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개발 지원 절실

그동안 나눠먹기식의 기술개발 지원은 결국, 협회나 기관과 같은 중간조직의 운영비로 상당부분 충당되었고,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이 실질적인 지원성과에 대한 책임이나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지원에 대한 조력자(helper)의 역할은 담당하였는지 몰라도, 실질적인 협업적 동반자 (partner)로서의 기능과 역할은 미흡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시장상황은 갈수록 급변하는 예측위험도가 높아가고 투자비 역시 비례하여 증가하는 현실에서 자칫 투자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술개발 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정부의 지원을 내세운 중간조직의 적극적인 홍보에 매칭펀드 형식의 기술개발은 혁신을 위한 심리적, 실질적인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조직이 자신의 이익과 목표대비 지원과 같은 단순논리식의 무책임, 무감동의 형식논리에 의한 정책지원으로 많은 우량기업들이 지원조차 어려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한계기업이나 아이디어만으로 몇 년째 사업개발 지원을 받는 이상한 벤처아닌 벤처기업들도 생겨나면서 도덕적해이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많은 대학동아리 가운데 벤처클럽과 같은 동아리는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것을 자랑으로 알며 일년 내내 혁신의 아이디어 제안마련에 분주하다. 안타까운 것은 그 우수상을 받은 아이디어들이 사업으로 전환되지도 못한채 사장된다는 점이다.

지원조직 축소땐 ‘역효과’

또한 많은 대학에서 특허를 받고 보유한 기술들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의 영세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점이다. 기술협의회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자신의 기업은 A라는 기술이 필요한 데, 수많은 사이트를 뒤져봐도 A’이나 B는 있지만 자신에게 꼭 맞는 수요지향 기술시장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한숨을 쉬는 경우도 보았다. 정부의 정책에 의해 움직이는 중간조직은 그 태생에서부터 기술개발이나 정책입안자 위주의 공급자 지향일 수 밖에 없고 이들에 의한 기술개발 지원이 얼마나 심각한 현장과의 괴리가 있는지에 대한 단적인 증거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중간조직의 정비나 혁신을 넘어 축소하거나 아예 패쇄하려는 판단은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이라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도 어렵거니와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는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시장조성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중복 운운하며 관련조직의 통폐합이라는 강력한 합리화방안은 자칫 단순 산술의 오류를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이다.
예컨대 창립된 지 10년도 채 못되어 화려한 시장조성의 진입기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공중 분해해버린 기술거래소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아직도 한국에서 개방형 혁신이나 개방형 연구개발 네트워크가 형성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잘못된 중간조직을 바로잡을 필요성은 있지만 통폐합을 통한 축소지향의 시그널을 시장에 강조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선진경제의 입구에 있는 한국경제의 핵심역량은 바로 강력한 기술로 무장된 중소기업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 용 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