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리동, 일명 물돌이 마을. 강이 땅을 에둘러 휘감으면서 생긴 육지의 섬을 일컫는다. 마을을 에돌아 휘감고 흐르는 강물의 풍치는 한폭의 수채화를 만든다. 그래서 물도리동을 일부러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국내에 내로라하는 물도리동이 많은데 그중 한곳이 영주시 수도리 무섬마을이다.

영주에는 소수서원, 부석사 등의 이름난 관광지가 많아서 수도리의 무섬마을까지 발길을 내딛기가 쉽진 않다. 무섬마을이 물도리동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지도 오래된 일은 아니다.
영주시내에서 지도를 펼쳐들고 물어물어 익숙치 않은 길로 접어든다. 큰 기대감을 안고 말이다. 마을에 들어서니 한옥집들이 오롯히 모여 있다. 그 앞쪽으로 강이 흐르고 있다. 마을에서는 휘돌아치는 물도리동을 한눈에 볼 수 없으니 그저 강변 마을 일 뿐이다. 수도(水島)리. 즉 ‘물섬’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물섬은 부르기 쉽게 무섬으로 변한 것이다.
무섬마을은 소백산에서 발원해 서천과 봉화에서 내려오는 내성천이 마을 동쪽 700여m에서 합류해 마을 전체를 태극 모양으로 한 바퀴 휘감아 흐른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동쪽 일부를 제외한 3면을 휘돌아 흐르고, 내 안쪽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모래톱 위에 마을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다.
우거진 나즈막한 산을 뒤로 한 전형적인 ‘배산임수’다. 또 강 맞은편에는 소나무, 사철나무 등이 숲을 이룬 나지막한 산들이 강을 감싸안고 이어진다. 마을로 뻗어내린 산줄기는 태백산에서 연유한다.
그리고 강 건너에서 마을을 감싸고 있는 능선들은 소백산 자락들이다. 양기의 태백을 음기의 소백이 포근히 감싸고 있는 형국인 게다. 풍수지리학상으로는 매화 꽃이 피는 매화낙지, 또는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연화부수형국이라 하여 길지 중의 길지로 꼽힌다.
고샅을 살펴본다. 마을 곳곳에 자리잡은 고택들. 가옥 가운데 38동이 전통가옥이고, 16동은 100년이 넘은 조선시대 후기의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이다. 나름 잘 가꿔놓은 집들이 정겹기도 하다. 해우당고택(경상북도 민속자료 제92호), 만죽재고택(경상북도 민속자료 제93호), 김규진가옥(문화재자료 제361호), 김위진가옥(문화재자료 제360호) 등 9점이 경상북도 문화재자료와 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제법 양반가들이 세도를 누렸음직한 마을이다.
이 마을엔 특이하게도 농토가 하나도 없다. 물에 갇힌 마을일 뿐이다. 그럼에도 한때 영주에서 알아주는 부촌이었다. 강 건너 학가산 밑까지 30리가 다 무섬마을 사람들의 땅이었고, 천석꾼이 마을에 여덟 집이나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666년, 강 건너 마을에 살던 박수라는 이가 이곳으로 들어와 터를 잡는다. 이후 그의 증손 사위인 김대라는 사람이 터전을 잡으면서 일가를 만든다. 마을은 반남 박씨(潘南 朴氏)와 선성 김씨(宣城 金氏) 두 성씨가 어우러진 씨족마을이다. 마을은 크게 세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도교를 기점으로 웃말, 아랫말을 나누고 그 중간말에 반남 박씨가 살고 있다. 웃말에는 의금부도사를 지낸 해우당 고택이 있고 중간말 박씨 주거지에는 만죽재가 있다. 아랫말에는 문절공파가 살았다. 한때 120여 가구가 모여 살았지만 지금은 마을의 규모가 줄어들어 24가구 40여 명이 지키고 있다.

여름이면 천변에서 야영을 하겠지만 그저 마을 고택을 보는 것이 전부여서 아쉽다. 그 흔한 전통 체험 프로그램도 하나 없고, 고택에서의 민박 프로그램도 없다. 그저 잠시 들렀다가 마을 한 번 돌아보고 강가에 앉아 멍하니 흐르는 물만 바라보다 돌아오는 여행지인게다.
볼거리라면 외나무다리다. 1979년 ‘수도교’가 생기 전에 외부와의 통로는 외나무다리 뿐이었다. 삼방의 물길을 건너기 위해 만들어 놓은 나무 다리. 무섬을 휘도는 물길이 가장 낮은 수심 부근에 놓여 있다. 등받이 없는 나무 벤치 의자를 여러 개 이어놓은 모양의 이동식 다리. 마을 사람들은 겨울에는 다리를 설치하고 여름에는 다리를 치운다. 여름철 많은 비로 물의 양이 불으면 다리가 떠내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이면 꼼짝 없이 갇히는 셈이다. 콘크리트 교량이 생겨 차량이동이 가능해지자 없앴다가 2005년 다시 만들어졌다.
외나무다리는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도 선정되었다. 10월 중순에는 ‘외나무다리 축제’가 열린다.
조지훈의 시 ‘별리’에서 무섬마을의 경치를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시인 조지훈의 처가가 이곳이다. ‘푸른 기와 이끼 낀 지붕 너머로/나직이 흰 구름은 피었다 지고/(중략)/십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 가는데/밟고 간 자취는 바람이 밀어 가고/방울 소리만 아련히….’ 시인은 ‘겨먹이’ ‘띠앗강변’ 등 무섬마을과 관련된 시어를 여러 시에서 언급했다.

●위치:영주시 문수면 수도리/054-639-6062/찾아가는 방법:서울 → 경부고속도로 → 신갈 IC → 영동고속도로 → 남원주 IC → 중앙고속 도로 → 영주IC → 국도28호선(영주방면)- 국도5호선(안동방면)-문수농공단지-무섬리 234번/시내버스:영주 → 무섬(소요시간 20분)(1일 4회)/무섬마을 물도리동 마을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 마을 앞쪽의 야트막한 산위로 올라야 하는데 팻말조차 없고 마을 전체를 파인더에 담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이신화·『on the camino』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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