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닉은 이번 여름 서울 본사에서 ‘한여름 밤의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기로 계획했다. 온누리 연합 챔버팀을 초청하고, 임직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공연을 계획하던 중 회사는 조금 더 많은 사람과 음악회를 즐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홍보 전단지를 제작하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주변 회사 직원들을 무료로 초대했다. 팩과 샴푸를 만드는 줄만 알았던 회사에서 음악회 초청이라니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날 행사는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다. 많은 주민과 다른 회사 직원들이 참여했고, 반응도 매우 좋았다. 어떤 제품을 만드는 회사냐며 행사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주민도 있었다. 회사가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니 직원들도 만족하며 기업 내 결속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제닉의 이색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에 직원들이 외부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제닉은 중소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문화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화경영이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다니고 싶은 기업으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유현오 대표의 확고한 의지 때문이다.
최근 유 대표는 이 의지가 더 확고해 졌다.
“부정기적인 행사를 정기적인 행사로 확정하고, 상대적으로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논산지역의 직원들에게도 문화의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닉은 지난달 31일에 있었던 SB문화경영아카데미 2기 수료식에서 문화경영 사례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유현오 대표를 포함한 53명의 중소기업CEO들은 지난 5월부터 14주간 ‘SB문화경영아카데미’에 참가했다.
SB문화경영아카데미는 기존 경영아카데미와 확실히 차별화되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문화와 경영의 새로운 관계를 생각하고, CEO들이 문화경영을 도입할 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단순문화강좌뿐만 아니라 실행중심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교육 과정은 크게 실내 강의와 실외 강의로 나눴다. 실내 강의에서는 국내에서 내로라는 강의진이 참여했다. KAIST·숙명여대·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수들과 스피치 학원의 원장, 회계법인 대표까지 있다. 이들은 문화 경영과 관련된 최근 트렌드를 알려주고, 경영에 적용하면 효과적인 사례도 자세히 강의했다.
실제로 문화경영을 하고 있는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있었다. 필룩스·코글로닷컴의 대표가 문화를 경영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그것으로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해서 발표했다. 현장감 있는 강의로 수업에 참여한 CEO들의 호응도 좋았다.
실외강의에서는 평소 관람하기 어려웠던 공연을 다같이 보는 시간으로 두었다. 연극, 뮤지컬, 국악공연, 박물관 등 한 장르에 치중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수강생들이 가장 인상에 남는 프로그램으로 꼽는 것이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1박2일 워크숍이다.
감자꽃 스튜디오는 농촌지역 폐교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주민들과 소통의 도구로 활용한 장소다. 이 곳에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CEO들이 몸으로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CEO들은 강사에게 연기지도를 받은 후 팀을 구성해 수강생들 앞에서 공연을 펼쳐보였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대표들이 공연이 시작되자 적극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둘째 날 이어진 무용수업에서는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더욱 늘었다.
이처럼 제2기 SB문화경영아카데미는 강의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체험과 참여 위주의 입체적인 교육이 되었다. 수업을 들은 중소기업대표들의 평도 좋다. 문화와 경영을 접목시키니 창의성과 상상력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지에스그룹 김정수 대표는 “이제까지 일반 CEO과정 아카데미에 많이 참여했지만 이처럼 문화에 특화된 수업은 처음이었다. 과정을 끝까지 참여하니 문화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우리도 문화 경영을 실시해 직원들이 더욱 폭넓은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의 문화경영확산을 위해 ‘문화로 인사하기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문화로 인사합시다’는 기업의 총 접대비 지출액 중 문화접대비 지출이 3%가 넘으면 접대비 한도액의 10%까지 추가로 손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 세제 지원제도를 활성화 시키는 캠페인으로 문화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높여주고, 접대문화를 건강하게 바꾸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 지난달 3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기 SB문화경영아카데미 수료식’에서 식전 행사로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국악공연이 열리고 있다. (사진=오명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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