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로 통칭될 정도로 마곡사의 봄 풍경은 아름답다. 2주전 즈음 마곡사에 발길을 디뎠다. 사찰을 휘어감고 있는 계곡 주변으로 흰 벚꽃이 만발했다. 평지보다 날씨가 차가워서인지 왕벚꽃은 아직 개화전. 봄바람 한줌에도 꽃잎이 떨어져 버리는 벚꽃잎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맑은 계류가 싱그러운 봄기운을 더 느끼게 해주고 수많은 문화재와 보물들이 산재해 있는 사찰 경내는 여전히 찾아오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에 위치하고 있는 마곡사(041-841-6221~2). 그 주변은 2년전에 비해 확연히 변모했다. 절집 들어가는 길목에는 빈대떡과 비빔밥을 파는 식당가들이 이제는 번듯한 새건물을 지어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절집 가는 길도 새로 냈고 마을 안쪽으로는 노란 유채꽃이 만발했다. 태화산속에 푹 파묻혀 있는 듯한 사찰. 너른 주차장 옆으로 시작되는 절집 탐험.
마곡사는 예산의 수덕사와 더불어 충남지역 사찰의 본사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마곡사의 일대는 계곡이 깊기 때문에 택리지, 정감록 등의 지리서나 비기에서도 병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로 꼽히고 있는 곳이다. 마곡사는 1342년전 신라 선덕여왕 9년에 창건했으며, 고려말에는 한 때 도둑의 소굴이 된 일도 있다고 한다. 이후 임진왜란 때 병화로 약 60년간 폐사의 비운을 맛보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절의 이름은 신라 보철화상이 설법할 때 모인 신도가 삼밭(麻田)의 삼대 같다고 해 마곡사(麻谷寺)라 이름 지은 것이라 한다.
마곡사는 충남에서 훌륭한 절집들을 한꺼번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사찰 28본산의 하나이며 충남의 모든 사찰을 관할하는 큰 절이다. 마곡사의 가람배치는 경내를 가로 지르는 계곡을 경계로 해 양분되고 있다. 계곡사이에 흐르는 천류를 경계로 남측에는 사찰의 입구에 해당하는 천왕문(문화재자료 제62호), 해탈문(문화재자료 제 66호)이 있다.
천왕문의 건립 연대는 미상이나 내부에 걸린 연액에는 1910년에 중수 했다고 기록돼 있다. 천왕문 옆으로는 수령 오래된 벚나무가 있어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이제는 거의 고목이 돼 버린 기둥. 이제는 꽃피우기에도 숨이 가쁜듯 남은 가지에만 앙상히 꽃을 피워냈다. 찾아온 신도들은 이곳에 들어서면서 어김없이 허리 굽혀 기원을 한다.
해탈문은 마곡사의 정문. 이 문을 통과하면 속세에서 벗어나 법계에 들게 되고 해탈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하니 기꺼이 이곳을 지나쳐 들어가는 것이 좋을 듯.
이어 수많은 연등으로 수를 놓은 다리를 건너면서 계곡을 바라본다. 이파리가 피어나는 수목 밑으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절집 마당으로 들어서면 5층석탑이 우뚝 서 있고 그 뒤로 나무결이 그대로 들어나는 대웅전이 자리잡고 있다. 석탑의 우로는 종무소, 요사채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요사채 담벼락 위로 불뚝 솟아나온 굴뚝의 형세가 눈을 잡아 끈다. 켜켜히 발라 세운 굴뚝에서도 건축미가 느껴진다.
오층석탑(보물 제799호)은 최정상부에 라부식 보탑과 유사한 청동제의 장식물로된 상륜부가 있어 특이한 형태를 보이는 탑이다. 원나라 영향을 받은 고려 말의 작품으로 임진왜란 때 무너져 그 속의 귀중품은 이미 없어졌다.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눈길을 끄는 건물인 대광보전(보물 제7802호)이 있다. 대광보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단층 다포팔작집으로 건축의 화려함에 치중한 건물이다. 입구 주변의 유적중 중심을 이루는 것은 영산전인데 이 건물은 조선전기의 건축물로 영산전의 현판에는 세조대왕 어필이라고 세필로 종서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문화재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외에 영은암(0.2km), 대원암(0.4km), 은적암(0.6km), 청련암(0.3km) 등 부속암자가 사찰의 주변에 산재하고 있다. 절앞 냇가 바위벽에는 고란초가 밝은 녹색으로 피어나 등산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또 이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며 우리민족 독립운동의 지도자인 백범 김구(1836~1949)선생이 1896년 명성황후 민씨시해에 대한 분노로 안악군 치하포에서 일본군 특무장교를 처단한 후 은거해 도를 닦던 곳이다.
마곡사를 기점으로 왼쪽 산쪽으로는 송림욕장이 있다. 5~10년된 적송의 사이를 따라 마곡사를 둘러싸고 있는 태화산의 능선에 개설된 등산로의 길이는 무려 5km에 달하며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마곡사 대웅전앞 은적암 입구를 기점으로 해 해발 423m의 활인봉, 417m의 나발봉을 따라 마곡사 경내를 끼고 한바퀴 도는 이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해 어린이와 노인 등 노약자가 등산하기에 적당하다.
활인봉에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생명수 샘터가 위치해 있으며 사람에게 기와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송림욕 중에서도 가장 으뜸이 된다는 적송림이다.
■대중교통 : 공주에서 마곡사까지 시내버스 40~50분 간격 운행, 40분 소요(종점에서 하차).
■자가운전 : 서울-천안IC-천안논산간고속도로 정안IC-23번국도-사곡면 사무소에서 우회전 현지 마곡사 입구까지 진입가능. 공주에서 27km로 30여분 소요.
■별미집&숙박 : 마곡사 앞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있다. 그중 ‘태화가든’은 친정어머니의 대를 이어서 딸이 그 맛을 이어가고 있다. 직접 담은 양념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뒷맛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 등으로 요기가 충분하고 도토리가루와 감자 전분으로 부쳐낸 빈대떡이 쫄깃하다. 요즘 먹기 힘든 누룽지를 형태 그대로 팔기도 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