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 삼청동 길을 따라 감사원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삼청공원 입구를 만난다. 북악산(342m, 일명 백악산) 자락에 조성된 산속 공원이다. 예로부터 ‘삼청’은 물 맑고 우거진 숲으로 소문난 곳이었다. 삼청이라는 이름은 도교의 삼청(태청, 상청, 옥청)에서 비롯된 것으로 신선이 사는 세 궁전을 일컫는다. ‘용재총화’에서는 이 곳을 도성 안에서 제일 경치가 좋은 곳이라고 했다. 삼청동의 진가를 보려면 우선 삼청공원을 찾아봐야 한다.
울창한 숲과 화분에 심어 놓은 꽃 등이 어우러진, 겉으로 보면 도시민들의 휴식처와 다를 바 없는 작은 공원이다. 입구를 비껴 안쪽으로 들어가면 산책로가 여러 갈래로 나뉘고 운동기구나 벤치 등이 눈에 띈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해맑게 웃는 어린 아이, 배낭을 짊어진 등산객들, 그저 편안한 차림으로 나와 운동을 즐기려는 동네 주민들, 벤치와 정자에 한갓지게 앉아 오수를 즐기는 노인들, 여느 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이다.
점심시간 즈음에는 흰 와이셔츠에 양복바지, 반짝이는 구두를 신은 한눈에도 인근 회사원이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여든다.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는 공원과 다른 점이다.
1934년 3월, 경성부가 삼청동 안 임야 5만평을 빌려 공원의 면모를 갖추었다. 순환도로, 산책도로, 정자, 벤치, 풀장 등의 시설을 설치하였는데 1940년 3월 12일에는 도시계획공원 제1호로 지정되었다.
세월 지나 굵어진 나무들은 울창한 수림이 되어 그늘을 만들어주고 골짜기에는 작은 삼청천 계곡이 흐른다. 물길은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갔다. 울창한 숲이 공원을 에둘러 감싸고 있어 다소 어둠침침할 정도다. 저녁에는 은밀한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들이 찾아들 것 같은 그런 장소다.
그저 공원만 돌아다닐 요량이라면 아주 독특한 노천탕을 호기심 삼아 찾아보자. 고려 충신 정몽주와 그 어머니의 시조비를 눈여겨 보면 된다. 그 시조비를 따라 야트막한 구릉을 넘으면 계곡 옆, 옴팍한 장소에 정자가 있다. 시를 읊고 춤을 추는 정자라는 의미로 붙여진 ‘영무정’이다.
그 옆으로 10여m 높이의 바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있다. 직폭이 아니라 실타래처럼 돌 사이를 가늘게 흘러 내린다.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2평 크기의 탕을 시멘트로 막아 두었다. 일부러 꾸며 놓은 듯한 모습이 가미된 자연 풍광이다. 정자와 폭포 사이는 20여평 넓이의 시멘트바닥이다. 탕 옆으로 바가지가 놓여 있는 것은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연 노천탕인 것이다.
이곳은 남자 전용공간이다. 69년에 생겼으니 어느새 40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원래 약수터였는데 삼청동과 가회동 주민들이 목욕시설을 만들면서 노천탕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울창한 아카시나무와 소나무 숲이 둘러싸고 지형이 옴팍해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딱 목욕하기 좋은 위치인 게다. 누군가 보지 못하도록 에둘러 천막도 쳐 있다. 주민 일부는 오염시킨다고 폐쇄하라는 의견도 분분하다지만 아직까지는 동네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이것으로 삼청공원을 다 봤다고 하기에는 미약하다. 공원 북쪽으로 오르면 1976년 서울시가 복원한 조선시대의 성곽이 있기 때문이다.

●무료 입장: 02-730-9277/찾아가는 방법:경복궁에서 대로를 따라 청와대쪽으로 오르다 우측 감사원 길로 가면 휘돌아 치는 언덕길이 나온다. 그즈음 왼편에 삼청공원 입구가 있다./지하철:3호선 안국역(2번출구) 삼청터널방향으로 나와 도보로 35분 거리/별미집:삼청동쪽에서 고향밥집(02-736-9716)이 토속적인 맛을 자아낸다. 또 팥죽 잘하는 집이 있는데, 이름은 팥죽-서울서 두 번째로 잘하는 집이다. 불교적인 색채가 나는 찻집인데 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삼청동 수제비(02-735-2965), 서울 원조 평양냉면집(720-7110), 온마을 즉석두부(745-7129) 등이 있다.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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