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불회사. 나주시내에서는 오히려 거리가 멀다. 화순 운주사(15km 거리)와 가깝게 있다. 운주사보다 훨씬 시대를 앞서 백제 때 창건된 절. 천년고찰이며 멋진 동백군락지가 볼거리인 곳. 5월이면 차 덖는 사찰. 그런데 불회사는 운주사보다는 낯설다. 왜 그럴까? 이 봄, 불회사를 찾아보자.
봄 향연을 만끽하러 여러 날, 남도를 부산하게 돌아 다닌다. 불회사(나주시 다도면 마산리)의 동백꽃이 피었을까? 나주 영산포 홍어거리에서 매캐한 냄새를 맡으면서 문득 불회사를 떠올린다. 2km 남짓한 길이 이어진다. 수년의 세월의 흔적을 되새기고 있다. 일주문이 생겼네. 어라, 숲 길이 이렇게 멋졌었나? 삼나무 숲길은 세월 지나 제대로 된 운치를 보여준다. 으레 그랬듯이 석장승(중요민속자료 제11호) 앞에 차를 멈춘다. ‘여전하군. 그 자리에 있어줘 반갑네’하면서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불회사 석장승은 꽤 유명하다. 눈이 퉁방울처럼 튀어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 석장승 표정은 우리네 얼굴을 닮은 듯, 친근하다. 웬지 해학적이다. 모습에서 남녀가 구분된다. 그런데 이름은 반대. 보편적으로 남장승이 상원주장군, 여장승을 하원당장군이라 쓴다. 그런데 할아버지 장승에 ‘하원당장군’이라 표기돼 있다. 혹시 ‘여성우월’을 뜻한 건 아닐까? 순전히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조금 더 가면 불회사다. 아담했던 절집. 세월 지나면서 많이 정비됨을 느끼게 한다. 동백군락지가 약간 가려진 것이 아쉽지만 거슬리지 않은 가람 배치다.
백양사의 말사인 불회사. 창건 시기는 두 가지 기록이 전해온다. 384년(백제 15대왕 침류왕 1)에 인도승 마라난타가 창건했다는 설과 그보다 전, 367년(백제 13대왕, 근초고왕 22)에 희연이 창건했다고도 전해 온다. 한국의 최초 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고려 초 도선국사가 중창한다. 화순 운주사가 만들어졌다는 시점. 이후 조선시대 태종 2년(1403년)에 원진국사(1171∼1221)가 크게 불사한다. 원진국사 부도(도유형문화재 225호)는 대웅전에서 마주 보이는 앞산 중턱에 있다. 조선 후기, 1664년, 1747년, 1798년 3차례나 화재로 인해 전소된다. 계속 진여문, 심검당, 천왕문, 요사 등 당우들을 증축하고, 2층 누각형태의 대양루(2001년)를 완공해 오늘에 이른다.
가람이 많이 늘어나고 정비되긴 했지만 여전히 조촐하다. 진여문-대양루에 이어 대웅전이 수직선의 정점에 위치한다. 심검당은 왼편, 사운당은 오른편에 있다. 대웅전(보물 1310호)은 화재로 소실됐다가 조선 순조 8년(1808년)에 다시 지었다. 그러면서 창건 당시의‘ 불호사’가 ‘불회사’로 바뀐 듯하다. 대웅전은 조선후기 건립 당시의 면모를 잘 간직하고 있다.
불회사의 매력은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군락지다. ‘춘불회(春佛會) 추내장(秋內藏)’이라는 옛말이 있다. ‘봄 경치는 불회사가 최고, 가을 경치는 내장사가 최고’라는 의미다. 바로 이 동백군락지 때문일 듯하다. 절 뒤켠, 일렬로 조성된 상록수림. 인공림일 것이다. 사찰 전각들을 화재에서 지키려 옛 스님들이 고안해낸 것은 ‘내화수림대(耐火樹林帶)’. 산불이 절로 내려오지 못하게, 절에서 난 불이 산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전각 뒤에 일정한 공간을 비워둔다. 거기에 동백나무 등 화재에 강한 나무들을 심어 방화차단벽으로 조성했다. ‘내화 숲’이다. 이곳도 그런 연유로 조성된 듯하다.
머지않아 5월이면 차 수확을 할 것이다. 다도면은 지명에서처럼 느껴지듯이 오래전부터 차나무가 많았던 곳. 이곳도 야생차밭이 있다. 직접 딴 차를 이용해 ‘비로다’를 전통방식(가스불 이용)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온도가 낮아 곡우가 훨씬 지나서 차 생산을 한다. 양도 적은 편. 대양루 1층의 ‘비로다경실’에서 차 시음이 가능하다.
사진은 불회사 대웅전 전경.

●개장시간:호남고속도로~광주에서 너릿재터널~화순읍(22, 29국도)~화순중앙병원 사거리에서 우회전(29번 국도)~능주(822번 지방도)~도곡 효산리를 거쳐 평리 사거리에서 좌회전~817번 지방도~도암 삼거리에서 직진~용강저수지를 지나 나주호 쪽으로 15km 정도 가면 된다.
●별미집과 숙박:남평에 드들강 주변에 매운탕집들이 있다. 나주시내에서는 곰탕과 영산포 홍어거리가 있다.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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