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IMF 때 사십대 후반 나이에 명퇴로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큰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2년여 동안 취업을 하지 못하자 답답한 마음에 필자에게 보내왔다. 면담을 해보니 졸업 전은 물론 졸업 후도 2년간 대기업 지원만 30여 번 지원하여 계속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있었으면서도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필자는 여러 가지 성공사례와 가능성을 들어가며 중소기업에 취업을 권했다.
몇 달 후 괜찮은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다고 아버지는 마냥 즐거워했고 술 한 잔을 꼭 사겠다고 나와 전화로 약속을 했다. 문제는 그 술을 얻어먹기도 전 지난달 아들 녀석이 그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어 버렸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그만둔 이유를 물었더니 엉뚱하게도‘부장님이 싫어서’라는 이유였다고 했다.
이처럼 요즘 사원들은 쉽게 사표를 낸다. 모 중소기업 사장은 내일은 누가 또 안 나올지 몰라 아침 출근이 무섭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들은 업무 실패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찾기보다 직장 내 구성원에게 돌린다.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나 상사가 유독 ‘나’에게만 가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성숙 우울증’은 사회 초년생에 해당하는 20~30대가 겪는 우울증의 하나로 정식 의학용어는 아니지만 일본 사회에서 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본 언론이 자주 쓰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업무를 맡지 못하거나 심적인 부담이 되고 강압적인 지시가 내려오면 곧잘 스트레스 증상이나 우울증을 호소하면서 이직하거나 아예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는 ‘미성숙 우울증’이라는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일반 사회활동에는 큰 어려움이 없으나 직무 관련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성이 약해 일을 쉽게 그만둬 버리는 특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우리나라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꽉 차있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현장에서 뿐 아니라 성인 자녀의 취업이나 직장에까지, 심지어는 결혼 생활까지 늘 헬리콥터처럼 자녀 곁을 맴돌며 조언과 간섭을 멈추지 않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취업 포털사이트 인쿠르트가 취업준비생을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6%가“자녀의 취업 준비에 관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헬리콥터 부모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자녀들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간섭한다.
요즘 신세대 직장인들이 조금만 힘들어도 회사 문을 뛰쳐나가기 일쑤인 근본적인 이유는 20~30대 직장인들은 단군 이래 경제적으로 가장 윤택한 시기를 보낸 세대로 세상풍파를 경험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심리적 복원력(Resilience)이 취약한데 있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10대 후반이 되면 자녀들이 정신적으로 독립해야 하는데 많은 헬리콥터 부모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직장사회에 깊숙하게 ‘미성숙 우울증’ 신드롬이 퍼지고 있고, 더욱이 중소기업의 경우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신입사원의 99%가 퇴직을 생각해 본 일이 있다고 하며,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입사 후 일 년 내에 32%가 퇴직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일그러진 헬리콥터 부모의 역할만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입사 후 체계적인 교육이 없는 것은 물론, 선배나 상사들이 사원들에게 멘토(Mentor)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젊은이들을 보는 눈이 다르고, 판단의 잣대가 옛날 방식이다 보니 상호 소통이 안되고 대화의 벽이 너무 높아 생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중소기업에는 인재가 늘 부족하다. 어렵사리 들어오더라도 금방 그만 두어 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옛날과는 의식과 행동이 전혀 다른 이들을 끌어들이고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많은 애정과 이해심이 필요하고, 그들의 의식과 행동에 변화가 있도록 교육을 하며, 정신적 기둥이 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가재산
(주)조인스HR 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