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짜기식 단가인하 中企 벼랑끝 내몰려”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청신호와 수출증가로 경제가 활기를 띄고 있으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온기(溫氣)가 좀처럼 퍼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양극화에는 산업구조상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의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와 횡포가 자리잡고 있다. 중소기업뉴스는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분위기 확산을 위해 5회에 걸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해 본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실적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은 1~2%의 이익 내기도 힘들어하고 있다.
쥐어짜기식 납품단가 인하로 중소기업들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인재양성 여력이 줄어들고 있어 뿌리산업의 고사(枯死)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대·중소기업 양극화 어디까지=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 분기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역시 사상최대였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을 크게 뛰어넘은 것은 물론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7%나 급증한 것이다. 현대 기아차도 올해 상반기 275만여대의 차를 팔아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한겨례 21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거래하는 부품업체 755개사의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이 경제위기 이전 수준(3~6.5%)에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이유로 IBK경제연구소는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꼽았다.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2월 생산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격차는 올해 3월 33.7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17.9보다 확대 됐다.
특히 원자재구매가격 대비 납품단가의 격차는 지난 2005년 기준으로 꾸준히 확대돼 2008년 2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같은 양극화의 구조적인 문제는 중소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대기업 납품비중을 늘릴수록 수익성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4년간 대기업과 대기업 자회사의 영업이익률 평균이 각각 7.1%, 6.1%에 달했지만 중소기업의 평균은 4.7%에 불과했다.
IBK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할 만큼 매출마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근근이 먹고살 만큼의 납품가격으로 구매해 준다는 중소기업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덧붙였다.
□원자재가격 얼마나 올랐나=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원자재 구매가격이 꾸준히 올랐으나 납품단가 인상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100을 기준으로 납품단가는 101.7로 나타났으나 원자재가격 상승은 118.8로 조사됐다.
이를 업종별로 보면 염화비닐과, 아스콘, 골판지가 각각 107.6, 107.2, 106.9로 납품단가가 소폭 인상됐으나 주물(99.9), 금형(96.4), 콘크리트 (99.0), 레미콘(98.8), 밸브(98.1), 플라스틱(99.2) 등은 오히려 납품가격이 내려갔다.
반면, 원자재 가격은 아스콘(128)을 최고로 골판지(127.8), 염화비닐관(126.2), 밸브(120.6), 플라스틱(120.0), 레미콘(116.5), 콘크리트(116.2), 주물(115.5), 금형(106.0) 등이 인상됐다.
주요 생산제품의 제조원가 구성 비중은 재료비가 62.1%로 가장 크게 나타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조원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단가 현실화 왜 어렵나=현재와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거래관행을 감안 할 경우 상호 협의에 따라 납품단가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D산업 K대표는 “대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시 평균단가를 인하시에는 시점단가를 적용한다”며 “기준일은 물론 5%이내 변동은 적용배제하는 등 대기업 마음대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C대표도 “원청업체에 단가인상 협상을 요청하면 거래 그만하시겠냐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실제 거래 중단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대기업의 보복행위와 관련 중소기업계는 ▲원자재가격 상승시 납품업체가 불이익 당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화 될 것과 ▲원자재 가격을 수시로 조사해 통계청에서 고시하는 가격 연동 폭을 반영해 대기업 구매담당자가 자의적으로 가격을 깎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납품단가 연동제의 대안으로 도입된 ‘납품단가조정협의제’가 중소기업의 익명성 보장 문제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 협동조합 등이 협상주체가 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대기업 구매담당 임원을 지냈던 A씨는 “연간 구매액과 원가절감 목표 등이 정해지면 담당자들은 물론 계열사 사장까지 성과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필사적”이라며 “이러한 성과주의 구조에서는 아무리 대기업 회장이 지시해도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단가인하 압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이사장 서병문)은 지난 5월 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품목별분과 위원장 및 간사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납품단가 현실화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중소기업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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