫째, 세계 최초로 누에고치를 이용한 실크 ‘인공고막’을 개발하고 있다. 누에고치를 정선, 용해, 초정밀 분리 정제하여 실크막을 제조하면, 고막재생 효과가 37% 향상 된다.
둘째, 벌에 피해를 주지 않고 봉독을 채집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채집한 봉독을 이용한 천연항생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가축에 이용되는 항생제로서 가축의 성장촉진, 생존율 증가에 기여하고 있지만, 그 용도는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혈우병 치료제를 생산하는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 돼지를 이용해 희귀병인 혈우병을 치료하는 응고인자를 생산할 수 있다.
넷째, 기능성을 갖춘 다양한 농산품을 개발하고 있다. 노화방지 및 미백효능 화장품의 시제품을 생산하는 컬러 감자, 항산화·항노화에 효과 있는 컬러 고구마, 어린이 성장 촉진용 ‘하이아미’ 쌀, 식이섬유가 많은 다이어트 쌀 등을 생산하고 있다.
다섯째, 가축분뇨 퇴비 제조 및 바이오 가스 생산 기술을 개발하여 자원순환 기반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친환경 재생 에너지가 창출될 수 있다.
21세기는 창의성 시대이다. 창의성 시대에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하는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찾을 것인가? 우리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배울 것이 없는가를 찾아 보아야 하며,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이업종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는 것이다. 새로운 미래 사업 분야를 찾아야 한다면, 새로운 차원의 농업이 이업종 교류의 장으로 고려 될 필요가 있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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