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본격화 中企 자금사정 악화 우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2%인 기준금리를 16개월만에 0.25%P 올린데 이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9%로 상향 조정, 추가 인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금리인상 발표당시 김중수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압력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인플레 압력이 높고 기조적인 금리인상 국면에 진입하기는 했지만 ▲유럽재정위기 확대 ▲글로벌 경기 회복둔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인상 폭이나 시기 등에 있어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기준금리 상향조정 배경은=한은 기준금리는 지난 2008년8월에 5.25%로 인상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같은 해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무려 3.25%P 인하된 바 있다.
이번 금리인상은 국내외 경기회복세가 완연해지고 있다는 인식 아래 경기 회복에 따라 앞으로 수요측면의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이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김중수 총재도 지난달 외부강연에서 “현재의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화되면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가격 급등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밝히는 등 저금리의 병폐를 직접적으로 거론해 금리인상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특히 이번 금리인상으로 출구전략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한은은 이미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행했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통화스와프 자금 대출, 외화유동성 공급, 은행채 매입 등 각종 수단을 마무리했다.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 1조8천억원, 은행자본확충펀드 3조1천억원 등이 남았으나 금통위는 지난달 총액대출한도를 축소, 기준금리 인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가 한차례 인상됐으나 향후 금리를 정상화하는 작업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은은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는 단기간에 큰 폭조정하는 것보다 점진적으로 조금씩 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이같은 분위기가 점쳐지고 있다.
□향후 추가인상 여지는 없나=최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점진적인 추가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9~10월중 금리를 한차례 더 인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말에 2.7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금리인상 국면에 이미 진입했고 경제성장률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우리투자증권도 보고서를 내고 0.5%P의 추가인상 가능성을 점쳤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금리인상이 가계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때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감안하면 기준금리가 한은이 예상하는 연평균 물가(3.0%)난 연말물가(3.2%)보다는 낮을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계 크레디트스위스(CS)도 한국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성장 모멘텀이 고점을 지났다는 신호가 나타나는데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금리 정상화 과정이 점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커 하반기 0.5% 인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 영향은 없나=수도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L사장은 최근 하반기 시설투자 계획을 접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자금조달 수단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L사장은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과 판매대금 회수지연이 겹쳐 자금사정이 곤란한 상황”이라며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마저 늘 것으로 예상돼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인천에 위치한 B사는 공장설립을 위해 빌린 돈 갚는데 영업이익의 절반이상을 은행이자로 냈다. 이 회사 관계는 “지금도 이자 내기가 버거운데 대출금리가 인상될 것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출구전략 실시를 알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내수기반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 금융정책 방향’ 보고서 및 ‘기준금리 인상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조사’결과에 따르면 ▲총액대출한도 축소 및 패스트 트랙 지원 12월말 종료 ▲신용보증 확대 조치 종료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규모 축소 등으로 금융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2곳 중 한곳이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했으며 자금사정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원자재가격 상승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차입과 관련 10곳 중 1곳만이 원활하다고 답했으며 절반정도의 중소기업이 올해 차입자금을 원·부자재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조선기자재, 금속가공제품 등 장치산업과 식료품 등의 업종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과 관련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중소기업도 30.6%에 달했으며 중소기업 10곳 중 7개가 비상조치 연장을 요청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송치승 실장은 “내수시장은 아직 금융위기 여파에 휩싸여 있고 국내 소비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내수기반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출구전략 본격화 中企상황 감안해야=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경제양극화 현상과 이에 따른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을 감안한 출구전략 실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소기업계 입장.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들은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한숨짓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0.25%P 인상으로 중소기업들의 추가 이자부담액이 연 7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중소기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1% 인상 될 경우 연간 중소기업 이자 부담액이 2조6천억원 증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은 각종 지원정책에 힘입어 대기업보다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받았지만 현재 상황이 역전됐을 뿐만 아니라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회사채 금리도 AA- 등급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5% 후반보다도 낮은 5% 초반대로 회복된 반면, 중소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BBB-등급은 금융위기 이전인 8% 중반대로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11%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대상 긴급대출 제도인 ‘패스트트랙’이 끝나고 대출금리인상이 본격화 되는 연말부터 퇴출기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신중한 정책접근과 ▲총액대출한도 및 패스트트랙의 단계적 조정 ▲신용보증지원의 연착륙 및 미시적 조정기능 활성화 ▲정책자금 지원규모 확대 등의 대책마련이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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