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능을 화성으로 옮기고 나서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복원한 사찰이 용주사다. 당시 유교가 대세인지라 사당을 만들 수 없었다.
옛 폐사지에 사찰을 복원한다는 이유로 용주사를 건립한다. 아버지 사도세자(장조) 위패를 모실 호성전을 만든다. 왕실에서 만든 것을 증명해주듯 일반 사찰에서 보기 드문 건축물이 많다.
우선 홍살문이다. 홍살문은 주로 왕릉, 사당 등 직위가 높은 ‘시자’를 기리는 입구에 서 있게 마련. 삼문 앞 해태 상 표정이 귀여워 한참이나 보고 삼문으로 들어선다. 이 삼문 또한 왕궁 등에만 사용된다. 5층 석탑을 보고 경내로 들어서려면 천보루(경기도 문화재자료 제36호)를 거친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2층 누각이다. 6개 사각기둥은 경복궁 경회루의 1층 기둥을 연상시킨다. 2층 누각은 삼면을 난간으로 두른 누마루 형태다. 지붕을 보면 따로 줄행랑이 달려 있는 맞배지붕 형태다. 대갓집의 건축양식과 흡사하다. 이것만으로도 왕실의 후원 하에 지어진 사찰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특이한 점은 또 있다. 앞 뒤에 걸린 두 개의 현판, 천보루와 ‘홍제루’다. 천보루는 궁궐 건물에나 붙을 법한 현판이다. 또 눈여겨 볼 것은 목어다. 정조 14년(1709)에 만들어진 목어는 비늘, 혀, 치아, 지느러미 등이 매우 사실적이며 눈이 그려진 예술적인 작품이다.
그 앞에 대웅전이 있고 왼편에 범종(국보 120호)이 있다. 범종에 새겨진 명문에는 신라시대의 종이라고 돼 있으나 현재 학계에서는 고려초기의 범종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정조가 용주사를 만들었을 때 이미 이 동종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도대체 헷갈리는 사찰이다.
이 시점에서 용주사의 전신을 알아보자. 신라 문성왕 16년(854)에 염거화상이 세운 갈양사가 있었으나 병자호란 때 소실된 후 폐사됐다고 전한다. 그 곳에 정조가 아버지 능을 옮기면서 부친의 명복을 빌기 위해 용주사를 조성한 것. 낙성식 전날 밤 정조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꾸어 용주사라 부르게 됐다고 전해진다. 이런저런 이유를 따져봐도 동종이 있을 리 만무. 폐사지였던 곳에 동종은 어디에 있었을까가 의문스럽다. 어쨌든 동종에는 비천상과 결가부좌한 삼존불상이 새겨져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하늘을 날아갈 듯하다.
대웅보전은 조선후기의 전형적인 사원건축양식이다. 융릉 정자각의 대우석과 동일한 양식으로 삼태극, 비운, 모란의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 삼존불이고 후불탱화(경기도 유형문화재 16호)가 있다. 북쪽 벽에는 삼장탱화가 있고 부처님 위에만 설치돼야 할 닫집이 이 탱화가 모셔진 동쪽 벽과 영단이 있는 서쪽 벽 위에 화랑 형태로 정교하게 장식돼 있다. 이것은 감로탱화가 있는 영단 앞에 사도세자의 위패를 봉안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웅보전 우측에 호성전과 지장전이 있다. 호성전은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전각으로 사도세자(장조)위패를 시작으로 정조대왕, 경의황후(혜경궁 홍씨), 효의왕후 김씨(정조의 왕비)위패가 모셔져 있다. 그 앞 부모은중경탑에 빼곡하게 ‘효’ 에 대한 글귀가 새겨져 있다.
대웅전 왼쪽에는 천불전, 그 뒤켠에는 시방칠등각이 있다. 시방칠등각은 칠성각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데 단순히 산신만 모시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 중앙에 부처가 있다. 그 외 눈에 띄는 현판으로는 나유타로와 만수리실다. 나유타로는 창건당시에 승당이었다고 하는데 요사채로 이용한다.
또 만수리당은 선방인데 객실로 이용하고 있다. 그 외 박물관이 있다. 여러 가지 볼거리 중, 김홍도 그림이라 추정하는 행궁도로 그 모습은 가히 감동적이다. 어쨌든 용주사는 정조의 효심으로 창건된 사찰이라 하여 ‘효찰대본산’으로 불린다.

●입장료:어른(1500원)/화성시 송산동 188/031-234-0040/www. yongjoosa.or.kr
●찾아가는 방법:1번 국도(서울~오산)~병점 육교에서 좌회전(1.5km)~안용중학교~수원대학교 방향 1.5km/수원시내~동수원 사거리에서 좌회전~남쪽으로 7.8km 지점인 병점 삼거리에서 우회전(정서쪽)해 3km 지점/동수원, 북수원 IC, 신갈 IC를 이용해도 된다.
●대중교통:수원역에서 용주사행 24번, 24-1번, 46번, 46-1번 이용.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