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범한 참여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을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기술혁신 역량과 자생력 배양에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선진국의 기술지원제도를 분석해 우리 실정에 맞도록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의 중소기업 기술지원제도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중소기업청은 최근 국방부 등 9개 정부부처와 수자원공사 등 6개 정부투자기관이 올해 R&D 예산 4조679억원의 13.9%인 5,649억원을 중소기업 기술혁신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정부부처 및 정부투자기관이 중소기업 기술혁신에 실질적인 지원을 늘려나가기 위한 것으로 미국의 중소기업 기술지원제도인 중소기업혁신연구개발(SBIR: 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프로그램을 원용한 것이라고 중기청은 밝혔다.
SBIR 프로그램은 중소기업기술이전 프로그램(STTR: Small Business Technology Transfer Program)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기술지원 제도다.
SBIR 프로그램은 지난 82년 제정된 중소기업혁신연구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연간 1억달러 이상의 R&D 예산을 운영하는 국방부, 에너지부, 항공우주국(NASA) 등 11개 연방정부 기관이 해당 분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및 사업화, 판로확보를 일괄 지원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R&D 예산의 일정 비율을 중소·벤처기업전용으로 할당해야 하는데 그 비율은 매년 증가해 최근에는 2.5%에 이르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한 중소기업 지원규모는 지난 2000년의 경우 12억 달러에 달했다.

연간 12억달러 中企기술 지원
각 연방기관이 SBIR에 의해 수행돼야 할 연구계획서를 준비해 발표하면 중소기업은 간단한 양식에 의해 직접 각 연방기관에 대해 연구 프로젝트 계획안을 제출하고, 각 연방기관은 계획안을 취합해 과제선정과정을 거쳐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계약금의 교부를 결정하게 된다.
SBIR 프로그램은 3단계로 구분돼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아이디어의 기술적인 이점과 실현가능성을 심사해 6개월의 연구기간동안 최고 1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두 번째 단계는 시제품 제작의 단계로 2년 동안 75만 달러의 보조금이 지원된다. 세 번째 단계는 상업화 단계로 SBIR 프로그램에서는 자금을 제공하지 않지만 벤처캐피탈 등 민간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이 이뤄지고 있다.
STTR 프로그램은 중소기업과 연구기관간의 공동연구를 위한 제도이다. STTR은 중소기업 단독 연구가 가능한 SBIR과는 달리 국방부, 에너지부, 복지부, NASA, 국가과학재단(NSF) 등 5개 기관과 중소기업이 공동연구를 수행할 때만 지원된다.
STTR 프로그램도 3단계에 걸쳐 지원되는데 1단계는 대략 1년에 걸쳐 10만 달러까지의 기금이 아이디어나 기술의 과학적, 기술적, 상업적 타당성을 위한 검토 작업에 투입된다. 2단계는 1단계를 통과한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해 2년간에 걸쳐 최고 50만 달러까지의 기금이 투입되며 연구개발 활동이 수행되고 실용화 잠재력이 고려되는 단계이다. 3단계는 2단계 연구에서의 혁신이 시장에서 전개되는 과정으로 STTR 자금은 지원되지 않으나 민간부분이나 다른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
SBIR과 STTR 프로그램은 가장 모범적인 중소기업 기술지원제도로 평가받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SBIR 프로그램을 도입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돕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경영·기술지도를 위한 각종 지원제도가 잘 발달돼 있다. 그동안 미국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금융지원정책 중심으로 전개돼 왔으나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경영 및 기술지도와 연수훈련정책으로 방향 전환이 이뤄졌다.

전문가 기술지도 ‘활발’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지도와 연수는 미 중소기업청(SBA)이 조직한 봉사활동기관인 퇴역경영지도자제도(SCORE: Service corps of Retired Executives)와 현역경영자를 활용하는 현역경영지도자제도(ACE: Actives Corps of Executives)가 주로 맡고 있다. 이들은 기업경영에 많은 경험과 실적을 가진 전문가조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지도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SCORE와 ACE는 일종의 중소기업청 소속 기관으로 개별기업의 지도와 연수를 실시하고 있는데 SBA가 실시하는 지도와 연수가운데 약 60%를 이들 두 단체가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자금조달, 정부조달 참가, 세무신고 등의 신청서 ·계약서의 작성, 기업 상호간의 규약조건의 결정에서부터 관계기관의 소개 등 개별 중소기업이 직면하는 모든 문제에 관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중소기업 기술지원정책은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또 한국처럼 대기업에 대한 업종제한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중소기업은 시장원리에 따라 대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산업공학과 박춘엽 교수는 “미국의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한마디로 ‘시장주의'라 정의할 수 있다"며 “한국과는 달리 연방정부가 개별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시장 중심의 간접지원 방식
주정부에서는 SBIR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기도 하고 직접융자, 신용보증, 이자보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나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은 제한적이다. 82년 SBIR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연방정부 차원의 직접금융 지원은 대부분 폐지됐고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에 대한 자금지원은 정부가 민간금융기관의 융자에 대해 신용보완을 하는 신용보증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SBIR과 STTR 프로그램 역시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평가와 시제품 개발 단계까지만 연방정부의 자금이 지원되고 기술과 아이디어의 상업화 과정에서는 연방정부 자금이 아닌 밴처캐피탈 등 민간 자금을 이용케 하고 있다.
박춘엽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사정이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벤처캐피탈이 활성화돼 있고 담보가 없는 소규모 기업이라도 타당성 있는 계획서만 있으면 민간은행들이 돈을 얼마든지 빌려주는 신용대출제도가 정착돼 있어 정부가 직접 중소기업 지원에 나설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시장 원리에 의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영역이 자연스럽게 나눠져 있어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사례가 좀처럼 발생하지 않고 있다.
박준엽 교수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한국의 여건에서는 중소기업 스스로가 기술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각종 기술 지원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중소기업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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