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언제였던가 할 정도로 순항하고 있는 듯하다.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의 상승, 반도체와 자동차 중심으로 수출 호조, 과열로 보일 정도의 주식시장, 환율의 안정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는 지표가 경제의 실질을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논의는 별개라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세냐 잠시 쉬어가냐 하는 논쟁, 여전히 불안정한 고용 시장, 심각한 가계대출의 문제 등이 여전히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한국 경제는 2000년대 이후 산업구조가 정보통신,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고도화 되었다. 그 결과 총부가가치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회원국 중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기술 제조업 부가가치에서도 중상위 이상의 기술제조업 부문 비중이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며, 수출에서도 첨단산업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급속한 양적 성장과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절대적인 생산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06년 시점에서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국제비교해 보면 한국은 미국과 약 60% 차이를 나타내 OECD 회원국 중에서 터키, 멕시코 등 몇 개 국가를 제외하면 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고용창출에 기여

OECD를 중심으로 주요국에서는 높은 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중소기업, 즉 고성장중소기업(HGSME; high-growth SME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성장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3년에 걸친 매출성장률이 50%를 상회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고성장중소기업은 새공정 도입, 신제품 개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새로운 시장 개척의 주된 주체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고용창출 및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국도 경제의 안정성 제고 및 지속적 성장의 기반이 되는 고성장중소기업에 대한 관심과 적절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이미 입지를 구축하고 혁신의 성과를 다듬어서 대량·표준화 생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 고성장중소기업은 급격한 혁신을 도입하고 상품화하는데 주력하며, 산업의 글로벌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에서는 창의와 혁신, 그리고 위험부담의 역동성을 가진 중소·벤처 기업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금융·세제 지원 늘려야

특히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활발한 창업과 성장은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1997∼2004년까지 우리나라 대기업의 고용은 122만명 감소한 반면에 중소기업의 고용은 216만명 증가(KDI, 2007) 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과학·기술 지식의 응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거나 기술력이 중요한 경쟁력 요소인 중소기업으로, 최근에는 정보통신, 생명공학, 나노, 첨단전자, 신소재, 엔지니어링, 연구개발서비스 등의 산업분야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주력산업보다는 첨단기술 신산업과 지식기반 비즈니스서비스의 성장, 산업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달 31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주관한 행사에서 발표된 ‘2011년 정부 연구개발투자 방향(안)’에 의하면 내년도 정부 R&D의 3대 투자 중점분야 중에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부품·소재분야 중견·중소기업 기술력 강화 지원이 있다.
하지만 고성장중소기업이 연구개발 지원만으로는 육성되기 어렵다는 점은 명확하다. 성장을 위한 환경 구축은 금융, 인력, 세제 등 경영의 주된 요소 전반에 걸쳐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10년(1999~2008) 동안 대기업에 대한 연구개발비 세제지원은 늘어났으나, 중소기업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민간영역에서 진행된 연구개발비의 정부 지원 비율은 6.2%로 OECD 평균(6.7)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성장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실행단계에서 분명하게 관철되지 못하고 있는 한 단면을 보여준다. 더 늦기 전에 경쟁력 있는 고성장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한 정부의 관심을 기대한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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