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회사를 사고 팔 줄 모르나 봐

최근 잘 아는 중소기업의 CEO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대부분이 첨단 기업이 아니라 재래식 제조업이나 유통업 경영자들이었다.
“돈을 많이 얹어 드리면 회사 파시겠습니까?”
질문을 받은 30명의 CEO들은 하나 같이 ‘이거 어따 대고 하는 소리야?’라는 반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반응의 강도(强度)가 소위 오너들에게서 더욱 컸다. 즉 자기 회사 주식을 100% 소유한 1인 회사 사주이거나, 다른 사람과 주식을 공유하고 있어도 절대적 대주주들인 경우에 그랬다.
전문경영인들도 반대의견은 마찬가지였다. 자기가 지배 주주가 아니라 소극적이기는 해도 “회사를 팔다니 아마 안팔겁니다”라는 반응은 비슷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재래식 중소기업의 CEO는 대부분 회사를 하나 창립하면 절대로 팔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결론이 났다.
필자가 전화로 기업 판매 여부 의사를 타진한 30명의 중소기업 CEO가 우리나라 사업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M&A니 기업합병이니, 또는 적대적인 주식매집이니 하는, 기업을 사고 파는 살벌한 용어가 키워드처럼 돼버린 21세기에도, 한국의 기업인들은 자신의 기업을 상품으로 팔고 산다는 의식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였다.

자신 있으면 팔겠다고 해봐

그런데 벤처 기업의 평균 30대 초반인 젊은 CEO들은 달랐다.
“돈을 많이 얹어 드리면 회사를 파시겠습니까?”
30명 가운데 8명을 제외하고는 값만 잘 쳐준다면 왜 안팔겠느냐는 반응이었다. 팔 수 있다고 말한 CEO들 가운데는, 이미 기업을 일궈서 주식 양도의 형식으로 회사를 팔아 본 경험자들도 있었다.
재래식 기업과 주로 90년대 초부터 생겨난 벤처 회사의 다른 점은, 자신이 만든 기업 자체를 상품으로 보느냐 아니냐의 기업관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의 저자 도버 섀퍼는 어린이들에게 돈에 관한 강의를 했다. CEO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회사를 언제든지 팔 수 있어야 한다”
회사를 시장에 내다 상품으로 팔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회사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자신 있게 “우리 회사 사시오. 잘 되는 회삽니다” 라고 할 수 있어야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오너의 재산 가치도 증식된다는 주장이다.

성공의 크기를 현금으로 따져 봐

오너의 의식과 CEO의 의식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만 그런가 했더니 서양 쪽도 비슷한 모양.
“오너와 회사 사장은 다른 것입니다. 오너는 유능한 인재를 데려와 회사를 키우는 것이고, 회사 사장은 회계·전략·마케팅 등을 통해 회사를 키우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오너가 사장을 겸하는데, 오너의 역할은 잊은 채 사장 역할만 수행하기 때문에 회사가 크지 못하는 것이죠.”
섀퍼의 얘기를 이렇게 인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CEO(오너이든 사장이든)의 마인드가, 소유 쪽 보다는 기업을 잘 경영한다는 쪽으로 바뀌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기업 경영인의 성공을 현금보유고와 동일시하려는 미국식 자본주의 이론이라면 할 말은 얼마든지 있다. 성공을 은행잔액과 등가치(等價値)로 보려는 시각은 자칫 기업경영 이념을 돈벌이로 이해할 염려가 없지 않다.
사회에 대한 공헌이나 나눔의 철학을 강조하는 동양식 사고로는 현금의 크기와 성공의 크기를 동일시하려는 것은 지나치게 물질주의적이다.
그러나 세상에 드러 내놓고 “우리 회사 사가시오! 돈 벌거요!” 정도의 자신감이 붙어야 진짜 경영을 아는 CEO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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