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결국 해냈다. 나이지리아와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2대2로 비김으로써 ‘첫 원정 16강’ 문턱을 넘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끝에 얻은 결과다.
그리스에 완승을 거두었을 때 전국은 감동의 물결 그 자체였다. 그 짜릿한 감동과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르헨티나에게 덜미를 잡히자 국민들이 좌절감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실망은 잠시, 다시 일어서서 해냈다. 승패를 뛰어넘어 도전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축구공은 둥글기에 경기결과가 예상과는 같지 않은 경우는 흔하다. 그런 경우를 이변이라고 하지만 스포츠에서 강하다고 예상되는 팀이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팀이 강한 것이다.
그리스 전이 열린 날 밤, 세찬 비를 맞으며 거리에서 열광하는 국민들을 보았는가. 나이지리아 전이 열린 건 23일 새벽 3시30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22일 저녁때부터 거리로 나와 밤을 새웠다. 그렇게 열광하는 젊은이들이 있는 한 이루지 못할 게 무엇일까.

산업현장엔 인력난 여전

축구열기를 경제로 돌려야한다. 밤을 새우며 거리에서 ‘대~한민국’을 소리 높여 외치는 젊은이들은 많은데 산업현장, 특히 중소기업에는 사람이 없어 아우성이다. 왜 산업현장에서 ‘대~한민국을 함께 외칠 사람이 없는가.
유망 중소기업이지만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또 중소기업이라서 대졸자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 2002년 월드컵 이전에 박지성 선수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사람들은 그의 진가를 알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 선수로 성장해서 한국축구의 대들보가 됐다. 그는 처음부터 대선수로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지만 숨은 보석은 얼마든지 있다.
박지성 선수의 발은 수많은 상처와 굳은살로 가득하다. 환상적인 연기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 선수의 발, 세계적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도 모진 훈련을 견디고 이겨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들의 발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고통을 이겨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않다. 그런 일에 불평하지 마라.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마라. 너의 할아버지는 그 일을 기회로 생각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사람인 빌 게이츠가 어느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햄버거가게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게 수치스럽다고 생각한다면 기회를 잃는 건 말할 것 없고 미래를 열어갈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이다.

청년인력 中企서 꿈 키워야

청년 일자리는 중소기업에 있다. 큰 회사서 ‘부품’처럼 일 하기보다 부품회사에 들어가 큰 회사를 만들 꿈을 가져야 한다. 초봉이 적어서 중소기업에 안 간다고? 아르헨티나 대표선수 메시의 연봉은 우리 대표 팀 전체 몸값의 두 배에 가깝다. 그가 처음부터 많은 연봉을 받은 게 아니다. 연봉이 적다고 축구 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대선수로 클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축구에서 경기시간 내내 공간과 시간을 선점(先占)하고 지배하면 경기에 이긴다. 공간과 시간의 선점은 한마디로 상대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뛴다는 뜻이다. 많이 뛰면 볼을 차지할 기회도 골을 넣을 기회도 많아진다. 산업현장에서도 이치는 마찬가지다. 선진국보다 소득이 낮으면 그들보다 더 많이 일해야 하고 후발개도국들보다 임금이 높으면 그들보다 생산성을 훨씬 높여야 한다.
월드컵은 한 달 동안 치러 우승팀을 가리지만 경제는 정해진 기간도 없이 계속 뛰어야 하는 마라톤 경주다. 계속 뛰려면 기초체력이 강해야 한다. 세계의 벽은 높아가고 있기에 잠시라도 멈칫거릴 여유가 없다.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고 2014년 2018년으로 계속 이어진다. 1954년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우리나라 팀이 헝가리에 0대 9로 참패한 것은 악몽의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그런 한국 팀이 이제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성장했다.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달려온 한국경제 성장역사와 다를 게 없다. 아직도 올라가야할 계단은 높고 가파르다. 도전을 계속해야할 까닭이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