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은 저마다 자기를 지키는 무기나 꾀를 가지고 있다. 뿔, 이빨, 발톱, 뒷발치기, 달리기, 보호색, 교활한 꾀 등…. 그런데 토끼는 자신을 지키는 아무런 것도 없다. 단하나 숨는것 뿐이다. 그렇다면 토끼는 어떻게 숨는가.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고사가 있다 (본시리즈 20회 참조). 중복되는 것도 있으나 간략히 소개한다.
전국시대 齊의 정치가 맹상군(孟嘗君)은 설(薛)이라는 봉토(封土: 王으로부터 받은 영지)가 있고 3천명의 식객을 거느린 재상이었다. 그 식객중에 풍원(馮瑗)이라는 재사(才士)가 있었다.
어느날 맹상군이 풍원에게 설(薛)의 주민들에게 대부한 이자를 받아오라 했다. 풍원이 “이자를 받으면 무엇을 사올까요”하니 “나에게 없는 것을 사오라”했다.
풍원은 설에 도착하자 채무자들로 부터 십만錢을 걷은 다음 채무자들에게 말했다.
“맹상군이 이번에도 이자를 꼬박꼬박 잘 내는 채무자는 그간의 성의에 보답하는 뜻에서 원금을 탕감해 주라 하셨다”하고 채무자들의 차용증을 거둬 채무자들 면전에서 불질러 소각했다. 채무자 일동이 일제히 “맹상군 만세”를 외쳤다.
돌아온 풍원은 맹상군에게 차용증을 모두 불살라 버렸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그것으로 의(義)를 사왔다고 말했다.
“소인이 보기에 맹상군 대감에게 부족한 것이 의(義)였습니다.”
맹상군은 몹시 불쾌한 심기로 가버렸다.
1년후 맹상군은 중상(中傷)에 의해 재상의 자리에서 쫓겨났다. 3천식객도 거의 떠났다. 맹상군은 왕의 오해가 풀릴때까지 숨어있어야 했는데 맹상군을 숨겨줄 사람은 없었다. 맹상군이 밤잠을 못자고 있던 중, 시골 농민으로 변장한 풍원이 밤중에 나타나 맹상군을 농민으로 가장시켜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새벽에 도착해 보니 설(薛)땅이었고 거기에는 1년전 대부금 원금을 탕감받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맹상군과 풍원을 좋은 집으로 인도해서 안전한 피신처를 제공했다. 맹상군이 풍원에게 말했다.
“선생이 작년에 의(義)를 사왔다는 의미를 이제야 알았다.”
그러자 풍원이 말했다.
“토끼는 약한 동물이며 위험할 때는 즉시 숨을 수 있는 굴(窟)을 세군데 가지고 있답니다. 특별한 자기 방어용 무기, 이를테면 호랑이의 이빨이나, 발톱, 뿔을 가진 소, 코끼리의 힘, 여우나 너구리 등의 교활한 꾀, 이런 것이 없는 약한 동물이기에 그 위험을 세개의 굴로 분산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권좌에 있던 대감이 부정한 사건에 연루된 의심으로 권좌에서 쫓겨나면 토끼보다 더한 약자가 됩니다. 그때는 ‘교토삼굴’이 필요합니다. 나머지 두 굴을 준비중에 있습니다.”(出典:戰國策)
약자가 숨어야 하는 것은 전국시대의 얘기가 아니다. 오늘 세계화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안심하고 숨을 곳인데 풍원이 ‘義’를 샀다는 것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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