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대기업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번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이번 법안 처리가 제 친구 아버지의 얼굴에 짙게 드리운 그늘을 조금이나마 걷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올해 내내 SSM 문제로 매스컴이 뜨거웠지만 사실 저에겐 먼나라 이야기였습니다. ‘골목에 좋은 슈퍼마켓이 생기면 모두 좋아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제 생각이 달라진 것은 우연히 보게 된 친구 아버지의 담배를 태우시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동네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시는 친구 부모님은 최근 본인 매장을 비워두시고 매일 같이 농성장에 계십니다. 삼성테스코가 유통법이 통과되기 전, 어수선한 틈을 타 저희 동네에 SSM을 만들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친구 아버지를 비롯한 중소상인들은 연합회를 만들고 입점 강행에 강렬히 맞서고 있습니다. 입점 강행을 시도하려는 점포 앞에 천막을 치고, 24시간 그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만약 SSM이 들어오게 된다면?’ 생각해보았습니다. 분명 소비자들은 많은 계열사와 함께 포인트가 연동되고, 홍보능력이 뛰어난, 보다 고급화된 느낌의 대기업 슈퍼를 찾겠죠. 그래서 저희 친구의 가게가 문을 닫게 된다면…. 제 친구는 한 학기에 400만원 가까이 하는 등록금을 내지 못해 휴학을 할 수도 있겠죠. 다른 친구들은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많은 대외활동도 하고 있을 동안 등록금을 벌기위해 밤낮없이 알바를 뛰어야겠죠?
저희 부모님도 자영업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지역상권의 몰락이 한 가정 경제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소비자 체감경기가 위축됐다는 말 한마디만 나와도 가게 매출이 뚝 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대기업이 위협하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위험, 많은 변동성을 내포하면서도 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부모님들을 힘들게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친구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져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 때문에 부모님들이 저희 앞에서 작아진 모습을 보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게 통과된 이번 SSM 관련 법안이 단순히 통과된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리와 감독도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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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중소기업중앙회 대학생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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