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7일 2002아시아연수생문화축제가 15개국 외국인 연수생과 내국인 6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에서 펼쳐졌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6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5km 거북이 마라톤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개최돼 국내 산업현장에서 땀흘리고 있는 아시아권 연수생들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행사 진행을 위해 참가한 젊은 직원 눈에 비친 외국인 연수생 모습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행사시작 3시간 전에 여의도에 도착했다.
너무도 추운 날씨와 푸르다 못해 시리게 느껴지는 하늘, 그 하늘만큼 차갑게 느껴지는 세찬 강바람, 그 속에 추위에 떨며 준비에 여념이 없는 행사 준비자들의 분주한 모습이 눈에 띈다. 많은 사람이 올까?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적대는 행사장.
행사장 모퉁이에서 아빠와 함께 연을 날리기 위해 애쓰는 어린아이들, 그러는 와중에 서로 실이 엉켜 우는 아이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다정한 부부, 강아지 한 마리를 앞세우고 뛰는 아가씨, 오랜만에 나온 서울 나들이에 기뻐하는 중국 연수생, 행사 참가에 앞서 한데 모여 사진 찍는 필리핀 연수생, 반가운 얼굴들에 기뻐하는 베트남 연수생들, 서로의 안부를 묻기에 바쁜 인도네시아 연수생들. 그 와중에 바삐 움직이는 행사 관계자들….
다소 추운 날씨 속에 펼쳐진 행사는 ‘아시아가 하나되는 자리’라는 취지를 무색하지 않게 마라톤 1,500여명 등을 포함, 총 5,900여명이나 참가해 그 열기를 내뿜었다.
행사장은 말 그대로 아시아가 모인 자리였다. 내·외국인이 한데 섞여 있는 모습은 세계화란 말을 절로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 행사를 보며 이제 우리는 문화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함을 느꼈다.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일인 것 같다.
행사 자원봉사자로 나온 이화외고 이혜민(17) 양은 “이렇게 뜻 깊은 행사에 참가하게 돼 기쁘고 그동안 외국인들에게 가졌던 자그마한 편견까지 없앨 수 있어 좋다”며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또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풍악을 울린 사물놀이패에 참가한 숭실대학교 풍물패 이한별(19)군은 “무척 뜻깊은 자리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후 2시 이명박 서울시장, 이종훈 변호사, 최열 환경연합사무총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아시아문화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자 다들 모이세요.” “행사 시작 10분전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마라톤 참가자들을 빨리 출발선상으로 유도하세요.” 행사진행자가 바삐 고함을 질렀다. 이윽고‘탕' 하는 소리와 함께 1500여명의 마라톤 참가자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5km를 달리는 마라톤은 한국의 가을정취를 느끼며 서로를 호흡하고 달리기에 서로 ‘하나’가 되는 계기가 충분 했다. 마라톤 외국인부문 우승을 차지한 네팔 연수생 MADAN KUMAR(27, 영진)는 “별로 힘들지 않고 상쾌하며 우승해서 기분 좋다”고 자신의 우승소감을 밝혔다. 바로 이 기분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 나아가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 아시아문화축제의 지향점이다. 축제는 연날리기, Sing Along 등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가운데 그 열기를 더해갔다.
산업연수생은 이제 우리의 일부분이 되었다. 이들은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괜한 편견도 곤란하겠지만 이들이 한국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그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2002 아시아연수생문화축제는 내국인들에게는 외국인들과의 거리감을 없애고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인들의 사랑과 애정을 느끼는 깊은 자리였다. 또 타지에서의 생활이 결코 외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연수생들이 느낀 자리였다.
인도네시아 연수생 푸지안토(25, 별표수세미)는 “이 행사를 열어준 중앙회와 대한민국에 감사한다”고 행사 참가 소감을 밝혔다. 필리핀 연수생 디모나한(25, 삼성제약)은 “기다렸던 행사다.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종종 이런 행사가 열리면 연수생활에 활력이 되겠다”고 했다. 행사를 주관한 중앙회 관계자는 “힘들었지만 보람있는 일이었고 내년에는 더 알찬 준비로 보답하겠다”며 행사 내내 힘들었든 감정들을 떨쳐 내었다.

문수인(기협중앙회 외국인연수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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