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대·중소기업 상생이 이슈로 부상하고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경제가 어렵고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이슈로 나타나곤 했다.
그리고 대·중소기업 상생이 이슈가 될 때마다 정부정책이나 대기업의 자발적인 상생협력 방안이 봇물 터지듯 소개되곤 했다. 그 동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해 얼마나 많은 방안이 소개됐던가? 정부가 앞장서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한 상생협력 선포, 주로 단기성으로 끝나곤 했던 대기업의 자발적 상생 프로그램 등 수 많은 상생협력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 경제가 어렵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환경에서 올 상반기 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대기업의 실적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보이는 등의 놀랄만한 결과를 보인 것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삼상전자를 비롯한 제조업체는 물론 롯데쇼핑을 비롯한 유통업체 또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업의 놀랄만한 실적 발표를 접하면서, 우리 경제 전반을 둘러보면 여전히 어려운 서민경제에 씁스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운 심정이다.

대기업 자발적 동참 필수

대형유통업체들이 놀랄만한 실적을 발표한 지금도 기업형 슈퍼마켓을 포함한 대형유통업체들의 사업영역 확대에 따른 중소유통업체들과의 갈등, 대형유통업체들과 중소제조업체들 간의 과도한 판매수수료, 비용 전가, 납품가격 인하 요구 등의 논란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중소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사업영역으로 대기업들의 진출이 공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대·중소기업 간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지금까지 우리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세와 나름의 노력을 볼 때, 과연 지금 대통령이 강조하는 사회적 책임이 어느 정도 이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번도 소나기를 피해가는 모양새를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지속가능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결코 캠페인이나 정책적인 압박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회성 아닌 지속가능해야

시장 논리에 근거해 대기업이 자본력을 이용해, 불법이 아니고 돈 되는 사업이라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비판에 있어서, 아직 한국은 자본주의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고 포퓰리즘이 판을 친다는 반응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대기업의 지금까지의 거래행태나 사업영역을 볼 때, 자본주의가 확립됐다고 할 수 있는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우리나라 대기업의 행태가 환영받을 수가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여러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기에 굳이 여기서 답을 내리지는 않겠다.
그동안 정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대해 대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하면서 권유도 하고 압박도 행사해 왔다. 이번 대통령의 대기업 사회적 책임 강조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친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 온 것이 아닌가하는 비판과 오해를 받아 온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왕 대·중소기업 상생에 대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정부의 입장이 확고하다면, 과거와 같이 일시적으로 사회의 주목을 받다가 어물쩍 넘어가지 않도록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 또한 이에 대해 대통령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때문이 아니라 100년 200년 존경받는 장수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스스로 동참해야 한다. 대기업이 홍보용 행사로 참여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사회적 책임에 동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바로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이기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동참하는 것이 요즘 경쟁력의 키워드로 회자되는 차별적 경쟁력을 얻는 길이 아닐까 한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