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일본의 장기불황을 일컫는 이 말은 태평양전쟁 패망후 일본이 그동안 일궈놓았던 경제적 성과가 10년 동안 거품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자조적인 의미를 담고있다.
10년 넘는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일본의 전통적인 중소기업들도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일본에선 2만개가 넘는 기업이 쓰러졌다. 지난해에는 1만8천9백여개의 기업이 도산했다. 2001년에 비해선 다소 감소했지만 전후 4번째로 높은 부도율을 기록했다. 특히 30년 이상된 기업의 부도가 5천60건으로 전체 부도수의 26.7%를 차지해 전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은 산업구조가 대기업·재벌 위주로 구성돼 있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계열화 기업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기업과의 탄탄했던 협업·하청 관계도 금이 갔다. 대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빠져 나가며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99년 일본은 63년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제정한 중소기업기본법을 36년만에 개정했다. 기존 ‘중소기업 규모 확대’강조에서 생산 및 설비의 합리화를 통한 개별 중소기업 역할강화 방향으로 전환했고 일본경제의 장기침체 탈피를 위한 중소기업 활성화에 중점을 뒀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저조한 창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창업활성화, 벤처육성 시책에 치중했다.
장기불황으로 규모는 작지만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일본 중소기업들이 나가떨어지자 일본 정부도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 전환에 나선 것이다.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이윤보 교수는 “일본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전환은 세계적인 흐름에 따른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록적인 장기불황 역시 결국엔 IT화, 글로벌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도외시하고 산업구조조정을 소홀히 한 결과인 것이다.

中企 기본법 36년만에 개정

1995년 10월부터 10년 한시법으로 시행된 ‘중소기업의 창조적 사업활동 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창조화법)은 중소기업의 창업 및 연구개발 등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창조적인 사업활동과 새로운 사업분야의 개척을 유도하고 있다.
창업지원 대상은 사업 개시 5년 미만의 제조업, 인쇄업, 소프트웨어업 및 정보처리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 그리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의 비중이 3%를 초과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법은 자본금 1억엔 이하의 기업만 지원하는 중소기업투자육성주식회사의 지원대상에 대한 특례조치로서 자본금 1억엔을 초과하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기업이 취득하는 사업용 설비에 대해 7%를 세액공제하고 30%를 특별상각하는 조세감면 지원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2001년 히라누마 다케오 경제산업성 대신은 예산 지원을 통해 “수년 내 대학 벤처 1천개를 키우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의 대학 벤처는 2001년 2백63개로 1년새 두배 이상 늘었다.
이윤보 교수는 “일반적으로 일본의 벤처열기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술수준이 워낙 뛰어나고 일본 정부 역시 지식서비스, 유통 등 소프트한 부분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조화법’은 우리나라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의 모델이다. 이윤보 교수는 “창조화법 등 90년대 들어서 시행된 일본의 중소·벤처 기술지원제도는 많은 부분 우리나라에도 도입돼 실시중”이라고 밝혔다.
또 한편에선 중국의 저가공세와 디플레이션으로 고전하고 있는 전통적인 중소제조업에 대한 고도화·기술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지역 중심으로 기술 보급

개량연구소 등 15개 국립시험연구소는 중소기업 기술과제중 공통적이고 기초적인 기술을 개발해 성과보급강습회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보급하고 북해도립 공업시험장 등 178개 공업시험연구소는 지역 밀착형 기술을 개발해 지역중심으로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정부가 설립한 중소기업 전담 금융기관인 중소기업금융금고는 첨단기술의 활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첨단기술진흥자금’ 지원, ‘지역중소기업 활성화 대부’, ‘지역중소기업 사업개척대부’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정부 지정분야의 신제품·신기술 개발, 공해방지, 에너지 절약 기술 및 설비개발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도부현)는 전통 중소기업의 고도화를 위해 공동사업, 공장·점포 등의 집단화, 기업규모의 적정화, 사업전환, 소매상 등의 경영형태 근대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공장 등의 집단화 사업, 소매상업 등 상점가 근대화 사업, 소규모기업 집단화 사업, 지식집약화 공동화 사업 등을 통해 고도화 사업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에 사업계획 작성을 지도해주고 고도화 자금을 지원한다.
한편 지방자치제가 잘 발달된 일본은 중소기업 기술지원에 있어서도 지자체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자체 역할 두드러져

지방정부 산하에는 중소기업의 경영 및 기술혁신의 지원을 위한 다양한 지역산업지원 시설이 설립돼 있다. 도도부현과 10개 주요 시 산하에 중소기업에 대한 조사연구나 진단, 상담지도를 행하는 상공지도소(중소기업지원센터)나 기술지도를 담당하는 각종 연구소, 기술 지원센터(전국 약 180여개의 공설시험기관)가 있다.
지방정부는 이런 여러 관련 기관을 통해 조사 → 상담·자문 → 기술·자금 지원 → 사후 평가의 정책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지역별로 다양한 지역산업진흥기구가 지역진흥의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0년부터 ‘공장 아파트’, ‘인큐베이터’, ‘테크노폴리스재단’, ‘리서치 파크’ 등 새로운 기관이 설립되고 있다.
지역진흥기구로 대표적인 것은 테크노폴리스 재단, 또는 리서치 파크와 같은 ‘산업진흥센터’로 각 지역의 지역산업진흥 거점의 역할을 한다. 테크노폴리스 지정지역의 ‘테크노폴리스개발기구’는 연구개발형 기업에 대한 채무보증사업, 연수·지도사업, 조사연구사업, 연구개발 조성사업 등에 종사하고, 지역산업 발전계획의 중심적인 추진 주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이런 기구는 형식상 행정직영부터 민간이 참여하는 제3섹터에 이르기까지 여러 유형이 있지만 공공성이 강하고, 최근에는 이러한 산업진흥지원센터에 ‘공업기술센터’ 또는 ‘인큐베이터’를 부설하는 등 복합적인 기능이 부가되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이런 다양한 지역진흥시설들을 네트워크화 하고 기능을 강화해 지역별로 One-Stop 중소기업 기술 지원 기반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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