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은 우리의 산업화 역사를 통해 고착된 대·중소기업간 심각한 힘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부당 단가인하, 부당 거래조건, 기술탈취 등 대기업들에 의해 쉽게 자행되었던 부당행위들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21세기 경제 환경은 시혜적인 상생협력에 국한하지 않고 윈-윈의 동반성장이라는 보다 진일보한 단계로 진입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대·중소기업간 관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일이다. 국민들은 빈곤 탈피와 경제적 안정에서 고용 창출과 경제 정의의 실천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당사자인 중소기업들도 이제는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대기업들도 국내 독과점적 지위에 안주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21세기 창조 경제에서는 연구개발비를 늘리는 전략만으로는 급속히 증대하는 불확실성과 시장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중소기업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동반성장은 불공정 거래를 바로 잡는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각자가 노력해 자연스럽게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귀결점을 제시한다. 따라서 지금은 국민들이 우월적 위치에서 힘을 휘두르고 있는 대기업들을 주시하지만 곧 이어 중소기업의 자성과 노력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왜냐하면 중소기업 스스로가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지 않고서는 동반성장이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몰 자이언츠가 中企의 미래상
이제는 강한 중소기업이 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정부의 육성정책도 강소기업 지원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다행히 한국형 강소기업인 스몰 자이언츠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굳이 독일로 가서 히든 챔피언을 벤치마킹하지 않아도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구축하는 비법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대한민국 강소기업, 즉 스몰 자이언츠들은 동반성장을 성공시킬 소중한 존재인 동시에 21세기 선진 경제의 핵심 주체가 될 것이다. 이들은 혁신성과 성장성은 물론 글로벌화에서도 뛰어나기 때문에 대한민국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미래지향적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산업의 허리역할을 담당할 예비 중견기업으로서 강소기업을 키우기 위한 정책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100개의 중견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배인 1000개의 스몰 자이언츠들이 육성될 필요가 있다.
강소기업에 맞춤형 지원해야
스몰 자이언츠 육성을 위한 정책대안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째, 스몰 자이언츠들이 동반성장의 모범사례가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스몰 자이언츠를 중심으로 대기업은 물론 신생 창업기업, 벤처기업, 중견기업 등과 다양한 협력적 네트워크가 구축돼 진정한 동반성장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동반성장의 관계를 통해 스몰 자이언츠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수 있으며 신생 기술기업이나 대기업 등 협력기업들도 이들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우수한 인재의 유입을 지원해야 한다. 스몰 자이언츠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계속 유입돼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도 흔쾌히 강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스몰 자이언츠를 중심으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강소기업들 중에는 인재를 아끼고 키워주는 기업들이 많다.
셋째, 취약한 경영능력을 보완해 주어야 한다. 강소기업에게 가장 심각한 것은 기술력의 부족보다는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 위한 전략경영 능력이다. 대부분의 경영이론은 대기업 중심이고 그나마 우리나라 특성에 맞고 강소기업 상황에 적합한 경영기법은 별로 없다. 따라서 스몰 자이언츠에 적합한 이론과 기법을 개발해 이를 일반 중소기업들에게 맞춤식으로 제공하는 일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스몰 자이언츠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장우
한국중소기업학회장·경북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