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동쪽기슭의 능선을 따라 서울 성곽 산책로가 개설되어 있다. 원래 서울 성곽은 북악산(342m), 낙산(125m), 남산(2262m), 인왕산(338m)을 잇는 총 길이 약 18.2km로 평지는 토성, 산지는 산성으로 계획되었다. 지금은 산지성곽 10.5km만 남게 되었다. 복원된 길은 부암동 창의문에서 와룡공원에 이르는 4.3km. 계속 복원 중에 있다.
등산로는 창의문 쉼터와 와룡공원 말바위 쉼터, 홍련사에서 출발하는 세 가지 길이 있는데, 삼청공원은 와룡공원과 숙정문 중간 즈음이다. 삼청공원 쪽이 아이들을 동반한 사람들이 찾기에 적당하다.
잘 정비된 로드 데크를 따라 올라가면 약간의 숨가쁨이 느껴질 즈음 성곽 길 능선을 만난다. 왼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이내 말바위(600m)다. 말바위는 옛 선비들이 말을 타고 올라 말을 매어두고 풍류를 즐기다 간 곳이라 해서 붙여졌다고도 하고, 선비들이 이 곳에 모여 앉아 말(이야기)을 주고 받으면서 쉬었다 간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또는 북악의 산줄기에서 동쪽으로 좌청룡을 이루어 내려오다가 끝에 있는 바위라 하여 말(末)바위라는 설도 있다.
기암 바로 앞에 발 밑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서울의 남쪽과 서쪽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풍치가 멋지다. 조금만 발품을 팔아도 이런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모른 체, 혹은 무심한 체, 그저 일상에 쫓겨 사는 도시민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 가는 곳이다.
말바위에서 북쪽으로 고개를 치껴 올리면 저 멀리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이 보인다. 성곽 너머 동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마치 유럽 건물들을 보는 듯한, 잘 지어놓은 성북동 주택가가 눈에 들어오고 유심히 살펴보면 ‘식객’의 촬영장소로 이용된 ‘삼청각’이 마치 항공촬영 하는 듯 눈 속으로 파고 든다.
이 곳은 1968년 북한 무장공비가 침투한 ‘1·21 청와대 습격사건’ 이후 출입을 통제했다가 2007년 4월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 군데군데 군사시설 구간에는 사복 군인이 지키고 서 있다. 철조망이 둘러 쳐진 구간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성곽 길은 말바위에서 정상부분 창의문까지 이어지는데, 최소한 숙정문(사적 제10호)까지만이라도 가보자. 숙정문은 북대문이다. 남대문, 동대문, 서대문은 익숙하지만 북대문은 아직 낯설다. 숙정문을 앞에 두고 탐방안내소가 있다.
이곳에서 신청서를 제출하고 신분증을 보여주어야 탐방이 가능하다. 문화해설사가 있으므로 북악산의 식생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산행의 묘미가 더해진다.
화강암이 주를 이룬 돌산, 북악산에는 40여 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식물들이 잘 보존돼 있다. 208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그중 81종이 나무다. 특히 북악의 소나무는 조선 개국 초부터 특별보호대책으로 관리돼 왔다.
1413년 풍수지리학자 최양선이 지맥을 손상시킨다는 상소를 올린 뒤에는 문을 폐쇄하고 길에 소나무를 심어 통행을 금지시켰던 것. 아쉽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숲이 방치되어 능선 주위로만 볼 수 있다. 숙정문 일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팥배나무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북악 특유의 식생이다.
숙정문은 태조 4년(1396)에 도성의 나머지 삼대문과 사소문이 준공될 때 함께 세워졌다. 원래 이름은 숙청문으로, 도성 북쪽에 있는 대문이라 하여 북대문, 북문 등으로도 부른다. 숙정문은 음양오행 가운데 물을 상징하는 음에 해당하는 까닭에 나라에 가뭄이 들 때는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열고, 비가 많이 내리면 닫았다고 한다. 도성 북문이지만, 서울 성곽의 나머지 문과는 달리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험준한 산악지대여서 실질적인 성문 기능은 하지 않았다. 1976년에 복원했다.

● 성곽 개방 시간:오전 9시~오후 3시까지. 동절기(11월부터 3월)는 오전 10시~오후 3시.
● 포인트:숙정문까지가 아쉽다면 정상인 백악마루-북악쉼터까지 가도 된다. 정상에 서면 산 아래로 경복궁과 세종로, 산 너머로 남산타워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북악쉼터에서는 저 멀리 인왕산 치마바위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이신화·『on the camino의 저자』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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