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주변 나들이가 훨씬 수월해졌다. 경남 내륙 깊숙한 곳에 있던 산청도 그 덕분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들고 있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산청은 눈에 띄게 변모된 것은 없는 듯하다. 이번 여행은 생초IC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찾아간 당시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 구형왕릉과 류의태 약수터를 지나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생초IC에서 구형왕릉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경호강 다리를 건너 지방도를 따라 가면 임천강이 나선다. 이곳에서 60번 지방도를 따라 산청쪽으로 가다보면 우측에 덕양전이 나온다.
덕양전(지방 유형문화재 자료 제 50호)은 서기 521년 왕위에 올라 12년간 재위했던 가락국 10대 구형왕과 왕비 계화왕후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덕양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5분정도 올라가면 구형왕릉 주차장이다.
구형왕릉(사적 제214호, 금서면 화계리)은 돌무덤을 쌓았기 때문에 느낌이 이색적이다.
구형왕은 가락국(금관가야)의 10대왕이자 마지막 왕으로 532년 신라에 멸망됐다. 비밀에 쌓인 왕국이라 할 수 있는 가락국은 당시 우수한 철기문화 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신라에게 나라를 넘겨 지금까지 역사적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왕을 신라에 넘긴 후 그는 류의태 약수터 바로 밑의 수정궁에 와서 칩거에 들어갔고 5년 후 사망했다.
무덤의 형태는 경사진 지형을 이용해 잡석으로 방형(方形)의 단을 이루면서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 올려 모두 7단을 이루고 있다. 전체 무덤의 높이는 7.15m. 인근의 축대를 포함해 모두 거무튀튀한 잡석으로 이뤄진 이 곳. 능이라는 관념을 떠나서 구경하기에도 느낌이 괜찮다.
이곳과 연계할 곳은 허준의 스승으로 알려진 류의태 선생 약수터다. 약수터까지 임도를 개통해서 찾아가는 것이 손쉬워 졌다.
약수터는 지리산 자락인 왕산(923m) 6부 능선에 위치하고 있다. 도로변 적당한 자리에 주차를 해야 한다. 주차장이 따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이곳에서 산행을 겸해야 하는데 거리는 10여분 정도로 길지 않다. 산에 오르면 바로 왼편에 새로 갖다 놓은 듯한 부도 두기가 있다. 아마도 이곳에 절터가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오솔길을 따라 가면 수정궁터가 나온다. 구형왕비가 피신왔다는 곳이다. 건물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약수터가 바로 앞에 집 한 채가 있다. 개인이 살고 있는 듯한 토담집이다. 약수터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산신당이 아니다.
굳게 닿힌 문 앞에는 아낙이 신었던 듯한 고무 슬리퍼가 놓여 있을 뿐 문은 굳게 닿여 있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병이 있던 한 아낙이 이곳에 와서 기도를 해야 몸이 낫는다며 지어 놓은 것이란다.
약수터는 특별난 것은 없다. 땅 밑에서 솟구치는지 아니면 정상부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인지 알 수 없지만 그저 맑은 물이 고여 있다. 물은 맑지만 그다지 차지 않다.
평소 류의태는 한방에서 물의 중요함을 특히 강조했는데 물에는 33가지 종류가 있으며 그 종류마다 약효가 달라 물을 가려서 써야 한다고 했다. 산청에서 이곳까지 약물을 떠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멀고 험난하게 느껴진다. 하긴 예전에는 산길이 더 발달되던 때였으니 산길 넘는 일이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 었을수도 있을 듯.
어쨌든 이 약수터는 이름에 걸맞게 위장병과 피부병 등의 난치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자가운전 : 대진간 고속도로-생초IC-임천강을 따라 유평리쪽으로 오다가 임천교 건너 60번 국도(화계리쪽) 이용. 산청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오면 우측에 덕양전. 덕양전 옆길을 따라 가면 구형왕릉. 왕릉 주차장 밑에서 왼쪽 산길로 오르면 약수터다.

■별미집&숙박 : 생초면 경호강 앞에는 수많은 매운탕집이 있다. 그중 일신식당(055-972-2175)의 포도식초를 이용한 비빔회나 자연산 쏘가리매운탕이 권할 만하다. 산청읍에 있는 춘산식당(055-973-2804)은 내력 깊은 한정식집이다.
또 대원사 앞에 있는 휴림(055-973-4156)은 전통차와 산채나물밥이 괜찮다. 숙박은 폐교를 이용해 만든 지리산 깊은산중(055-972-0141)이나 모텔, 민박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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