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재현하다
호국 보훈의 달에 감상하면 좋을 영화로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재현한 흑백 대작 <지상 최대의 작전>(1962)을 권한다. 코르넬리우스 라이언의 베스트 셀러를 바탕으로 한 <지상 최대의 작전>은 진주만 공습을 배경으로 한 <도라! 도라! 도라!>(1970)와 더불어, 2차 대전 학습용으로 유용한 세미 다큐멘타리풍 전쟁 영화다.<지상 최대의 작전>은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입장에서 노르망디 상륙 작전 전날과 당일을 묘사한다.
영화의 반을 일본 측에 할애한 <도라! 도라! 도라!>와 마찬가지로, 적군의 시각과 작전도 역사로서 기록하고자 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두 고전을 각각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와 <진주만>(2001)과 비교해 보면, 역사 현장을 기록하고 전쟁의 어리석음을 후세에 전하고자 했던 당시 영화인들의 진지함이 더욱 돋보인다.
영국 측엔 켄 아나킨, 미국 측엔 앤드류 마톤, 독일 측엔 베른하르트 비키 감독이 배당되어 각 나라를 대표하는 남성 스타 43명과 군인 23,000명을 동원해, 전쟁 당시 현장에서 열 달 동안 촬영하였다. 따라서 <지상 최대의 작전>은 미국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2차 대전 영화 중, 자국민이 자국어로 연기한 최초의 영화다.
영화는 <지상 최대의 작전>이라는 제목과 긴 상영 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 전반부는 지루한 기다림에 초조해하는 군인들을 통해 폭풍 전야의 고요를 연상시키고, 후반부는 입체적 작전에 할애된다. 이 방대한 야심을 지루하고 산만하게 여길 관객도 있을 것이다. 4개국 지휘관에서 이름 없는 병사까지 종횡무진 오가다보니, 특히 군대를 모르는 여성에겐 무척 혼란스럽다. 그러나 역사 기록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엄청난 규모의 영화란 점을 생각해보면, <지상 최대의 작전>에 불만을 갖기 힘들다.
잊지 못할 장면이 너무나 많다. 해안에 거꾸로 놓인 철모 위로 유명한 북소리 주제곡이 서서히 음량을 높이며 영화가 시작되면, 가슴이 뭉클해지다 못해 쾅쾅 뛴다. 폴 앵카와 미치 밀러 합창단이 부른 ‘더 롱기스트 데이’는 <콰이강의 다리>(19 57)의 휘파람 행진곡과 더불어 군대 행진곡의 명곡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단 한 컷으로 처리되는 위스트람 카지노 전투의 공중 부감은 연출의 묘란 무엇인지를 웅변한다.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기차 폭파 장면이 끝나면 손이 땀으로 비적 거린다. 그리고 베토벤의 ‘운명교향곡’과 함께 오마하 해변을 까맣게 뒤덮는 연합군 함대의 위용!
<지상 최대의 작전>은 아카데미 특수 효과상과 촬영상을 받았고 작품, 흑백 미술, 편집상 후보에 올랐다. 시네마스코프 화면의 대작 전쟁 영화는 후에 컴퓨터 컬러 버전이 나오기도 했다. 1963년, 흑인 인권 단체 NAACP는 <지상 최대의 작전>을 고발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때 1,700명의 흑인 병사가 참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흑인 배우도 캐스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상 최대의 작전>의 가장 큰 실책이요 오점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을 맞아 출시된 스페셜 에디션 dvd에는 디지털 손질을 거친 본 영화와 서플먼트 두 개가 들어있다.
■옥선희┃영화칼럼니스트blog.naver.com/easto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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