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大芚山, 878m). 참으로 귀에 익숙한 산이다. 유명한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 대둔산을 호남의 금강산이라 부르는 것이 이상한 일 아니다.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 논산시 벌곡면, 전북 완주군 운주면의 경계에 있다. 순수한 우리말은 ‘한듬산’이다. 동국여지승람 등 기록에 싹나올 둔(芚)자를 썼다. 인적이 드물고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는 데서 대둔산이라 이름하였다.
대둔산은 바위산이지만 가을 단풍이 빼어난 산이다. 매년 10월말에는 대둔산 축제를 연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케이블카에서 가장 가까운 구름다리조차 건널 수 없을 정도로 인파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면 요즈음 풍치는 어떠할까? 케이블카를 이용해 산속으로 들어간다.
대둔산은 바위가 특색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오대산·월성봉, 천등산 등과 함께 노령산맥의 북부 잔구군을 형성한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6km에 걸쳐 솟아 있다. 산정 봉우리나 주변으로 바위가 열지어 있다.
신라 문무왕때 국사 원효대사가 차마 이 바위를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삼일을 이 바위에서 지냈다는 동심바위를 비롯하여 금강통문, 장군바위, 용문굴, 장군봉, 칠성봉 등이 대표적이다.
내친 김에 역사 유적도 살펴보자. 유서 깊은 사찰이 있다. 신라 선덕여왕 7년(638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신라 헌강왕 1년(875년) 도선국사에 의해 중창된 안심사가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그 외에도 용문사, 석천암 등이 있다.
또 조선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 때 왜군이 전주성을 공략하기 위해 침입해 왔을 때 광주목사(도절제사) 권율장군이 이치의 험난한 지세를 이용하여 1,500여명의 병력으로 왜군 2만여 명을 맞이하여 큰 승리를 거두었던 이치대첩(배티재)은 아주 유명하다.
배티재는 임진왜란당시 골짜기에 배나무(산들배나무)가 많은 재(고개)라 이름 하였는데, 그 후 한자화하여 이치(梨峙)로 쓰고 있는 것. 진산면쪽의 골짜기에는 높이 14m의 큰 산들배나무가 있어 금산군의 보호수(8-3-336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그것뿐 아니다.
동학농민 1894년 혁명 당시 공주 우금치 전투 패전 이후 일본과 관군에 밀려 남하하던 농민군의 일부가 대둔산 형제봉 아래 암벽위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약 3개월 동안 맞서 최후까지 항전하기도 했다.
케이블카에 내려서 이내 구름다리(길이 50m, 폭 1m, 높이 80m)를 건넌다. 금강통문을 가로 질러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금강 구름다리다. 동학농민 최후 항전 유적지라는 팻말이 있다. 산비탈에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약수정휴게소가 나온다.
휴게소 바로 위 팔각정이 있고 왼쪽으로 가면 삼선구름다리다. 삼선계단(길이 36m, 경사 51도, 127계단)은 깍아지를 듯한 암벽에 설치된 철계단이다. 보기만 해도 얼마나 아찔한지 현기증이 날 지경. 올라가는 것 이외에는 이용할 수 없는 계단. 다리 난간 철봉 쥔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간다. 어지러움증 때문에 고개를 돌릴 수도 없다. 이 순간에는 땡볕 조차도 긴장감에 잠시 잊고 만다.
하지만 왕관봉에서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기에는 아직 이르다. 바로 눈앞에 마천대가 다가선다. 하늘을 만질 수 있는 봉우리라는 마천대. 마천대까지의 산길은 대부분 돌계단. 일부러 만들어 놓지 않았지만 워낙 바위가 많아서 자동적으로 돌 계단 형식으로 자연스레 만들어져 있다.
드디어 배티고개입구 능선 길. 낙선대를 넘어 정상 마천대에 이른다. 마천대를 중심으로 뻗어내린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절경을 이룬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이미 온 피부는 다 그을렸고, 땀을 비오듯 쏟아내 한 양동이는 족히 될 듯이 쏟아냈지만, 얼마나 행복한 산행인가?

●등산코스:대둔산에는 완주 방면에 3개, 논산 방면에 2개, 금산 방면에 1개의 등산로가 있다.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어 시설지구∼마천대∼용문굴∼케이블카∼시설지구, 시설지구∼마천대∼낙조대∼용문굴∼케이블카∼시설지구, 시설지구∼마천대∼옥계천, 시설지구∼마천대∼깔딱재∼수락계곡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산자락 경관이 뛰어나고 접근도 편한 완주 방면의 산행코스가 인기가 높다 논산(벌곡면 수락리)쪽에는 계곡이 아주 멋지다.

●위치:완주군 운주면/063-263-9949/케이블카 이용요금:대인(왕복 7000원)/연중무휴/이용시간:하절기(오전 9시부터 오후 18시), 동절기(오전 9시부터 오후 17시)/문의:063-263-6621-3/www.daedunsancablecar.com/서울-경부고속도로-비룡분기점 → 판암 IC → 남대전 IC → 추부 IC → 복수(17번 국도) → 진산 → 대둔산/별미집:입구에 유원지 음식점이 즐비하다. 더덕, 산채류 등이 전북의 인심을 느끼게 해준다.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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