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의 이유 있는 눈흘김

A사장의 아내는 어느날 밤 양주 한 병을 혼자서 다 마시고는 남편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주정을 부렸다. 전가족이 그 고함소리에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지만 주정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이게 어디 사는 거냐구? 젊어서는 고생 좀 했다지만 인젠 좀 사는 것처럼 살아보자구. 인생을 인생답게 살자 이거야!”
A사장은 자녀들 앞에서 화도 나고 창피해서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었다.
다음 날 A사장은 점심 때 집에 돌아와 아내를 차에 태우고 복 전문집에 가서 복지리를 대접했다. 양주 먹고 주정한 아내 해장을 시켜준 것이다.
B사장의 아내는 주말이면 피트니스 클럽에 가서 테니스나 스쿼시 게임을 3~4시간씩 강행군을 한다. 그리고는 한 3일, 그러니까 다음 주 화요일이나 수요일까지 끙끙 몸살을 앓는다.
B사장이 왜 그렇게 운동을 미련스럽게 하느냐고 물으면, “내가 미련한 거 다행으로 아시라구!” 알 듯 모를 듯한 소리를 되풀이 하며 눈을 흘긴다. 최근 2~3년간 B사장의 사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C사장의 아내는 남편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남편이 사업을 하기 전에는 그렇지만, 이제 사업도 안정되었으니 집에 들어앉아 살림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주변의 충고에 한숨만 쉬고 있다. C사장 스스로도 아내에게 힘들테니 직장을 그만두라고 여러차례 권했지만 막무가내다.

미안한 남편 ‘배째라!’

아내의 불만에 대해서 CEO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무시해버리는 것이 남자다운, 또는 경영자다운 일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대부분의 CEO들이 남편으로서의 점수가 과히 좋지 않다. 물론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영의 중압감에 시달려 보지 않은 아내는, 무관심한 남편이 야속하기만 하다. 오래도록 아내를 챙겨주지 못하는 남편들은 그저 아내가 이해해 주기만 바랄 뿐이다.
위의 ABC 세 CEO는 최근에 필자가 우연치 않게 컨설팅을 한 케이스인데 세 사람 다 부인에게 미안해 하고 있다. 그러나 미안해 하고 있을 뿐 대책이나 개선책은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 사업가의 아내는 다 그런 것 아니냐는, 일종의 ‘배째라!’ 심리가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업의 질과 삶의 질

사업가의 아내는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하지 말라. 아내를 순교자 후보감으로 생각하지 말라. 70~80년대의 한국의 경제는 아내들의 외로움을 짓밟고 성장했다. 가정보다는 회사를, 국가경제를 더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을 당연시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가치관은 변한다.
규모의 경제가 어느 정도 달성됐다 싶으면, 바로 대두되는 것이 ‘삶의 질’이다. ‘이게 어디 사는 거냐?’라고 말하는 아내들의 항변은 ‘삶의 질’을 높이자는 긴급 제의다. 사업의 질 뿐 아니라 삶의 질도 높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아내가 말하는 삶다운 삶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아내를 사업의 희생양으로 생각지 말라. 아내를 외롭게 하지 말라. 이제는 가정을, 사업과 같은 가치 수준에 놓아야 한다. 그것이 21세기 삶의 방식이다. 사업 위주의 가치관에서 사업과 가정의 균등화를 시도해야 한다.
아내가 귀찮으니까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이나 하라, 문화센터에 등록해서 교양을 쌓으며 시간을 보내라고 한다면 남편으로서의 직무유기이고 아내를 전생련(전국생과부연합회) 회원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아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라. 부부동반 모임에 빠지지 말고, 남자들만의 모임을 부부동반으로 바꾸라. 21세기는 남자만의 모임을 장려하지 않는다. 반드시 아내와 취미를 같이 하라. 취미를 같이 하면 부부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함으로서 아내의 고독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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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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