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업생태계가 중소기업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업생태계란 1990년대에도 논의가 있었지만 2004년 하버드대학의 이안시티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논문으로 발표한 이후 그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개념의 핵심은 비즈니스의 시간지평을 길게 하여 수렵형 경영구조를 경작형 경영구조로 바꾸어 가자는 것이다. 즉 당장의 수익을 위한 수렵적 비즈니스보다 미래의 수익을 위해 심고 가꾸고 수확해가는 경영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수렵형 경영에서는 1회의 거래 속에서 최대한 이익을 획득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공룡형 행태를 보인다. 결국 공룡은 이것 때문에 멸종하고 말았다. 반면에 경작형 경영이란 먹이사슬의 고리들이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함께 가꾸어 가는 경영을 말한다.
동반성장과 상생이란 바로 기업생태계의 철학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실천하여 경작형 한국경제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좋은 중소기업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업생태계에 좋은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씨가 마르지 않고 싹이 트고,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생태계는 건강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생의 개념 속에는 생태계의 씨앗인 중소기업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1단계와 꽃을 피워서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2단계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관계가 많다.

수렵형 경제서 경작형 경제로

그러므로 중소기업의 수요자인 대기업들의 변화속도만큼 중소기업의 변화속도도 빨라야 한다. 그런데 대기업의 제품과 중소기업의 공급부품 간 변화속도의 충돌이 있다. 이것 때문에 중소기업은 도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개체의 성장과정은 닥치는 대로 먹어서 성장하는 단계가 있고, 많이 먹으면 성장하지 않고 비만해지고, 성인병이 생기는 단계가 있다. 전자를 요소투입단계라 하고 후자를 혁신주도단계라 한다. 혁신주도단계에서는 투입의 양보다 혁신활동이 필요기 때문이다. 대·중소기업 상생관계란 이러한 속도의 충돌과 역할의 부조화를 맞추어가는 이른바 ‘기업생태계 재정렬’을 필요로 한다.
혁신단계에서 ‘중소기업의 수요자인 대기업들은 좋은 부품만 골라서 먹는다. 이에 맞게 중소기업도 좋은 부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씨앗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거름’이 필요하다. 이것이 ‘R&D’이다.
거름을 안주면 생태계가 융성해질 수 없다. 중소기업은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3대 생산요소로 제품을 만들지만, 여기에 기술, 디자인, 연구개발이 들어가야 혁신단계 대기업들이 좋아하는 제품이 만들어진다.

연구개발 중심 상생협력해야

그러므로 씨가 마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꽃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개발지원의 상생정책’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생태계 조력자로서 정부의 역할이다. 이제 상생협력이 중소기업의 ‘토지·노동·자본’의 투입요소지원을 넘어 ‘기술·디자인·연구개발’을 통해 혁신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줄탁동시’적 사고가 필요하다. 즉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쪼아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도 수요자인 대기업이 좋아하는 제품개발에 주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이제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 돼야 한다. 중소기업이 프로가 되면 고객 지향성이 높아진다. 프로가 되면 해외시장에도 관심이 생긴다. 한국스포츠도 프로가 되었기 때문에 한국축구가 월드컵 4강도 되고 추신수, 박찬호, 박지성 같은 스타도 나왔다.
이쯤 되면 중소기업이 ‘세계정상 8848m의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데 고도 7000m쯤에 상생협력의 베이스캠프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세계 최정상에 도전하는 것은 중소기업 스스로의 과제다. 이런 기업을 ‘스몰 자이언츠’라 부른다.
결국 상생과 동반성장이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로 요약할 수 있다. 대·중소기업이 서로 혁신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연구개발 중심의 상생협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상생의 불은 성냥개비처럼 확 타오르기보다는 장작불처럼 은근하고 지속되는 것이 좋다. 상생은 방아쇠(trigger)일 뿐이다. 상생이 가역수준을 넘어서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되도록 해야 우리경제는 경작하고 선순환하는 선진경제가 될 수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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