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상 허점 노린 SSM 편법진출 ‘극성’

사업조정으로 급제동이 걸렸던 SSM(기업형 슈퍼)이 가맹점 형태로 골목상권을 다시 파고들고 있다.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진출로 지역상권에 치명적 상처를 잎은 소상공인들은 공룡유통업계의 골목상권 독식에 또 한번 몸서리 치고 있다.
■SSM 가맹점 진출 속사정은=SSM의 골목상권 진출 가속화에 따라 소상공인들의 사업조정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
인천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직영점을 상대로 지역 소상공인들이 첫 사업조정 신청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지만 홈플러스는 갈산점 등의 SSM을 가맹점으로 전환한다고 그해 12월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1월 SSM이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로 진출할 경우 사업조정 신청대상요건이 아니라는 정부 측의 판단에 따라 사업조정에 막혀있던 SSM들이 속속 가맹점 형태로 골목상권 접수에 나서고 있다.
처음으로 SSM 사업조정 신청을 낸 인천 갈산동 중소상인들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가맹점을 상대로 또 다시 사업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2005년 267개를 기록한 SSM은 2007년 354개, 2009년 695개를 넘어 올해 6월말 현재 793개로 계속 늘고 있다.
대형유통업계가 SSM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달했기 때문.
국내 대형마트는 지난 2004년 평균매출액 813억원을 기록한 후 매출추세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신규점포 개설속도도 둔화됐다. 특히,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상위 3개사가 대형마트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 SSM 시장을 두고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토지매입이 어렵고 경쟁이 심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 전반적 인식”이라며 “SSM은 주택가에 인접해 고객들이 찾아오기 편하고 식료품 위주로 판매해 고정적인 매출규모가 형성된다”고 밝혔다.
배재홍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지방상권이 대형마트로 타격을 입은데 이어 수도권 골목상권이 SSM 진출로 생사의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SSM 가맹점 무엇이 문제인가=지난해 12월 홈플러스는 소상공인들과의 상생협력 방안이라며 가맹점 형태의 SSM 계획을 내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가맹점 계획은 원래 있었던 것인데 시기를 앞당겼다. 모두가 상생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치가 상생방안이라기 보다 사업조정을 피해가기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원종문 남서울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상생이라는 것이 서로가 강점이 있는 부분을 갖고 협력에 나서야 하는 것”이라며 “상권 상품 서비스의 중복이 있는 SSM 가맹점은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대형 유통업계는 기본적인 배송망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상권장악력을 갖고 있다. SSM 가맹점이 골목상권에 진입하면 결국 중소슈퍼마켓 등 상권이 붕괴될 것이다. SSM 진출을 제한하거나 물류센터 구축 등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도매물류기능을 보완시켜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들에 따르면 가맹점 계약 또한 법률상 가맹점에 속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직영점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우선 계약기간이 3년에 불과해 재계약 여부가 본사 결정에 달려있다.
또 매장 투자비용 중 80% 이상을 법인 본사에서 부담하고 가맹점은 나머지만 부담, 사실상의 소유주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매장의 운영관리도 형식상 사업자등록 명의만 점주로 돼 있고 실제 관리권한은 본사에 있다. 사업주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점원, 교육, 복장, 품목, 가격, 이윤율 등을 본사 법인에서 결정하고 수입금도 본사로 입금된다는 점에서 가맹점주는 본사의 월급 사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주장이다.
■대안은 없나=소상공인들은 국회에 계류중인 SSM 관련법의 조속한 통과를 원하고 있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 계류 중인 상태다.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500m 내에 SSM의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상생법은 가맹점형 SSM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법안이 통과되면 가맹점형 SSM 입점이 어려워질 것으로 소상공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소유통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나들가게’ 지원 중 물류센터의 조속한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유통업계 관계자는 “나들가게가 조기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POS(판매시점관리)와 물류센터가 필수적이다. 대형 유통업계와 협력할 것이 아니라 유통공사 등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유현 정책개발본부장은 “SSM은 동네슈퍼, 전통시장과 100% 동일한 상품을 취급, 골목상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업청나다”며 “대·중소 유통업간 양극화 심화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합리적 제한장치 마련과 중소상인의 생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지역 중소유통상인들이 지난해 7월21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천 옥련점 개장을 반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