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소기업간 상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상생을 당부하고 있어서인지 미디어의 경제면에서 대·중소기업의 상생에 관한 기사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오늘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상반기보다 많은 수 조 원가량의 물건을 중소기업에서 공급받기로 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아울러 이 기업은 중소기업들에게 기술지원과 함께 선금지급을 확대한다고 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필자는 이제는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상생의 미덕과 기술을 익히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아가 필자는 새로운 경영과학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경영학을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어불성설’일 수 있지만, 경제학자인 필자의 시각으로 지금까지의 경영학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거래 상대방의 희생 위에 수익구조를 개선시키는 근시안적인 구조인 것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어 현대 경영학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JIT(Just In Time)라는 개념을 생각해 보자. JIT라는 개념은 기업의 공급망관리시스템의 일종으로서 필요한 수량의 부품을 적시에 생산라인에 공급해 창고 및 물류비용을 절약한다는 것이다.
가령 특정 기업이 JIT시스템을 구축하고 거래처인 중소기업에게 부품을 기존의 가격에 공급받는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물건을 공급받는 대기업은 적시에 필요한 수량만을 공급받아 비용을 감소시켜 수익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 그러나 동전의 반대편이라 할 수 있는 납품기업인 중소기업을 생각해보자.

상생은 기업존속 필수 요소

과거에는 생산된 제품을 즉시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어 제품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부품을 소량씩 적시에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창고 및 물류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돼 납품가격이 그 만큼 상승하지 않는다면 수익구조가 악화될 것이다.
이렇듯 거래조건에 의해 기업의 수익구조는 악화될 수도 개선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경영학은 거래 상대방은 생각하지 않고 단지 자사의 수익구조만 생각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서야 사회적 책임경영 및 녹색성장 그리고 상생협력이라는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소속된 지역사회의 발전이 수반돼야함은 물론 깨끗한 자연환경을 유지시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뢰할만한 거래파트너가 지속적으로 유지돼야만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목표도 생존이 우선

반대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거래처가 안정적인 경영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인 판로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경영학도 새로운 방법으로 발전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지금까지의 경영학은 학문의 특성상 미시적으로 발전돼 왔다. 그래서 자사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온 것이 현실이다. 지역사회나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적 비용 그리고 거래파트너는 많이 고려하지 않고 발전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경영학도 주변 환경을 많이 고려하는 새로운 경영과학으로 발전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이 더욱 심해지는 이 시기를 믿을만한 파트너 없이 혼자서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제는 ‘동반성장의 미’가 더욱 강조되는 경영과학으로 경영학도 진화해야 하는 것 같다.
흔히들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개념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생존과 존속’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이윤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일정 수준 이상 기여해야 하며 그리고 신뢰성 높은 협력기업들도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해 필자가 표현하고 싶은 궁극적인 의지는 이제는 더 이상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사회의 반향을 얻고자 하는 호소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한다. 진정으로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요소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그리고 이에 관한 체계적인 이론이 학계에서 뒷받침됐으면 한다.

정남기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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