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만 아는 문할머니 고추장의 비밀

문정희할머니고추장은 회장 문정희씨가 시어머니로부터 전통 장담그기 기술을 전수받은 후 며느리, 손자까지 7대가 이어가고 있는 순창고추장제조기술의 대표 장인 가문이다. 순창전통고추장기능인 제1호로 선정된 문 회장은 저렴한 재료를 쓰는 대신 단가를 낮출 수 없어도 최상의 재료로 정성을 다해서 장을 만든다는 경영 철학을 세웠다. 그렇게 꾸준히 사업을 운영해온 결과 10년 이상의 단골손님이 아직도 문정희할머니고추장만 찾는다.

맛있게 매운 고추장으로 유명한 고추장의 고장, 순창. 철저한 위생과 자체 품질검사를 위해 순창군식품과학연구소까지 운영하는 순창에서도 맛으로 손꼽히는 고추장 명가가 바로 ‘문정희할머니고추장’이다.
상호의 주인공인 문정희 할머니는 순창 토박이로 고추장 집에 시집을 오면서 자연스럽게 고추장 만들기를 시작했다. 당시 문 할머니의 시댁이 순창에서 여관들이 밀집한 곳에 있었는데, 여관을 오고가는 외지 사람들에게 한 병 두 병 팔던 것이 입소문을 타 명맥을 유지하다가 문 할머니에게까지 이어져왔다. 상호를 내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 것은 문정희 할머니지만, 이미 몇 대째 고추장을 만들어 파는 가업이 내려온 셈이다.
문정희 할머니는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틈틈이 시어머니에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고추장 만드는 법을 익혔고, 오뚜기상회라는 잡화점을 열어 고추장을 함께 팔기 시작했다.
최상의 재료를 고집하는 문정희 할머니의 고추장은 선조에게서 내려온 전통의 맛대로 농도가 짙고 부드러우면서도 찰진 특유의 맛을 지녔다. 예전 순창고추장의 단점이었던 짠맛을 없애고 감칠맛을 더했다. 1987년에는 전통고추장품평회에서 1위, 전통고추장 기능인 1호로 선정되기도 해 그 명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고추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문 할머니는 잡화점을 접고 자신의 이름을 건 ‘문정희할머니고추장’브랜드로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고추장을 비롯해 재래식 된장과 간장, 장아찌 등으로 상품 영역을 확대하고, 장에 들어가는 최상의 재료를 찾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정성을 다해 장을 빚어 안정적 사업 기틀을 마련했다.
2008년 팔순을 넘긴 문정희 할머니는 그녀의 수제자인 맏며느리 신혜란씨에게 대표직을 물려주었다. 26년간 그녀 옆에서 장 담그는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은 신 대표가 5대째 내려온 고추장 맛을 잃지 않고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신혜란 대표가 처음에 이 곳으로 시집올 때만 해도 가업을 이을 생각은 없었다.
“남편이 초등학교 교사였기 때문에 시댁이 고추장집이어도 교사의 아내로만 살면 될 줄 알았어요. 가업을 이을 생각은 커녕 늘 빠져나갈 궁리만 했죠” 신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문정희 회장은 매일 같이 며느리를 불렀다. 남편 직장 때문에 전주에 살던 신 대표에게 전화해 메주 띄운다, 고추장 담근다, 된장 담근다며 순창으로 오라고 했다. 순창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신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남편과 아이들은 전주에 두고 순창에 짐을 풀었다.
“이게 ‘내 일이구나’싶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열심히 한 만큼 제대로 된 전통 고추장을 만든다는 책임감과 자긍심이 있어요. 어머니 뜻대로 단가를 낮추려고 편법을 쓰지 않고, 좋은 재료를 찾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고 있어요.”
그녀의 고추장이 문정희 할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빼닮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신 대표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그녀의 아들 김세혁씨가 어머니 대신 고추장 버무리는 고된 일을 척척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음대를 다니다 고추장 명가의 가업을 잇기 위해 자퇴를 했다. 낮에는 어머니를 따라 장을 담그며 일을 하고, 밤에는 순창에 있는 전북대 식품영양학과 분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신 대표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 나설 때마다 어머니가 자신을 반드시 데리고 다녔던 것처럼 매번 아들과 함께 한다. 같이 다니면서 좋은 재료를 보는 법을 가르치고 좋은 재료를 반드시 써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시어머니는 언제나 최상의 재료를 쓰세요. 국산이라도 차이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26년간 장을 담그다보니 그 차이를 알겠더라고요. 저 역시 최상의 재료를 쓰려고 하고 아들에게도 그것이 장맛을 지키는 기본이라고 말해줍니다”
문정희할머니고추장은 최근 핵심 품목인 고추장 외에, 재래식 된장, 간장, 청국장, 장아찌 등을 생산하며 매장 판매와 온라인 판매를 같이 하고 있다. 대량생산이나 백화점 입점 등의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만들 수 있는 만큼만 만든다’는 원칙을 세우고 거절 중이다.
이어 고추장 제작 과정을 정확하게 이론화하고 체계화해서 이 맛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방법도 찾는 중이다.

■회사개요
- 창립연도 : 1962년
- 승계연도 : 2008년
- 직 원 수 : 6명
- 업 종 : 장류 및 장아찌류
- 매 출 액 : 5억 원
- 소 재 지 : 전북순창군 순창읍 백산리 265-19

■연혁
- 1962 순창 ‘오뚜기 고추장’설립
- 1983 순창고추장 골목 ‘오뚜기 고추장’ 사업자 등록
- 1986 순창전통고추장협의회 초대 회장으로 선임
- 1987 순창전통고추장 품평회 최우수상품(1위) 선정
- 1990 순창전통고추장 기능인 1호로 선정, 인증서 수여 (순창군수)
- 1993 전통식품 상징 표시 사용승인(물레방아 마크) 취득 (농림수산부)
- 1997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 입점, 문정희할머니고추장으로 상호 변경
- 2005 ISO 9001:2008 인증 획득

■문정희할머니고추장 장수 DNA
- 7대를 이어가는 전통의 손맛
- 창업주의 이름을 그대로 쓴 브랜드 전략
- 지역 특화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 극대화

■사진은 6대 경영을 하고 있는 신혜란 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