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화양동, 선유동, 쌍곡계곡 등 괴산에는 유명하면서도 아름다운 계곡이 산재해 있다. 그중에서 갈론계곡(칠성면 사은리 갈론마을)은 알려진지 오래되지 않았다. 앞서 말한 계곡보다 모습이 수려하진 않지만 여름철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손색 없다.
칠성면 사은리 일대, 조선 시대부터 유배지였을 만큼 멀고 외진 곳이다. 깎아지른 바위벼랑에 물안개와 노을이 아름다워 연하구곡이라 불렸다는 곳. 지금은 물에 잠겨 괴산 수력발전소라는 댐(일명 칠성댐)으로 바뀌었다. 강 가운데 모래톱이 있고 마을 어귀에 들면 자그마한 나루가 있다. 농가 한 채뿐인 강 건너 산마을을 오가는 나루. 그늘막 뿐인 나루에는 전화가 한 대 놓여있다. 뱃시간이 따로 정해진 게 아니라 전화를 하면 배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의 옛 선비, 노성도는 이곳의 아름다움을 시로 읊었다. 깎아 세운 병풍바위는 별천지니/천장봉 아래서 기꺼이 즐기노라/산은 높고 물은 푸르러서 진경을 이루니/이곳 연하동이말로 세상 밖 그림일세라며 ‘연하구곡가’를 지었다. 상주 사람인 그는 10대조인 소제 노수신의 유배지를 관리하기 위해 산막이 마을인 연하동에 들어왔다고 한다. 연하구곡은 괴산군 청천면 운교리 경계로부터 칠성면 사은리 산막이 마을에 이르는 달래강변에 있었다. 지금은 1곡인 탑바위와 9곡인 병풍바위 등 일부만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댐을 지나면 양 방향의 차를 비끼기 쉽지 않을 만큼 좁은 길이 이어진다. 댐 입구에서 마을까지는 5.3㎞. 갈은리 산촌마을(체험관도 있다)까지의 거리다. 오른쪽에는 옥녀봉(599m)이 솟아있고, 왼쪽은 군자산(948m)이다. 주차장에는 ‘갈은구곡’이라는 돌표지석이 있다. 갈은동문, 갈천정, 강선대, 옥류벽, 금병, 구암, 고송유수제, 칠학동천, 선국암 등. 제각각 아름답고 특색 있는 바위마다 이름이 붙인 갈은구곡.
정작 주차장보다는 여름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걷지 않으려 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차량을 이동해 놓느라 길가는 번잡스럽다. 골은 깊지만 깊은 소는 눈에 띄지 않아 가족동반 물놀이장소로 괜찮다. 숲이 울창하지만 그늘을 가려주는 공간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위는 충분히 가실 수 있을 정도.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비탈과 골짜기마다 다랑이 논이 이어진다. 척박한 지역을 알려주는 것은 전답에 깊숙이 박혀 있는 바위더미다. 계곡은 특색없이 그렇게 길게 이어진다.
갈론의 원래 이름은 갈은(葛隱). 칡뿌리 양식 삼아 은둔하기 좋다는 뜻. 봄·가을이면 선비들이 모여들어 자연을 벗삼아 놀았던 풍류지라고 한다. 실제로 노송이 빼곡해서 ‘고송유수제’라는 이름이 붙은 7곡에는 문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의 조부인 홍승목, 구한말 국어학자 이능화의 아버지인 이원극의 이름도 또렷하게 남아있다. 지명은 옛적에 갈천씨의 백성이 은거해 지명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9비경을 다 찾아낼 수는 없다. 가끔 바위에 글자가 눈에 띄지만 숨은 그림 찾듯 비경을 알아내야 한다. 호기심 삼아 찾아보는 것도 좋으리.

●찾아가는 방법:중부고속도로 이용. 증평 나들목-증평읍에서 34번 국도 이용해 괴산으로 간다. 괴산 읍내에서 517번 지방도 이용해 문경쪽으로 가다보면 칠성면을 만난다. 칠성면에서 수력발전소 가는 525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보면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왼쪽 길로 오르면 갈론마을이다.
●별미집:계곡내에서 취사가 가능하다. 민가에서는 토종닭 등을 먹을 수 있지만 번듯한 식당은 따로 없다. 오는 길에 만나는 괴산의 괴강근처에서 매운탕을 먹거나 괴산읍내 버스 터미널 근처에 있는 다슬기 해장국집도 한끼 정도 먹을만한 수준. 또는 증평에서 화양동 계곡 오는 길목인 질마재 고갯길 너머에서 만나는 호산죽염식품(043-832-1388, 청천면 운교리)의 청국장 백반이 소문나 있다. 쌍곡계곡 쪽에서는 여주식당(043-832-3806)이 직접 손두부가 맛있다.
●숙박정보:민박 이외에는 숙박할 곳이 없다. 괴산읍내 쪽을 이용하면 된다.
●주변 볼거리:전설 속 연하동을 찾아 가는 길은 ‘산막이 옛길’로 복원되어 있다. 총 2.5km,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좋다. 산막에는 지금은 단 세 가구만 살고 있으며 갈론계곡에서는 강 너머의 위치다. 그 외 속리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화양동, 선유동, 쌍곡계곡이 매우 멋지다. 갈론은 덜 알려진 것이 매력적이라면 앞서 말한 계곡들은 유명하지만 꼭 한번은 가봐야 할 멋진 곳이다. 어디를 가나 다슬기가 지천이다.

-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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