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밴드의 꿈 BECK

포도를 뒤덮은 샛노란 은행잎에 비까지 촉촉이 내리면, 홀로 걷는 이의 뒷모습이 왜 그리 쓸쓸하게 보이는지. 이런 감성을 헤아려 영화계는 멜로드라마와 음악 영화 개봉을 재촉한다.
한국 밴드 최초로 지상 최대 록페스티벌이라는 유프트 투어를 찾은 YB의 유랑 다큐멘터리 <나는 나비>. 한국의 재즈 1세대 거장들이 총출동하여 혼이 담긴 연주를 들려주는 <브라보! 재즈 라이프>. 불우한 십대 소년 존 레논이 음악을 만나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존 레논 비긴즈-노웨어 보이>. 바흐 활동 당시부터 현재까지, 바흐의 음악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기쁨을 주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바흐 이전의 침묵>. 30년 전 볼쇼이 교향악단에서 억울하게 해고당한 지휘자가 설욕의 무대를 공모한다는 <더 콘서트>. 슈만과 브람스, 클라라의 관계를 통해 낭만주의 음악에 빠지게 하는 <클라라>.
이번 주 소개하는 영화는 작은 다섯 젊은이의 록 밴드 꿈을 따라가는 쓰쓰미 유키히코 감독의 2010년 작 ‘벡(BECK)’이다. 한 줄 소개로도 엔딩까지가 짐작될 만큼, 젊고 가난한 아마추어 아웃사이더의 고군분투 도전기는 너무 많이 봐왔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이 공식을 따르며, 엉뚱한 사회 부적응자 격려에 발군의 코미디 감각을 발휘하는 일본 영화계는 ‘루저 자립’ 장르를 두어도 될 만큼 이 분야 영화가 많다. 일본 영화계가 유독 이 장르에 능한 것은 만화 산업 발달 덕분이다. 해롤드 사쿠이시 만화 원작인 <벡> 역시 배우들 외모에서 성격은 물론 선곡과 음악 표현까지, 만화적 감성에 충실하다.
교내 밴드의 폭력에 시달리며 우울하게 지내던 고등학생 코유키 (사토 타케루)는 뉴욕에서 온 천재 기타리스트 류스케 (미즈시마 히로)의 강아지‘BECK’을 구한 인연으로, 류스케가 만든 새 록 밴드 BECK의 일원이 된다. 코유키는 류스케의 여동생에게 끌려 자작곡을 내놓고, 천체를 감동시키는 코유키의 노래를 들은 BECK의 멤버들은 엄청난 군중 속에서 노래하는 자신들의 환영을 본다.
<벡>은 갈등 요소로 라이벌 밴드, 악덕 음반업자의 방해 공작을 배치했다. 그러나 이런 류 영화의 정석대로, BECK은 일본 최대 락 페스티벌에 초대받는다. 헌데 태양과 구름과 바람마저 운행을 정지시키는 코유키의 노래는 들을 수 없다. 하기야 천체를 감동시키는 노래를 누가 립싱크할 수 있겠는가. 발라드로 짐작되는 코유키의 노래 대신,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Around The World’,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등을 들을 수 있다.
락 음악이 별로라면, 일본 꽃미남 배우들을 눈여겨보자. 특히 뉴욕에서 온 천재 기타리스트로 분한 미즈시마 히로는 일본 미남 스타의 특징인 식물성 훈남의 매력을 담뿍 발산한다. 180cm 키에 몸무게 65kg, 단발머리가 잘 어울려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배우다.

-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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