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올해 3월6일)을 기점으로 고로쇠 수액 채취가 절정을 달린다. 봄의 포문을 여는 것은 동백, 매화, 산수유 이전에 고로쇠다. 꽃 봉우리조차 언감생심, 꿈쩍 안할 때, 고로쇠 수액 받는 작업이 시작된다.
눈과 얼음이 녹지 않은 산속, 나무에 1~4개 정도의 채취 구멍을 뚫고 긴 호스를 꽂으면 수액은 비닐봉지에 모인다. 추위에 꽁꽁 얼어 붙은 고로쇠 수액. 해빙기에 돈을 만질 수 있는 효자 상품인 게다.
고로쇠는 전남 광양 백운산에서 수행하던 도선국사의 전설에서 시작된다. 통일신라 말기, 오랫동안 참선하다 몸을 일으키려던 도선국사. 무릎이 금세 펴질리 만무. 도선은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는데 나무가 부러졌고, 부러진 나무에서 수액이 흘러 나왔다.
그 물을 마신 도선의 다리가 펴져 ‘뼈에 이로운 물’이라 하여 ‘골리수(骨利水)’로 불렀는데, 나중에 고로쇠가 되었다는 내용. 익히 들어 아는 내용이다. 백운산 자락엔 고로쇠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으니 근거 있는 말이다.
해빙기 아주 잠깐 우리 곁에서 맴돌다 사라져 버리는 고로쇠. 전국 각지에서 고로쇠 채취에 여념이 없다. 언론이나 매체에서도 발 빠르게 고로쇠 이야기로 봄을 알린다. 고로쇠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다.
고로쇠 채취가 한창인 백운산 자락. 고로쇠, 매화꽃이 피는 요즘, 사람들은 섬진강 주변으로 나비처럼 찾아든다. 그 북적거림이 싫다면 광양 백계산(505m) 자락의 옥룡사지(옥룡면 추산리)로 가보자.
입구에서 대규모 동백군락지(도지정 기념물 12호, 2100여 평)를 만난다. 아름다운 숲으로 우수상을 받은 곳. 신라 경문왕 4년(864)에 도선국사가 옥룡사를 창건하고 풍수지리설에 따라 보호수를 심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하지만 매화꽃은 피어도 동백꽃은 꽃을 피워내지 못한다. 3월말이 절정이라서 한주 앞서 피어난 매화꽃 탓에 뒷전일 수밖에 없다. 동백꽃이 목적이라면 서두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숲을 걸을 수 있는 로드데크가 있다.
조금 더 오르면 옥룡사지(사적 제 407호)다. 도선이 30여년 동안 홀로 앉아 말을 잊고(宴坐忘言) 지내다 입적했다는 절. 어찌된 영문인지 중창불사도 하지 않은 채, 세월만 무상하게 느끼게 한다. 절터 위쪽으로 오르면 넓은 발굴터다. 청자 백자, 수막새 분청접시 명문비편 90여점 부도전지 등 많이 발견된 곳. 그 언덕을 넘으면 부도탑을 만나게 된다. 도선국사비와 부도가 있는데, 도선의 수제자 통진대사의 것과 함께 쌍비쌍탑이 있었음을 순천대박물관의 발굴로 밝혀졌다. 도선의 것으로 추청되는 유골이 담긴 석관이 있었단다. 이 봄, 주변에 피어난 동백꽃에 반한다. 꽃 색이 유난히 선명하다. 대규모 군락지가 아니면 어떠리. 사람들 북적거림 없으니, 그저 마음이 차분해져 좋을 뿐.
문득 도선국사(827~898)가 궁금하다. 영암출신, 15살에 화엄사에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 그 뒤 각지 유명한 사찰을 거쳐 수행하다 846년 곡성 동리산의 혜철스님의 법문을 듣고 오묘한 이치를 깨닫는다. 옥룡사에 자리잡고 후학들을 지도한다. 도선은 고려 왕조에 유명했다. 헌강왕은 궁궐로 초빙해 법문을 들었다. 사후에도 효공왕은 요공선사라는 시호를 내리고 옥룡사에 증성혜등탑을 세워 준다.
숙종은 대선사, 왕사로, 인종은 선각국사로 추봉했다. 도선을 이렇게 받든 것에는 고려 태조에 의해서다. 875년, 도선은 ‘지금부터 2년 뒤에 반드시 고귀한 사람이 태어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예언은 적효해 송악에서 태조가 태어났다. 태조 이후의 고려 왕들은 그를 극진히 존경하였던 것. 도선 이야기는 탄생지인 영암 도갑사와 사망지인 광양 옥룡사비문에서 전하고 있다. 어쨌든 옥룡사지에 도선국사가 심었다는 산 녹차나무가 남아, 터를 지키고 있다.

●찾아가는 길:호남고속도로 광양IC~오른쪽으로 고가도로~우회전~포장도로로 10여분 가면 옥룡면 소재지. 죽천리와 추산리로 갈라지는 삼거리~왼쪽 마을로 난 작은 시멘트 길을 따라 2∼3㎞ 가면 팻말 있다. 여기서 1㎞ 거리.
●별미집과 숙박:도선국사마을에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고 손두부를 먹을 수 있다. 원님이 식수로 애용했다는 사또 약수터도 있다. 광양시내는 불고기가 유명. 망덕포구에는 벚굴이 있다. 숙박은 백운산 자연휴양림(061-763-8615, www.gwangyang.go.kr)이나 민박, 읍내 모텔을 이용하면 된다. 고로쇠는 옥룡면 일원, 어치마을 등. 문의:061-797-272(광양시청 문화홍보실)
●주변 볼거리:옥룡사의 분원으로 추정되는 중흥사에는 중흥산성 3층석탑(보물 112호)과 중흥사 석조지장보살반가상(전남도 유형문화재 142호)이 있다.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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