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영해면에 가면 괴시리 전통마을이 있다. 마을은 영양 남씨 집성촌으로 200년 이상 된 고택들이 30여 가구 이상, 옛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영양 남씨 괴시파 종택(경북 민속자료 제75호)을 비롯한 다수의 문화재가 있는 400여년 간 권문세도를 누린 제법 규모가 큰 전통마을이다. 영덕에 들러서 유명여행지 둘러보고 그저 바다보고 게나 먹으면서 놓치고 말지 않았은지, 함께 떠나보자.

영덕의 영해면은 선비의 숨결과 문향이 흐르는 곳이다. 그저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마을 곳곳에 이렇게 많은 고택들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거기에 대부분 종부들이 대를 이어 집을 지켜오고 있다. 어떻게 조성된 마을일까? 일단 괴시리 전통마을(영해면 괴시리 324, 054-730-6491)은 고려 말, 함창 김씨(목은 선생의 외가이며 선생의 외조모는 영양 남씨)가 처음 입주했다. 조선 명종(1545-1567년)때는 수안 김씨, 영해 신씨, 신안 주씨 등이 거주했다. 인조 8년(1630년)부터 영양 남씨가 처음 정착하게 된다.
마을 앞으로는 동해안의 3대 평야인 기름진 영해평야가 펼쳐지고 남동쪽의 망일봉에서 뻗어 내려오는 산세가 마을을 입자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 자연 지형에 맞추어 대부분의 고택들이 서남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마을을 가로지르는 기와 토담 골목길을 중심으로 2~3백여년 된 ‘口’자형의 가옥구조다. 영남 반촌에서도 보기 드문 공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마을은 조선후기 영남지역 사대부들의 주택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문화와 예절까지도 전승되고 있다. 해마다 격년제로 마을에서는 ‘목은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괴시리 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이색(1328~1396년)선생이다. 마을은 동해로 흘러드는 송천 주위에 늪이 많고 마을 북쪽에 호지가 있어 호지촌이라 불리웠다.
그러다 이색선생이 문장으로서 원나라에서 이름을 떨치고, 고국으로 오는 길에 들른 중국 구양박사방의 괴시마을과 자신이 태어난 호지촌이 시야가 넓고 아름다운 풍경이 비슷해, 괴시(槐市)라고 고쳐지었다고 전한다. 일출이 빼어난 괴시리 전망대인 상대산(183m) 관어대도 이색선생이 지은 이름이다. 외가에 놀러온 이색선생이 상대산에 올랐는데 넓은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바닷물이 아주 맑아서 물고기가 뛰노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그 모습에 이색은 이 산에 관어대라 이름붙이고 글을 남겼다고 한다.
이색은 고려 말의 문신이자 유학자이다. 어려서부터 총기가 뛰어나 14세에 성균시에 합격, 중서사전부로 원나라에서 일을 보던 아버지로 인해 원나라의 국자감 생원이 되었고, 3년간을 유학하다가 아버지의 상을 입자 귀국하였다. 공민왕 1년(1352)부터 우왕, 조선 태조에 걸쳐 그의 재능은 눈에 띄었다. 조선 개국 후 태조 4년(1395) 한산백으로 봉하여 예를 다하여 출사를 종용하였으나 끝내 고사했다. 다음 해인 1396년 피서차 여강으로 가던 중 여주의 신륵사에서 급사했다. 신륵사는 그와 친분이 있는 나옹선사가 열반한 장소. 나옹선사와 이색선생은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영덕에는 괴시리 말고도 고택들이 많다. 창수면 인량마을이 그런 곳이다. 창수면 인량마을도 선비의 숨결과 문향이 흐르는 곳이다. 고려시대 이래로 8대 성씨 12 종택이 거주하면서 현재에 이른다.
마을 입구와 가까운 쪽에는 정담 정려비(경북문화재자료 제380호)와 갈암종택(경상북도 지정기념물 제84호)이 있다. 갈암종택 위쪽으로는 우계종택이 있고 산 아래에 후학의 교육장으로 사용되던 충효당이 있다. 사당 주위에는 500년 된 은행나무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충효당의 오른쪽으로 지족당과 만괴헌이 있다.
이밖에도 조선 숙종 때 청백리로 명성이 높았던 강파 권상임이 건립한 살림집인 강파헌 정침(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358호)과 조선시대 통정대부, 병조참의를 지낸 용암 김익중의 고택인 용암종택(경상북도 민속자료 제61호), 조선 후기 안동지방 민가의 특성을 잘 보존하고 있는 삼벽당(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58호) 등이 있다. 현재 삼벽당에서는 민박은 물론 천연 염색 등이 펼쳐진다.
또 이곳엔 농촌전통 테마마을 나라골 보리말(054-734-0301)이 있다. 이 마을은 경북의 최대 보리 생산지로 2004년에 테마마을로 선정됐다. 2005년 주민 자부담으로 폐교된 인량초등학교를 구입, 행정지원을 받아 콘도형 시설로 리모델링해 숙박이 가능하다. 보리밟기, 보리짚공예, 보리방앗간, 밀사리, 보리 개떡만들기, 보리고추장, 등 보리 관련 체험이 많다. 그외 고택탐방 및 마을 문화재 둘러보기, 고래불해수욕장에서의 일출보기, 비석치기, 깡통치기, 기마전, 윷놀이, 제기차기 고구마, 감자구워먹기 등 체험꺼리는 많다. 사진은 목은기념관 전경.
■이신화·『on the camino』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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