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도시가 ‘셰익스피어 성지’가 되다

언제부터인지 지구촌에는 도시들도 생존전략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도시가 자생력을 잃게 되면 주민들은 그 도시를 떠난다. 그래서 지구촌의 도시들은 시티노믹스(Citinomics : ‘city+economics’의 합성어)전략을 세우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남서부 지역에 있는 소도시 ‘스트랫퍼드(Stratford)’는 2006년 기준 인구 3만 461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시골 도시인데 작으면서도 강한 강소도시로 불리고 있다. 스트랫퍼드는 철도환승역이 들어서면서 철도 산업의 중심지가 됐으나 1953년, 캐나다 국영철도회사(CNR)가 정비시설을 철수하면서 경기가 침체되어 쇠락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때 맥클레인-헌터(Maclean-Hunter)라는 잡지의 기자로 일하고 있던 톰 패터슨(Tom Patterson :1920∼2005)은 스트랫퍼드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연극제를 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가 그런 제안을 한 것은 스트랫퍼드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의 ‘스트랫퍼드’와 이름이 같다는 점에서 착안을 한 것이다. ‘스트랫퍼드’가 셰익스피어의 고향과 같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그곳에 1832년 ‘셰익스피어 호텔’이 들어섰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을 뿐, 이 도시는 문학·공연과는 거리가 먼 도시였다. 대다수 주민들은 톰 패터슨의 제안을 허황된 꿈이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토론토의 트리니티 대학에서 예술학사 학위를 받은 톰 패터슨은 문화적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안목과 끈기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페스티벌을 성공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주변 인물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영국까지 날아가서 유명 배우들을 만나 ‘셰익스피어 연극 페스티벌’의 공연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노력은 스트랫퍼드 시의회와 지역 경제인, 일반 시민을 감동시켜서 1952년 10월 31일 ‘스트랫퍼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이라는 법인이 설립됐다. 톰 패터슨의 열성에 감동해서 당시 최고의 셰익스피어 배우이자 연출가인 타이론 거스리(Tyrone Guthrie)가 주인공 역을 맡기로 수락했고 1953년 ‘리처드 3세’와 ‘끝이 좋으면 다 좋아’가 첫 공연을 갖게 됐다.
극장도 없이 텐트를 치고 공연을 시작했으나, 주민들이 온갖 정성을 쏟고 후원한 덕에 1957년 드디어 페스티벌 극장이 세워졌는데 극장은 텐트를 치고 처음 공연했을 때의 그 초심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텐트 모양으로 설계됐다.
스트랫퍼드는 페스티벌 개최에 만족하지 않고, 최고의 문화관광 도시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서 공공 정원 및 개인 주택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운동을 시 차원에서 실시했고, 1997년 스페인에서 열린 ‘아름다운 도시 뽑기 대회’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선정됐다.
2008년 스트랫퍼드를 찾는 관광객들의 숫자는 55만 명이 넘었고, 고용 현황을 보면,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주최 기관인 ‘페스티벌오브캐나다(Festival of Canada)’이 직접 고용한 인원은 1,773명이고, 간접 고용 인원도 1,523명에 이른다. 인구 3만의 작은 도시에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이 이뤄낸 성과는 실로 눈부신 것이 아니가?
오늘날 스트랫퍼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은 이 도시 최초의 연극 전용 극장인 페스티벌 극장을 비롯해 에이번 극장, 스튜디오 극장, 톰 패터슨 극장 등 4개의 극장에서 공연이 열리고 있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연극은 본고장인 영국 스트랫퍼드로 역수출되고 있다. 스트랫퍼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은 ‘세계 3대 연극제’로 우뚝 섰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 새로운 ‘셰익스피어 성지’가 됐다.
스트랫퍼드는 셰익스피어와는 아무 상관없는 ‘짝퉁’도시이지만 스트랫퍼드는 이름 하나로 세계적 페스티벌을 창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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