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MRO는 산업용 공구업계의 SSM”

대기업의 구매대행회사(MRO)에 납품처를 빼앗겼다는 중소유통업체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부족한 상태다. 중소기업뉴스는 중소공구상들이 입주한 구로기계공구상업단지에서 기업체를 직접 운영하면서 한국산업용재공구상협회 유통관리이사도 맡고 있는 허부영 이사로부터 대기업 MRO의 사업 확장에 대한 중소업체들의 입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기업 MRO의 사업 확장이 최근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10년전 대기업이 MRO사업을 시작할 때는 계열사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고 했으나, 이제는 욕심껏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설립 10년밖에 안된 아이마켓코리아를 올해 7월 상장시켰습니다. 이로인해 유통은 물론 제조 중소기업까지 피해가 미치고 있습니다. 삼성이 브랜드를 앞세워 수요가 많고 품질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경우에는 중국 등에 공장을 운영해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기업 MRO의 사업 영역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LG, 삼성 등 대기업들이 종전 각계열사별로 구매하던 자재 등을 LG 서브원, 삼성 아이마켓 등 구매대행회사(MRO)를 경쟁적으로 설립해 구매하고 있고 이제는 사업이 정착되면서 MRO간 경쟁이 심화되어 매출목표를 늘려 잡고 있습니다.

▶▶KCC와 LG 서브원도 직접 매장을 내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CC는 올해 6월에 인천에 2만평 규모로 매장을 개설했습니다. KCC는 2호, 3호 매장을 계속해서 열 계획이며 LG 서브원도 곧 다음달에 창원에 매장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는 어느 정도입니까?
-KCC 매장은 주차공간과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주말에도 운영하기 때문에 주변 소매점과 영세사업자는 문을 닫아야 될 상황입니다. 지역상인들이 사업조정을 시도했지만 KCC측이 매장규모를 축소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조정에 실패했습니다. 대기업 MRO와 관련된 중소기업의 구체적인 피해액은 대략 20조 내지 30조로 추정됩니다. 저희 구로기계공구상업단지에 입주한 1,500여개 중소 공구상들 중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지만 현재 MRO에 납품중인 업체들은 피해내용을 밝히기를 꺼려해 파악이 어렵습니다. MRO 납품이 끊긴 실례를 들면, 10여년간 삼성전자에 매월 2~3억을 납품하던 입주사가 1998년에 아이마켓이 생기면서 삼성전자로부터 아이마켓에 납품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그후 납품단가 인하를 거듭 요구받았고 2년 전부터는 B2B 전자입찰까지 실시하고 있어 수익률 악화로 삼성전자 납품을 포기하게 됐습니다.

▶▶대기업들은 “MRO는 시장경제 논리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기업은 유통 선진화를 들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중소상인만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코오롱 KeP는 MRO, 도매업, 매장 모두를 운영하고 있고, 삼성 아이마켓은 한화, 농심 등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LG 서브원은 소모품뿐 아니라 공구 쪽까지 품목을 확장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외국의 MRO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까?
일본의 경우는 기술을 많이 요하는 부분은 대기업 MRO 진출을 막고 있고 중소상인에게는 우선 납품권한과 적정 수익률을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대기업 MRO는 제품의 원산지 표기가 불분명하고 품질이 낮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기술적 노하우가 없어서 품질개선이 가능하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 구로기계공구상업단지는 20년전에 이미 전산화되어 거래처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기술상담과 개선사항을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대기업 MRO는 하청업체에 납품시키기 때문에 이것이 불가능합니다.

▶▶얼마전 대기업 MRO와 한국산업용재공구상협회·베어링판매협회 사이의 자율조정이 결렬됐다고 들었습니다.
-협회가 우수업체를 추천하면 대기업 MRO가 우선권을 부여하고 중소유통업체의 적정이윤을 보장한다는 데까지 의견이 접근했지만 향후 3년간 사업확장 중단에 대해 MRO가 동의하지 않아 결렬됐습니다. 우리 요구사항의 핵심은 상생입니다. 즉 최저가 입찰대신 국세청에서 인정하는 13.5%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외국과 같이 적정한 중간가격을 인정해 달라는 것과 업체간 경쟁을 붙이지 말아 달라는 것, 그리고 연간 단위 계약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향후 대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앞으로도 사업조정 신청을 계속 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서명운동을 통해 국회, 언론, 청와대 등에 계속 문제를 제기할 예정입니다. 11월중에는 궐기대회와 국회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습니다. 또한 자유선진당 김용구 의원이 추진중인 관련입법 공청회가 12월 9일에 예정돼 있습니다. 관련법에는 사업조정과 피해사례신고센터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겨질 예정입니다.
<특별취재팀=최종락·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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