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이은 손바느질 3만 단골손님 ‘북적

3대손바느질양복점은 1961년 황필주 옹이 충남 아산에서 개업한 한일양복점을 시작으로 2대 황의설 회장의 티파니양복점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한 땀 한 땀 정성스런 손바느질로 맞춤양복을 생산하는 기본은 변함이 없다. 한 때 기성양복에 밀려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20대에 대표로 취임한 3대 황상연 사장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맞춤양복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묘역 근처에 가면 평범한 가게 하나를 만날 수 있다. ‘3대손바느질양복점’이라는 상호를 제외하면 그만그만한 가게들이 모여 있는 상가여서 딱히 눈에 띠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은 30명의 기술자가 한 달에 300여벌, 일 년이면 4천벌이 넘는 맞춤양복을 만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제일 생산량이 많은 손바느질 전문 양복점이다.
1961년부터 옷을 만들었다는 이 양복점의 사장은 의외로 꽤 젊어보였다. 1995년 24살의 나이에 양복점 경영자가 된 황상연씨다. 황 사장은 2대째 이어오던 양복점이 위기를 맞자 선뜻 가게를 이어받아 지금의 위치로 만들었다.
3대손바느질양복점의 창업주 황필주 옹은 고향 충남 아산에서 ‘한일양복점’을 시작한지 4년 만에 간암으로 사망했다. 그 후 셋째아들 황의설 회장이 양복점을 물려받아 1966년 상경한 후 현재 가게 옆에 기술자 4명을 두고 ‘티파니양복점’을 열었다. 자본이 없어 유명 양복점이 몰려있던 남대문 소공동 일대에는 발을 디디지도 못한 소규모였지만 입소문을 타고 꽤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대기업에서 기성양복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면서 맞춤 양복점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1995년 초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가게 주인이 재건축을 이유로 매장을 비워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며칠을 생각한 끝에 황 회장은 쌍둥이인 두 아들을 불러 앉혀 놓고 사업을 이으라는 말을 꺼냈다. 동생은 손을 내저었지만 장남인 황상연 사장이 선뜻 나섰다. 당시 삼육대학교 경영학과 2학년 학생이었던 젊은 사장을 아버지 밑에 있던 기술자들이 우습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황 사장은 의욕이 넘쳤다.
그는 일단 패션학원에 등록부터 했다. 디자인을 알아야만 경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학교 강의가 끝나면 학원으로 달려가 열심히 디자인을 배우고 원단을 재단하고 바느질하며 씨름을 했다. 그렇게 2년간 디자인을 공부한 뒤 황 사장의 본격적인 경영혁신이 시작됐다. 상호부터 바꿨다. ‘3대손바느질양복점’은 고객에게 쉽게 양복점의 역사와 특징을 어필할 수 있는 이름이었다.
양복의 단가도 파격적으로 낮췄다. 그러기 위해서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소량씩 구매하던 원단과 원부자재를 본사에서 1년 치를 한꺼번에 구매했다. 기술자들의 품삯도 깎았다. 대신 지속적인 물량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설득했다. 이렇게 40% 정도 단가를 낮추자 남과 다른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사람들도 맞춤 양복점을 찾아왔다.
황상연 사장의 경영수완은 이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다. 맞춤 양복점에서는 드물게 아파트 단지를 돌며 홍보전단을 뿌리는가 하면, 양복 수요가 높은 대학 졸업반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손바느질 양복의 우수성을 알리기도 했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가게 앞에 플랜카드를 내걸고 파격세일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양복점에 찾아오는 손님이 차츰 늘었고, 꾸준히 입소문을 타 현재 단골고객만 3만 명에 이르는 탄탄한 기업 터전을 만들 수 있었다.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찾는 황 사장의 노력은 최근까지 그칠 줄 모른다. 특히 2006년 업계 최초로 실시한 ‘기술자 실명제’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기성복과 달리 손바느질로 하는 맞춤옷은 같은 디자인이라도 기술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데, 기술자를 고객이 선택하게 해 옷이 주는 느낌까지 맞춰주는 것이다.
3대손바느질양복점은 맞춤 양복에 고객 이름 대신 기술자의 이름을 새겨 끝까지 책임지는 서비스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기술자의 솜씨가 마음에 들은 고객들은 원하는 기술자에게 일이 밀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기다려 옷을 하거나, 평생 한 기술자에게만 양복 맞춤을 맡기기도 한다.
최근 황 사장은 양복 기술자를 양성하는 패션학원 운영을 준비 중이다. 황 사장은 “보통 양복 하나를 믿고 맡길 기술 내공을 쌓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일을 추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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