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은 어버이날이자 석가탄신일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여러 절집 중에서 유독 석가탄신일에만 개방하는 곳이 문경 희양산 자락에 있는 봉암사다. 인근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칠월칠석날도 개방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이곳은 속인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다. 얼마전 봉암사 주변의 선유동 계곡을 잠시 들렀다가 봉암사를 생각했다. 문턱 높은 봉암사를 찾은 것은 지난해 초파일이었다.
석가탄신일에만 개방하는 문경 희양산 자락에 폭 파묻혀 있는 봉암사. 그날 하루는 조용했던 산사 주변은 교통난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수많은 관광차와 승용차의 행렬은 길게 도로변을 메우고 있다. 무질서하게 통행을 허락했던 탓에 오가는 차에 치여서 사람들 발길을 방해하고 있다. 이럴 바에는 애시당초 차량 통행을 금지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기대감에 부풀어 사찰을 향해 걸어간다.
봉암사 뒤켠에 우뚝 서 있는 바위산자락. 충북과 경북의 경계로 속리산국립공원에 잇대어 있는 희양산이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는 희양산. 문경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의 줄기에 우뚝 솟은 암봉이다. 그 모습이 우뚝하고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처럼 보이는 데다 바위 낭떠러지들이 하얗게 드러나 있어 주변의 산에서 뿐만 아니라 먼 산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산이다.
예사롭지 않은 산세형상이 느껴지는 산자락 옴팍한 곳에 사찰이 폭 파묻혀 있다. 생각보다 꽤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대찰이다.
이곳은 신라 말의 고승 지증대사가 전국 명산을 둘러본 뒤 이곳에 와 “스님들의 수도처가 되지 않으면 도적떼의 소굴이 될 자리”라며 신라 헌강왕5년(879년)에 창건한 사찰. 그후 구산선문(달마대사의 선법을 종지로 삼은 아홉 교파)의 일파인 희양산파의 종찰이었다.
봉암사에는 지증대사적조탑비, 지증대사적조탑, 원오탑비, 정진대원오탑, 삼층석탑, 함허당득통지탑, 환적당지경지탑, 상봉대선사비, 노주석, 백운대, 마애불좌상 등이 있다.
조계종 특별선원인 봉암사는 지금도 이 땅에서 마지막 남은 청정수행 도량으로 꼽힌다. 그러나 사람들이 밀려드는 초파일에는 모든 차량의 통행금지를 해줬으면 할 정도로 교통체증으로 몸살이 나는 곳이다.
이번 개방을 기회로 산행을 즐겨도 좋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장쾌하고 아름답다. 봉암사가 자리한 봉암용곡 너머로는 대야산, 속리산 줄기가 거센 파도인 듯 날카롭게 솟아있다.
봉암사 위의 백운곡은 무성한 숲속에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으로 시원한 계류가 넓은 암반을 흐르고, 기암괴석, 폭포, 옥석대 바위에 있는 마애불좌상, 백운대 등이 절경이다.
■대중교통 : 동서울터미널에서 가은읍 시내까지 버스(상주, 은척행) 1일 3회 운행. 가은읍에서 벌바위까지 1일 8회운행되며 30분 소요. 문경시에서 벌바위까지 1일 8회 운행되며 1시간 정도 소요.
■자가운전 : 서울-중부고속도로-음성IC-지방도 518번-음성군 금왕읍-국도 3번-충주시-수안보-문경읍-마성면-가은읍-벌바위-용추주차장.
■별미집&숙박 ; 용추계곡 주변에 식당이 몇 있다. 그 외 선유동 계곡 앞에 있는 학천정 식당은 집에서 맛보는 것처럼 음식을 맛스럽게 내놓는 곳. 능이 등을 넣어 만든 향 진한 자연산 버섯찌개가 별미다.
■이곳도 들러보세요-대야산과 선유동계곡
봉암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야산(931m,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과 선유동 계곡이 있다. 대야산 용추폭포까지의 가벼운 산행은 기분을 금세 좋게 해준다. 또 선유동 계곡은 문경팔경의 하나로 거대한 암반을 인공적으로 포개 놓은 듯 넓게 펼쳐진다. 암반사이로 맑은 물이 쏟아져 내리고 벌통 모양의 바위가 듬성듬성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모양의 바위를 따서 마을 이름도 ‘벌바위’라고 부른다. 이 곳의 아름다운 경승을 아홉구비로 나누어 선유구곡이라 한다. 계곡의 시작지점에 학천정, 끝지점에 칠우정이 있다. 계곡의 양편을 메운 깊은 숲과 계류를 덮어버리는 오랜 소나무들이 많아 운치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 풍광좋은 계곡 저편으로는 이완용의 유배지가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