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는 일자리 창출·혁신의 주역”

“중소기업은 혁신의 주역, 일자리 창출의 주역입니다.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의 정부정책이 중소기업지향으로 전환돼야 하며 중소기업은 다이나믹 코리아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경제 칼럼니스트는 지난 16일 제주에서 열린 ‘2010 중소기업리더스 포럼’ 해외명사 초청 특별 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중앙일보 김정수 논설위원,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참가, 한국 중소기업의 미래에 대해 논의 했다.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김기문 회장=한국경제 미래는 중소기업에 달려 있다. 그러나 한국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거래에서 다양한 불공정거래에 노출돼 있다. 대기업은 금융위기에서도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렸지만 거래 중소기업은 여전히 경영난에 허덕인다.
이익 및 성과에 대한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중소기업들의 투자여력은 제한되고 미래의 성장 동력인 인재양성에도 한계가 있어 그 결과 청년구직자들의 대기업 편중 또한 여전한 상황이다.
□페섹=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불균형 문제는 정부 정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췄느냐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정부의 산업정책은 대기업 중심이었다. 빠른 시간 내에 경제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제한된 자원이 대기업에 집중됐고 그 결과 괄목할만한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과거 경제성장의 주역인 대기업에 대해 다수의 국민들도 그 같은 역할을 인정한 결과 우호적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틀을 바꾸어야 한다. 혁신의 주역,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공정 경쟁 룰이 확립돼야 하며 중소기업중앙회의 최대 과제는 이러한 견해를 정부에 피력하고 공정경쟁의 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홍보문구를 볼 때 마다 삼성, 엘지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넥타이를 매지 않는 젊은 기업, 창의적 중소기업들이 떠오른다. 그만큼 한국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김정수 논설위원=공정경쟁 체제를 강화하는 것 외에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은 없나? 또 수출의존형 성장정책 지속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연에서 밝혔지만 경제규모 뿐만 아니라 질적 향상을 주도한 것도 사실 수출주도형 정책 덕분이다. 대안은 없나?
□페섹=젊은 층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고용 보장과 대기업 취직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평생직장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젊은이들이 창업에 나서는 것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도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비전이 공유돼야 한다. 작은 기업도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사고의 전환이 필수다. 미국의 경우 세계적인 기업가들 중 한 번에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 좀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수출주도형 정책의 대안은 서비스 산업 육성을 꼽을 수 있으며 수출정책 또한 미국과 유럽위주에서 아세안 역내무역으로 눈 돌릴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이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와 소비침체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수출드라이브 효과는 한계에 달할 것이다. 그만큼 아세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소비자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한국기업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내수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
□김기문 회장=수출형 경제구조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환율문제 또한 중소기업들에게 중요하다. 더블딥, 위안화 절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최근 환율움직임은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페섹=기본적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에는 한국주식이 싸다는 기사가 계속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6개월 내에 외화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높다. 한국의 통화가 강하다는 것은 반대로 경제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불안정한 환율 움직임으로 중소기업들이 어려워 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김기문 회장=한국의 중소기업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는데 한국의 주무부처는 미국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중소기업 정책이 현실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페섹=CEO 출신 대통령에게 더 큰 목소리를 내서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은 물론 다이나믹 코리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 CEO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는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미시적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대통령은 거시적인 관점에 있기 때문에 민간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장희 교수=대통령의 마이크로 한 문제에 대한 인식보다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이 말하면 받아들여지지만 중소기업 의견은 경청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다. 중소기업이 경제의 근간이라는 것을 사회가 알아야 한다.
□김정수 논설위원=유럽 재정위기 등을 감안할 때 선진국 중심으로 더블딥 가능성은 없는가? 또 고령화, 수출주도 전략 한계, 기업가 정신 쇠퇴 등 한국이 제2의 일본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페섹=불행하게도 더블딥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를 비롯, 여러 재정정책을 실시했음에도 이번 금융위기는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소위 유동성 함정에 걸려 제로금리임에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민간 부분 부채가 크고 채권발행이 부정적 영향을 끼쳐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더블딥 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럽은 독일이 포루투칼, 그리스에 엄청난 자금을 지원해줬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제2의 일본이 될 가능성에 대한 지적은 일리 있다. 일본은 경제성장에 안주했기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러나 한국은 안주할 틈이 없다. 중국은 한국을 혁신 할 수 밖에 없도록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은 일본을 보면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리=박완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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