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된 계약관행이 국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대·중소기업 상생 간담회’에서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한국계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한국과 미국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비교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 미국 대기업들을 모두 상대하는 참석자들은 한국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계약서는 달랑 3~5쪽에 불과하지만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는 계약서에 협력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때문에 대부분 100쪽이 넘는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최근 한국에서 이메일로 받은 내년 입찰제안서(RFP)가 3메가에 불과한 반면 미국 기업에서 받은 RFP는 11메가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미국 계약서는 시기별 공동사업계획부터 납기일 관련 벌칙규정까지 세밀한 내용이 포함돼 향후 사업예측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기타사항은 상거래 관행에 따른다’는 마지막 한 줄이 모든 것을 규정한다는 것.
대기업이 판단하기에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이 상도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판단, 계약을 파기할 재량이 너무큰 데 비해 미국에서는 대기업이라도 적시한 규정을 어기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오랫동안 인텔 한국지사에서 근무했다는 한 참석자는 “인텔 직원으로 한국 대기업 공장을 방문했을 때 별도 보안점검 없이 공장 내부까지 갈 수 있었고 에어컨이 나오는 대기실까지 마련해 줬다”며 “반면 중소기업 직원은 보안점검을 받은데다 별도 대기실 없이 외부에서 땀을 흘리며 있는 모습이 기억난다”고 밝혔다.
협력업체 수준 향상을 위한 미국 대기업의 노력도 한국 대기업과 비교 됐다.
반도체장비회사 KSM의 홍석일 이사는 “현금결제 보다 중소기업의 눈높이를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 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며 “자신들이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은 기밀을 요하지 않는 모든 직원교육에 협력업체 직원들의 참석을 장려해 이렇게 받은 교육분량이 캐비넷 3개나 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렇게 수준이 맞춰진 후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그에 따른 납품단가 인하 등 협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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