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4월 16일자에 “고용허가제, 독일의 실패”라는 기고에 대해 관변 연구단체인 노동연구원 이규용 전문위원의 반론이 있었다.
고용허가제에 관련된 글을 기고하게 된 것은 정부가 정책을 입안함에 있어 다양한 시각과 외국의 사례를 참조해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짚어보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물론 사실을 보고 분석하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시각은 분명 시정 해야 한다.
73년 11월 독일이 외국인근로자의 도입을 중지한 가장 큰 원인은 70년초 세계적인 불황에 따른 경기침체의 확산이었다.

급속한 정주화 답습 우려
고용허가제를 실시한 1955년 실업률은 5.2%였으며, 외국인고용을 확대하던 73년까지 연평균 1.7%의 저실업률을 유지했다. 이 9년 동안 1%대의 실업률을 기록할 정도로 호경기가 지속됐다. 그러나 외국인고용을 중단한 73년 1.2%의 실업률은 74년 2.5%로 증가하고, 이후 79년까지 4% 이상의 실업률로 상승했다. 이는 독일 정부가 우연인지는 몰라도 호황과 불황을 정확히 예측해 노동인력 공급정책을 수행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의 도입을 중단한 74년 이후에도 외국인노동자의 감소가 미약하게 나타난 것은 70년대 초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가족유입 및 정주화에 따른 현상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불황기 실업률증가에 한 몫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문위원이 주장한 교체순환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주요한 이유라 했는데 이는 단지 부차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외국인의 정주화가 실업률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또한 무리가 있는 주장이다. 지역별 외국인 거주비율과 실업률을 비교한 것도 논리에 적합하지 않다. 통상적으로 유럽인들은 직업을 찾아 움직이는 유동성이 매우 낮다. 그러나 외국인노동자들은 독일 내에 연고가 약하기 때문에 독일인에 비해 직업을 찾아 움직이는 유동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내에 고용허가제가 도입된다면 초기에는 고용허가에 의해 일정기간 동안 계약된 노동자들만 입국하게 되겠지만 경영자들은 이미 숙련된 노동자의 장기체류를 희망할 것이고 부인과 가족이 오랜 기간 동안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할 것은 뻔한 이치이다. 또한 이들 가족이 관광비자로 입국해 불법체류하며 배우자와 동거할 경우 과연 막을 방법이 있겠는가?
외국인근로자의 노조가입에 따라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는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이 전문위원은 반박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광산, 철강 등의 직장에서 조합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경우 과연 조합장이 외국인의 의사에 반한 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가를 묻고 싶다.

노조결성 정치색 강화해
예를 들면 쾰른에 위치한 포드공장의 경우 터키출신 외국인노동자의 80%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었으며, 이는 독일인 가입자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산노동자의 경우 70%가량이 외국인노동자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를 통한 외국인노동자가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했다는 주장이 지극히 비현실적이라는 이 위원의 주장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일례로 외국인이 선호하는 정당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외국인의 79%가 사민당(SPD)을, 9%가 녹색당을, 8%가 보수당인 기민당(CDU)을 선호하고 있어 특정 정당에 대한 편향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 투입이 자본의 수익률을 높여 자본가, 경영자, 전문노동자 계층이 이익을 보는 반면에 근로자 계층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바우어, 짐머만 등 독일의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근거로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반대논리로 이 전문위원은 “외국의 노동자들이 근로소득세와 사회보장보험료를 납부하는데 외국인근로자가 단기체류하기 때문에 이들의 세금납부에 따라 증가된 보험혜택은 독일근로자에게 귀속됐다”라고 했는데 세금계정과 사회보장보험계정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모르는 논리이다. 독일정부가 이것을 보험혜택으로 전가해 독일노동자에게 차후에 귀속되도록 해 독일노동자에게 이익을 준다는 논리는 처음 듣는 말이다.
필자는 국제지역연구와 물류연구를 본업으로 삼고 있다. 노동연구원의 이규용 전문위원의 경우 전업노동관련 연구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력을 연수생신분이 아닌 합법적인 근로자신분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는 문구로만 보면 연수생 신분은 불법적이고 고용허가제는 합법적이라는 논리인데 연수생도 대한민국의 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도입한 인력인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시행해 본 결과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해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반론의 제목에서 보았듯이 성패는 ‘관리’에 있다고 하면서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이후 외국인 근로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은 아무것도 제시돼 있지 않는데 있다.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리적으로도 취약한 반대의견을 제시한 후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하고 정부의 결정을 따라 오라는 식의 논리는 누구에게도 설득력이 없다.

정중재(충북대학교 국제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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